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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더위를 이기는 음식, 뭐가 있을까?

Contents/Research | 리서치

by SOURCEof 2023. 1. 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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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이면 말복이다. 삼복 중 마지막 복날로, 여름이 끝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 ‘복날’하면 사람들은 몸보신을 하는 음식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것이 각종 약재를 넣고 푸욱 끓인 삼계탕과 보신탕이다. 보신탕은 개고기라는 이유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꽤 있지만, 삼계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기는 여름철 보양음식이다.

 

나는 공장식축산업의 윤리적, 생태적 문제점을 익히 알고 있고 반려닭과 함께 살고 있기에 삼계탕을 멀리한 지 오래이다. 그런데 어쩌다 삼계탕이 한국의 복날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을까? 닭은 옛날부터 민가에서 흔히 키우던 가축이었다. 암탉은 양기를 돕고 장을 따뜻하게 하며, 진액의 배출을 막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닭은 땀을 흘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여름에 이 닭과 더불어 기운을 보충하는 한약재를 추가해 삼계탕을 끓여먹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효능이 닭에게만 있지는 않다. 땅에서 난 다양한 식물이 우리 몸에 기운을 주며 좋지 않은 것을 배출시키기도 한다. 여름철 보양식에는 어떤 원리가 작용하는지, 삼계탕을 대체할만한 비건(vegan) 보양음식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여름은 매우 덥고 습한 계절이다. 무더위가 심하기에 불쾌지수도 올라가고 곰팡이에 취약하며 음식도 금방 상한다. 여기에 장마까지 있으니 습한 기운이 극에 달한다. 이렇게 우리 몸은 외부의 습과 내부의 습이 쌓여 몸이 무거워지고 쉽게 피로해진다.

 

이때 폐의 역할이 중요하다. 폐는 오장 중에서 가장 위에 위치하는데, 위로 올라오는 열을 식혀서 아래로 내려 보낸다. 그리고 오장 중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한 콩팥이 내려온 열을 소변으로 내보낸다. 폐가 약해지면 위로 올라오는 열을 식히지 못해서 얼굴이 붉어지고, 땀이 나며 혈압이 올라가고 뒷골이 당긴다. 열이 뇌로 가면 일사병이 생길 수도 있다.

 

폐는 이렇게 우리 몸에서 습을 제거하는 제습기 역할을 한다. 그래서 폐가 강한 사람은 쉽게 지치지 않고 스트레스에도 잘 버티며 여름을 잘 나고 정력도 강하다. 결국에 여름을 잘 나기 위해서는 폐를 강하게 함과 동시에 몸 안팎의 습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철 보양식의 핵심은 폐와 콩팥의 기능을 강화해서 여름의 열을 식히고, 기운과 땀의 소모량이 많은 것을 보충해주고, 속이 허약한 것을 따뜻하게 보충해주면서, 무더위를 소변으로 빼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 콩국수

콩류는 습열을 소변으로 빼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여름철 무더위에 아주 좋은 음식이다. 기운이 없고, 입맛이 없을 때 어렵지 않게 찾아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두부를 넣어 끓인 된장찌개도 좋겠다.

 

2. 연잎밥, 호박잎쌈

잎이 큰 열대 식물들은 구멍을 열어 증산작용을 활발히 해서 무더위를 잘 식히는 특징이 있다. 우리 몸 내에서는 땀구멍을 열어 무더위를 식히는 작용을 한다. 연잎이나 호박잎과 같이 넓은 잎은 피부와 살의 풍한습열을 흩어주는 작용을 하면서 열을 내리고 더위를 풀어주며 기를 보한다. 구하기 쉬운 호박잎을 찌고 강된장을 만들어 쌈을 싸 먹으면 여름철 입맛 없을 때 딱이다.

 

3. 수박, 참외, 포도, 오이 (덩굴식물의 열매)

덩굴식물은 구불구불 길게 뻗어 자라면서 물을 잘 순환시키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은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기를 보하면서 몸에 정체된 습기를 순환시켜 소변으로 배출해낸다. 이러한 특징으로 덩굴식물은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술독은 땀과 소변으로 내보내서 푸는데, 덩굴열매가 이 술독을 소변으로 빼내 주는 역할을 한다.

