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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AI 바이러스와 반려닭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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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RCEof 2023. 1. 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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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관련 뉴스를 보면 몸이 움찔한다. ‘... 우리 집 닭들도 조류인데’

 

그렇다. 우리 집에서 이쁨 받는 네 명(命)의 닭들도 공장식 축산에서 살처분된 닭들과 똑같은 닭이다. 단지 이름의 유무와 살고 있는 환경이 다를 뿐.

 

다행히 주변에 소규모로 닭을 키우는 집들은 있어도, 대규모 양계장은 없다. 야생 새들은 많다. 겨울철 철새들이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옮겨온다던데. 닭들이 노는 뒷마당에도 야생 새들이 자주 다녀가는데 그때 균이 옮겨 붙는다면? 그래도 쑥돌냉싹은 강한 면역력으로 이겨내지 않을까? 사실 방역복을 입은 공무원들이 마을에 들이닥쳐도 수탉들이 울지만 않는다면 우리 집에 닭이 있는 지조차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냉이와 돌이의 입을 막아버릴 수도 없고.. 머릿속에서 온갖 상상이 펼쳐졌다.

 

 

“AI(조류인플루엔자)란 ‘Avian Influenza’의 약자로, 야생조류나 닭, 칠면조, 오리 등 조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을 말한다.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며, 폐사율 등 바이러스의 병원성 정도에 따라 고병원성, 저 병원성으로 구분된다. 이 중 고병원성 AI는 전염성과 폐사율이 높아 가축전염병 예방법에서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가 간에는 주로 감염된 철새의 이동에 의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국, 동남아 등 고병원성 AI 발생국으로부터 오염된 닭고기, 오리고기, 계란 등 축산물에 의한 유입이나 해외 방문자 등 사람에 의해 유입될 위험성도 있다. 가금 사육 농장 내 또는 농장 간에 오염된 먼지, 물, 분변, 사람 의복, 신발, 차량, 기구, 장비 등에 묻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공기를 통해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지는 않는다.

고병원성 AI에 걸린 가금은 추가적인 전파 및 확산의 기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살처분한다. 살처분을 진행 시, 친환경적으로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매몰 후에도 관할 지자체에서 매몰지 주변의 오염방지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책임관리자를 지정해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블로그, [2021 정책기자단] AI 방역 현황과 예방, 2021.11.04.

 

 

만약 우리집 반경 3km 이내에 양계장이 있고 그곳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된다면 우리집 닭들은 죽은 목숨일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2021년부터 바이러스 발생지 3km 이내에 살고 있는 닭들은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명목 하에 전부 살처분되도록 규정하였다. 3km는 서울역에서 종로3가까지, 서울역에서 신촌까지의 거리이다.

 

 

 

 

코로나19와 비교해보자. 3km 근방의 코로나 확진자가 있다는 이유로 확산 예방 차원에서 3km 이내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살처분되는 것이다. 재난영화 <감기>에서 나올 법한 상황이다. 오히려 더 심각하다.

 

살처분 일정이 정해지면 살처분 전문 업체가 와서 현장에서 닭을 질식시키고 가방에 담아서 농장이나 농장 주위에 매몰지를 정해서 묻는다. 아니면 질식된 사체를 한꺼번에 분쇄기로 갈아서 태우기도 한다. 끔찍하지 않은가? 인간을 대입해보니 확고해졌다. 우리 사회에서 ‘닭’이란 ‘상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닭들의 존재 가치에 생명의 존엄성이란 이미 지워진 지 오래라는 것을.

 

공장식축산업에 있는 닭들은 조류독감에 걸릴 경우 거의 100% 사망에 이른다. 통계적으로 보면 동물복지축산에서의 조류독감 감염률이 관행 공장식축산에 비해 월등하게 낮다. 햇빛이 있고 흙목욕이 가능하며, 움직일 수 있는 공간도 (비교적) 넓고, 먹는 음식도 (비교적) 괜찮기 때문이다. 반면에 관행 공장식축산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좁고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살이 찌기만을 기다리거나 계속 알을 낳도록 설계된 환경 속에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조류독감은 철새의 문제라기보다 공장식축산업의 열악한 환경이 바이러스를 더욱더 강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어낸 결과 아닐까.

 

 

 

 

지금 우리의 식탁은 너무 풍족하다. 과하게 풍족하다. 그 이면에 공장식축산업이 있다. 공장식축산업으로 온 지구인이 먹고도 남을 고기가 생산되었지만 그만큼 많은 비인간동물들이 고통 속에 죽어나갔고 조류독감이라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도 낳았다. 조류독감은 인수공통감염병이기에 어떻게 변이되어 사람에게 돌아올지 모른다. 과한 욕심이 위기를 자처하고 있다. 해답은 잦은 방역과 살처분이 아닌, 육류소비구조와 공장식축산업의 대전환에 있지 않을까.

 

요즘 같은 한여름엔 새벽 5시가 되면 해가 뜬다. 수탉인 돌이와 냉이가 목청껏 울기 시작하고, 암탉인 잎싹이와 쑥이는 닭장 문을 열어달라고 찡찡 댄다.(나는 이 소리가 괴롭다) 문을 열면 너 나 할 것 없이 펄쩍 뛰어내려 문밖으로 나온다. 가끔 외박 때문에 닭들을 하루 이틀 동안 가둬놓아야 할 때가 있다. 그 힘든 시간이 끝난 후 문을 열어주니 잔뜩 화가 난 냉이가 우다다 달려와서 내 발등을 꼬집어 물고 간 적이 있다. 그 흉터가 아직도 아물지 않고 남아 있다.

 

그만큼 닭들은 자유를 갈망한다. 호기심이 생기는 곳엔 가 보아야 하고, 먹을 것을 찾으러 모험하고 싶고, 더운 날엔 그늘진 곳에 앉아 쉬고 싶다. 비가 세차게 내리면 집에 들어가 비를 피하고 싶고, 비를 맞더라도 돌아다니고 싶다. 나른한 오후엔 흙목욕을 즐기고 싶다.

 

닭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닭의 본능을 무시한 채 아주 치밀하고 견고한 착취 시스템을 만들어 제어하려 드는 건, 바로 사람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블로그, [2021 정책기자단] AI 방역 현황과 예방, 2021.11.04.

SUSTAIN-EATS, «04 날아라 꼬꼬», 공공책방, 2022.05.31.

 

 


글쓴이: 다님

다양한 사회문제를 주제로 글을 쓰고 영상물을 만듭니다. 비거니즘(채식) 주제의 책을 만드는 1인 출판사 ‘베지쑥쑥’을 운영 중이며, 공장식축산업과 육식문화를 주제로 한 단편 다큐멘터리 <여름>을 연출하였습니다. 현재 생태적 자립을 위한 귀농을 하여 경남 밀양에 거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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