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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과 쥐는 공생할 수 있을까?

Contents/Research | 리서치

by SOURCEof 2023. 1. 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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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마당에서 노는 우리 집 닭들은 종종 야생동물들의 위협을 받곤 한다.

이때까지 겪은 바로는 닭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야생동물로 담비, 들개, 고양이, 쥐가 있다.

 

담비와 들개, 고양이는 사람이 쫓으면 도망간다. 그런데 도망가지 않고 아예 닭장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동물이 있다. 바로 다.

 

이곳에서 거의 매일매일 쥐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닭장 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쥐가 내 눈치를 보며 휙휙 지나간다. 눈치는 어찌나 잘 보는지, 숨바꼭질하는 줄 알았다. 퇴비함 아래로 휙휙 지나간다. 집 천장 위로 우당탕탕 지나간다.

 

쥐의 크기도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지난번에 본 쥐는 정말 내 손 크기만큼 살이 퉁퉁 찐 채로 돌아다녔다. 그도 그럴 것이 맛있는 현미가 무료급식소처럼 닭장 안에 떡하니 놓아져 있는데, 쥐들이 그걸 보고만 있겠는가? 닭들이 나가 놀든 안에 있든 신경도 안 쓰고 마음껏 먹는다. 쥐를 쫓아내면 그 순간뿐이다. 다시 와서 먹기 시작한다. 모두가 잠자는 깜깜한 밤이면 온 쥐 식구가 한 데 모여 먹어치우기 시작할 것이다. 실제로 밥그릇에 현미 싸라기를 한가득 부어놓아도 이틀이면 다 없어진다. 닭들이 그렇게 현미만 주구장창 먹는 애들도 아닌데..

 

‘쥐도 먹고살아야 하는데, 그냥 좀 같이 살면 어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순 없다. 현실적으로, 쥐는 닭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이다. 닭의 먹이를 훔쳐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닭에게 해로운 균을 퍼뜨릴 수도 있으며, 닭알을 깨먹거나, 심하게는 닭을 갉아먹어 죽일 수도 있다. 끔찍한 이야기지만 닭이 잠든 틈을 타 항문 쪽부터 창자까지 서서히 갉아먹는다고 한다. 심지어 사람도 괴롭다. 그렇게 닭의 먹이를 훔쳐 먹고 높은 번식률로 새끼를 늘려 우리 집을 점령하기 시작한다. 바깥이 추운 한겨울이면 천장이 조용한 날이 없다. 얼마나 우당탕탕 거리는지 천장이 무너지진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작은 케이지에 가두는 형태의 덫을 놓아 쥐를 잡은 적이 몇 번 있다. 잡아서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져가 풀어주었다. 그런데 혹시 모른다. 똑똑한 쥐들이 우리 집으로 다시 돌아와 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쥐의 마릿수는 배로 늘어난 듯하고..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 밥풀을 넣은 케이지 덫을 놓고, 끈끈이도 놓아봤지만 똑똑한 쥐들이 잘도 피해 가는 듯하다. 아는 집은 쥐약으로 잡는다던데.. 쥐가 맛있는 향이 나는 약을 삼키면 타들어가는 갈증을 느끼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죽게끔 하는 약이다. 그것도 끔찍하다.

 

하여 덫을 놓는 방법 외에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서 쥐를 퇴치하는 법을 알아보았다. 방법은 간단했다.

 

 

쥐가 좋아하는 음식을 없애는 것!

 

 

1. 닭 먹이의 위치와 그릇 소재 바꾸기

음식이 관건이다. 쥐는 닭을 보고 온 것이 아니라, 먹이를 보고 온 것이다. 쥐가 닿을 수 있는 곳에 음식을 두면 안 된다. 그릇 소재를 쥐가 깨물 수 없도록 스테인리스 소재로 바꾸고, 그릇이 닭의 얼굴 위치에 맞게 공중에 매달려 있도록 해서 쥐의 접근을 막는다. 닭이 발판에 올라서면 자동으로 열리는 먹이통도 있다.(국내에선 팔지 않는다 ㅠㅠ) 쥐는 몇 km 떨어진 곳에서도 냄새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후각이 뛰어난 동물이다. 더 이상 먹을 수 없다는 걸 깨달으면 다른 곳으로 가지 않을까?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 (오른쪽)

 

 

2. 닭장과 닭장 주변을 깨끗하게 관리하기

음식을 땅에 흩뿌려주어도 안 된다. 우리도 닭들이 놀고 있을 때 옥수수나 잡곡, 각종 채소들을 던져주곤 한다. 곳곳에 쥐들의 먹이가 널려있는 셈이다. 그러니 이곳에 자리 잡을 수밖에.. 가급적 음식은 닭들만이 닿을 수 있는 정해진 위치에 준다. 수박이나 참외처럼 부피가 크다거나 섞이면 안 되는 음식은 닭들이 다 먹을 때까지 지켜보고 곧장 치우면 되겠다. 닭장에 볏짚을 깔아 두었다면 주기적으로 갈아주는 것도 중요하다. 쥐들이 볏짚 어딘가에 숨어 둥지를 틀고 살고 있을 수도 있다.

 

쥐는 개방된 공간을 싫어한다. 탁 트인 앞마당에서 닭들에게 음식을 주는 것도 방법이며, 닭장 안이나 주변에 자잘한 물건들이 널브러져 있다면 이걸 깨끗하게 정리해주는 것이 좋다. 풀이 빼곡하고 많이 자라 있다면 짧게 쳐서 관리해주어야 한다. 무성한 풀숲 사이에서 숨어 돌아다니며 둥지를 틀 수 있으니.

 

 

바닥에 먹이를 흩뿌려서는 안 된다! ©Rasing Happy Chickens
 

3. 닭알을 밤새 방치하지 않기

쥐는 닭알도 깨서 먹어치운다. 닭이 알을 낳으면 그때그때 치워주는 것이 좋다. 그 자리에서 암탉들에게 깨 주는 것도 방법이다. 매일 알을 낳느라 고생하는 암탉들이 알을 정신없이 먹을 것이다.

 

 

©torook/Shutterstock
 

온라인 상에 닭장에서 쥐를 퇴치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나와 있다. 사람 머리카락 두기, 페퍼민트 두기, 에센셜 오일 뿌리기, 초음파 설치하기, 닭장 벽을 촘촘한 망으로 두르기, 덫 놓기 등등.. 하지만 이것들 모두 크게 효과가 없고 쥐들의 잔머리만 키워주는 꼴이다.

 

1, 2번만 잘 지켜도 쥐 문제는 해결되리라 본다.(필자-아직 시도 안 해본 사람) 닭장에 현미가 가득 든 그릇을 바닥에 떡하니 두어놓고 돌아다니는 쥐를 탓하고 있었으니, 너무 어리석었다.

 

오늘부터 시도해 본다. 쥐로부터 해방되리라..

 

 

 


참고자료 - 'Rats, mice and your chickens: 5 easy ways to make sure they don't mix.', Raising Happy Chickens, https://www.raising-happy-chickens.com/rats-and-mice.html

 

 


글쓴이: 다님

다양한 사회문제를 주제로 글을 쓰고 영상물을 만듭니다. 비거니즘(채식) 주제의 책을 만드는 1인 출판사 ‘베지쑥쑥’을 운영 중이며, 공장식축산업과 육식문화를 주제로 한 단편 다큐멘터리 <여름>을 연출하였습니다. 현재 생태적 자립을 위한 귀농을 하여 경남 밀양에 거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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