 

4. 오미자차

음료로는 오미자차가 좋다. 오미자는 몸 안의 진액이 새는 것을 막아주면서 기를 돋우고 진액을 만들어 낸다. 여름철에 중요한 ‘폐’에는 신맛이 작용한다. 신맛이 나는 오미자는 약성이 폐로 들어가서 폐를 강하게 만들어 여름을 잘 이겨내도록 한다. 그래서 여름에는 액상과당이 잔뜩 들어간 음료수 말고 오미자차를 즐겨 마시는 편이 좋다. 신맛을 가진 매실차도 좋고, 자두처럼 신맛이 나는 과일도 좋다.

 

5. 미숫가루

콩, 보리, 율무, 현미 등의 곡식을 가루 내어 만든 미숫가루는 기운을 보충해주면서 뭉친 열을 흩어준다. 가루약은 습열을 흩어주는 기능을 한다.

 

6. 비건보양탕

삼계탕에 들어가는 찹쌀, 인삼, 황기, 마늘, 대추, 부추 등은 몸에 기운과 진액을 보충하면서 속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효능이 있다. 여름철에는 주로 차가운 음식들 위주로 먹으니 뱃속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뱃속이 따뜻하게 데워지면 피부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땀이 식고 여름을 이기게 된다. 이 재료들을 한데 모아 끓여 먹으면 따뜻하고 구수한 여름철 훌륭한 보양식이 된다. 여기에 다양한 종류의 버섯이나 들깨, 여름 채소를 취향껏 추가해 드시라! (한살림에 ‘삼계탕 재료 모음’이라는 이름으로 황기, 오가피, 대추 등의 한약재를 모아놓은 제품이 있다.)

 

 

 

 

이 외에도 여름철에 월경통으로 고생하는 여성들,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는 복숭아를 추천한다. 복숭아는 진액을 생기게 해서 대장을 적셔 대변을 쉽게 보도록 하며, 혈을 소통시켜 생리통의 주된 원인인 어혈과 적취를 없앤다. 생리가 나오지 않는 것을 치료하기도 한다. 월경통과 변비에는 무엇보다 뱃속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스크림, 얼음물 등 너무 차가운 음식만 가까이하지 않도록 한다.

 

그 계절에 나는 것을 먹어야 건강하다. 여름에 나는 제철과일, 채소들은 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자란 만큼 우리 몸이 더운 여름을 이겨낼 수 있게끔 도와준다. 허나 무엇이든 과하면 좋지 않다. 과하면 몸이 차가워져 설사를 유발하거나, 상한 음식을 먹었다가 식중독에 걸릴 위험이 있으니 조심하도록 하자.

 

또한 관행농에서 인공조명, 화학비료와 농약을 먹고 자란 채소와 온전히 토양의 미생물과 자연의 힘으로 자란 채소. 이 둘의 약성, 향과 맛에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가급적 자연농, 유기농으로 재배된 과일과 채소를 껍질채 먹자. 농부의 노동에 비해 값이 비싸다고 생각한다면, 직접 텃밭을 가꿔보는 것은 어떨까?

 

폐를 강하게 만들기 위한 가벼운 유산소 운동도 좋으나, 너무 과한 운동은 땀과 기력을 많이 소모할 수 있으니 조심하자. 높은 산은 여름에도 비교적 서늘하고 습기가 적다고 하여 옛날에는 높은 산으로 피서를 갔다고 한다. 맑은 공기 속에서 깊게 심호흡할 수 있다. 이러니 바닷가와 계곡보다 높은 산으로 등산을 가는 것도 더위를 피하는 좋은 방법이겠다. 스트레스는 체내 습열의 주범이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후위기로 인해 폭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현대인들은 에어컨을 달고 살며 냉방병에 걸리기 일쑤지만, 냉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현장의 야외노동자들, 저소득층, 농민들은 폭염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키는 다양한 산업들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육식도 그중 하나이다.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배출에 한몫하고 있을뿐더러, 좁은 곳에 갇혀서 미국산 GMO 옥수수로 살만 찌워진 채 온갖 병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죽은 동물로 몸보신을 한다? 과연 우리 몸에 이로울 것인지, 앞으로 지구의 미래를 위해 지속가능할지. 사람들의 고민과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참고문헌 - 최철한, «생태본초», 물고기숲(2018), pp.480-490.

 

글쓴이: 다님

다양한 사회문제를 주제로 글을 쓰고 영상물을 만듭니다. 비거니즘(채식) 주제의 책을 만드는 1인 출판사 ‘베지쑥쑥’을 운영 중이며, 공장식축산업과 육식문화를 주제로 한 단편 다큐멘터리 <여름>을 연출하였습니다. 현재 생태적 자립을 위한 귀농을 하여 경남 밀양에 거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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