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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떠도는 라이카의 눈물과 두려움

Contents/pose problems | 문제제기

by SOURCEof 2023. 1. 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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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최초로 나간 이를 아시나요? 소련의 유리 가가린? 아닙니다. 지구 밖으로 처음 나간 생명체는 인간이 아닌 초파리, 원숭이, 침팬지, 개와 같은 동물들이었습니다. 이 글은 인간의 발전 혹은 실험을 위해 희생되는 수많은 동물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였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실험동물로서 잔인하게 착취당하고 죽어가는 동물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지금 이 시대 점점 성장해가는 우주 연구와 개발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의 존재도 알리고 싶습니다. 이 글에서는 특히 첫 번째로 우주로 나간 개, ‘라이카’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라이카는 개 품종의 이름입니다. 우주로 나간 개에게는 쿠드랴프카(Кудрявка)라는 이름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이 개를 지칭할 때 흔히 쓰이는 ‘라이카’라는 이름으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라이카는 냉전시대 당시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 도중에 희생된 동물 중 하나였습니다. 소련의 연구진들은 스푸트니크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후 스푸트니크 2호에 인간이 아닌 개를 우주로 내보내 생물체를 실은 우주선의 가능성 여부를 확인하려고 하였습니다. 우주로 인간을 바로 보냈다가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각종 동물을 먼저 보낸 것입니다. 즉, 인간의 이익을 위해 동물을 수단으로 쓰고 희생자화시킨 것입니다.

 

라이카는 원래는 모스크바 시내를 배회하던 떠돌이 개로, 빈민가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 먹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당시 러시아 과학자들은 우주로 보낼 개를 길거리에서 찾고 있었고 라이카를 포함한 길거리 개들을 포획했습니다. 이는 사람이 기르는 개보다는 길에서 굶주리면서 자란 개가 극한의 환경에서 더 버텨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평생을 굶주림과 추위, 위험 속에서 살던 개는 또다시 고난에 처하게 됩니다. 라이카는 모스크바의 항공의학연구소에 들어갔고 다른 개들과 함께 우주견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주로 발사될 적임으로 발탁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사람 손을 안 타던 떠돌이 개치고는 매우 영리했고 연구원들을 잘 따랐으며 무엇보다 항상 침착하고 온순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인간을 잘 따랐기에 역설적으로 그는 인간에 의해 착취되고 학대당할 적합한 존재였던 것입니다. 결국 1957년 11월 3일 라이카는 컴컴한 우주로 홀로 보내졌습니다.

 

우주 경쟁이 막 시작되고 있던 당시 기술력으로는 편도로 쏘는 것만 가능하고 지구로 귀환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당초 예정대로라면 라이카는 발사 1주일 후에 자동으로 독약이 든 음식을 먹고 안락사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우주로 나간 지 몇 시간 만에 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발사 당시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엄청난 소음과 진동, 그리고 당시로서는 아주 완벽하지는 않았던 우주선과 그 열 차폐 시스템 때문에 고온, 고음, 고진동이 한꺼번에 작용하여 육체적으로 견딜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라이카가 실려 있는 사진을 보면, 좁은 공간에 단단히 고정되어서 발사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상태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라이카는 이 모든 두려움과 통증, 외로움을 이유도 없이 견뎌야 했습니다. 그 순간 라이카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무서웠을까요?

 

 

 

 

