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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다른 바다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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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RCEof 2023. 1. 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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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를 넣는다. 다리를 접어서. 나는 좁은 곳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 반려인은 나를 접으며 말한다. 병원. 가자. 기대거나 밀면 휘청이고 늘어나는 작은 가방 안으로 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딱딱한 바닥을 밟지 않은 것처럼, 가방 밑으로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몸이 약간 아래로 내려갔다. 이 가방 안에 들어갈 때마다 안전하지 않다는 기분이 든다. 아무리 맛있는 츄르라는 것을 줘도 그렇다. 반려인이 한 발씩 딛을 때마다 나의 몸이 출렁거리는 느낌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작은 가방의 그물망 밖으로 고갤 밀어내려고 했다. 그래야 밖을 겨우 볼 수 있다. 몸을 웅크리고 있는 작은 공간 속으로 반갑지 않은 소리가 침범한다. 길에서 살 때 거대하고 딱딱한 동물들이 내던 소리다. 부웅. 구어엉. 그들은 입을 벌리지 않고도 소리를 내는 듯 몸속에서 무시무시한 소리를 냈다. 나중에 반려인이 나를 보며 묻기를, ‘차’가 많아서 무섭진 않았냐고 했다. 그제야 나는 그 동물들이 ‘차’라는 것을 알았다. 반려인이 나를 데리고 타려는 동물도 비슷한 소리가 났다. 마치 큰 가방 같기도 했다. 나는 이런 작은 가방이 아니라 저런 큰 가방 안에서 몸을 쭉 펴고 누워있고 싶었다. 덜덜거리는 큰 가방 속으로 우리는 들어갔다. 차 동물은 다리가 넷 달렸고 동그랗다. 여전히 ‘차’라는 동물은 내가 본 다른 동물과는 달랐다. 작고 까만 부리를 가지고 있던 참새. 군데군데 까만 먼지가 묻었던 하얀 고양이. 그 고양이를 놀라게 한 개. 까맣고 긴 꼬리를 가지고 있던 까치. 나를 병원이라는 곳으로 데리고 가는 인간과 은회색의 털을 가진 고양이인 나와는 다른 모양이었다.

 

반려인이 말했다. 여러 단어를 쏟아내지만 나는 흘려들었다. 그 중 ‘버스’라는 단어와 ‘답답하지’라는 단어를 골라 들었다. 차 동물은, 아니 버스 동물은 동그란 다리를 굴리며 움직인다. 항상 눈을 뜨고 있는지 쉬지 않고 빛이 쏟아졌다. 나는 코끝으로 온도를 느껴보고 싶었다. 코를 가까이 눌러보았다. 집으로 빛이 들어오면 항상 코가 뜨거워지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가방의 그물에 가로막혔다. 코에 자국이 남았고 아무리 눌러도 늘어나지 않았다. 나는 답답했다. 다리를 쭉 펴고 등을 휘며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고 싶었다. 작은 가방이 비틀거리자 반려인의 손이 다급해지며 말했다. 조금만. 반려인은 그물을 살살 눌렀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나는 말했다. “아오옹!” 말은 잘하지!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코를 밀었다. 삐죽 튀어 나간 수염에 노란빛이 부딪혔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반려인은 내 눈을 마주 보며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반려인이 눈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눈부셔서 깜빡인 걸 눈인사를 한다고 착각한 모양이다. 흥!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갤 돌렸다. 버스 동물이 크게 흔들렸다. 나는 놀라 숨이 가빠졌다. 반려인은 잠시 버스 동물의 눈 바깥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작은 가방의 문이 열렸다. 나는 얼굴을 쑥 내밀고 반려인은 나를 꺼냈다.

 

뒤에서 누군가 중얼거렸다. 내가 알아듣기에는 어려웠다. 여러 단어를 빠르게 그리고 한참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격적이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반려인이 잠시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내가 반려인 몰래 간식을 꺼낼 때처럼 조심스럽게 다시 버스 동물의 눈 가까이로 바짝 데려갔다. 그리고 놀랍게도, 눈을 열었다. 수염과 귀가 뒤로 날아갈 정도로 강한 바람이 들어왔다. 짠 냄새가 흘러들어왔다. 가끔 인간에게서 나던, 화장실에 뒹굴고 오기라도 한 것처럼 온몸에 모래 알갱이를 툭툭 떨어뜨리면서 풍겨오던 냄새였다. 짙은 그 냄새가 버스 동물의 눈으로 들어왔다. 반려인이 내 머리 위로 입을 맞췄다. 나는 수염을 휘날리며 코를 벌렁거렸다. 버스 동물이 보는 수많은 풍경이 보이도록 나를 안은 반려인의 품이 따뜻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녹빛 나무들과 회색 나무들. 그 사이로 숨었다가 나타나는 노란 햇빛. 그 사이사이 언뜻, 동산이 보인다. 하지만 그 동산에는 색이 없다. 어리둥절해서 인간의 가슴팍에 내 정수리를 대며 올려다보았다. 인간은 턱을 접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말했다. 바다. 파랗지. 나는 파랗지가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바다가 무엇인지는 안다. 집 앞을 지나던 다른 고양이가 말해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는 하얀 새가 많이 살아. 그리고 넓어. 아주 넓어.” 좁고 답답하고 작은 가방에 다시 넣어진 나는 생각한다. 바다는 넓고 파랗구나. 

 

 

글쓴이: 베니

찰랑이 반려인. 글쓰고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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