라이카가 이렇게 잔혹하게 죽은 사실은 바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소련이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한 뒤 준비된 장치에 의해 라이카가 편안히 안락사 되었다고 공식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미국에게 모든 면에서 지고 싶지 않았던 냉전 시대의 분위기 탓에 라이카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은폐되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몰랐고, 거의 반세기 후인 1999년에야 문서가 공개되면서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스푸트니크 2호의 실험 목표는 '우주 공간에서의 생물체의 생존 여부와 적응 가능성'이었다고 합니다. 라이카를 우주에 보냄으로써 분명 인간이 우주를 탐사하고 우주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서 필요한 데이터를 얻고 실질적인 발전이 있었겠지요. 그러나 저는 질문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무수히도 많은, 아무 잘못 없는 동물의 고통과 죽음을 밟고 기필코 발전을 이루어내야 할까요? 이래도 되는 것일까요? 그 ‘발전’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수많은 동물들이 실험에 강제 투입되어 착취되고 죽임 당합니다. 위에서 말한 라이카는 물론 인간이 우주에서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 동물들은 희생양이 되고 있습니다. 더하여 인공위성이나 초음파를 활용한 우주/무기 기술을 개발하고 실험할 때도 동물이 받는 피해는 어마어마합니다. 특히 고래와 같은 바닷속 해양 동물이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소나 연구를 실행한 뒤 여러 고래가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좌초되어 해안가에서 시체로 발견된 사건의 원인으로 소나 연구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스푸트니크 2호를 맡았던 연구진 중 한 명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죽어서 라이카를 만난다면 꼭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라이카를 두고 그의 희생이 안타깝지만 고맙다, 우주 발견의 큰 공덕은 라이카에게 돌린다는 식으로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반응이 비윤리적이라고 느껴집니다. 라이카는 결코 자신의 운명을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라이카가 우주 밖에서 마지막 삶의 최후 몇 시간 동안 도무지 지구 생명체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소음과 진동, 열기, 그로 인한 통증에 고통스러워하게 만든 것은 인간입니다. 인간은 인간의 욕심, 바로 우주 개발이라는 목적에 라이카를 수단으로 이용했습니다. 그 때문에 라이카는 극심한 훈련을 받아야만 했고 결국 고립된 채로 공포 속에서 소중한 삶이 끝났습니다. 라이카가 우주에서 혼자 겪었던, 그리고 마지막 죽음 직전에 느꼈던 슬프고 아프고 외로운 감정을 조금이라도 공감하려고 시도했다면, 과연 라이카에게 “미안하지만, 고마워”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전혀 사과하는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같은 일이 계속되고 있다면, 인간은 무고한 생명의 죽음에 죗값을 치루기는 커녕, 성찰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인간의 이익을 위해 동물을 학대하고 죽여 놓고 미안하다고 하면 다일까요? 중요한 것은, 다시는 라이카 같은 희생양이 없도록 사회를 바꾸어야 합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말하곤 합니다. 지구의 자원이 바닥나고 있다고, 우주 산업으로 얻을 이익이 많다고. 달로, 화성으로 떠나자고 합니다. 그곳의 자원을 활용해 인류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자고 당당하게 외칩니다. 인류의 희망을 약속합니다. 그런데 저는 의구심이 듭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제대로 지키고 있지 못하며 파괴하고 있는 마당에 새롭게 터를 잡는다고 한 들 그곳에서 생명을 존귀하게 대하며 살아가는 법을 터득할 수 있을까요?

 

떠돌이 개로 춥고 배고픈 거리를 배회하다가 포획된 라이카. 잡혀간 곳에서 안전함과 사랑을 듬뿍 받기보다는 혹독한 훈련과 실험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라이카. 그리고 마침내 우주에서 쓸쓸하게, 감히 인간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과 공포 속에서 생을 마쳐야 했던 라이카. 라이카는 우주선 속에서도 얼른 지구로 돌아가 땅을 디디고 시원한 물을 마시고 다리를 뻗고 잠에 들기를 바랐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애초에 라이카의 귀환은 예정에 없었고, 지구에는 ‘우주 개발의 발견’이 성취되었고, 우주에는 라이카의 ‘눈물과 두려움’이 떠돌게 되었습니다. 라이카처럼 더 이상 인간의 탐욕스러운 개발에 희생되는 존재는 없어야 합니다. 우주 혹은 무기 개발과 같이 소수 몇 명의 자본가와 국가만 이익을 보게 하는 일은 멈추어야 합니다. 생명을 해하고 죽이는 일을 수반하는 개발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피해를 끼칠 것입니다. 우리가 진정해야 할 일은, 지금 당장 살고 있는 이 지구를 지키고, 함께 살고 있는 생명들과 공존하는 법을 연습하는 일이 아닐까요? 라이카를 애도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라이카와 같은 처지에 놓인 무수한 존재들을 위해 행동하자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연대를 요청합니다.

 

 

 


글쓴이: 토란

책에 파묻혀 사는 비건 퀴어 에코 페미니스트.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며 비건맛집을 탐방하고 사람들과 떠드는 것을 사랑합니다. 2년 전 가족이 되어준 뽀리와 동네에 묶여 사는 개 쫄랑이, 똘이와 매일 산책하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존재가 있는 그대로 행복하고 존중 받는 지구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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