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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가서 버려 버리자!

Series/유기동물

by SOURCEof 2022. 12. 3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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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시즌이다. ‘열 돔’ 현상이라는 이름 아래 올해의 무더위는 더욱 심각했다. 바다로 계곡으로 가서 더위를 날려버리고 싶은 마음에 우리는 여름휴가를 떠난다. ‘휴가’라고 하면 여름에 가는  것이라고 우리 사회가 생각한 지 적어도 10년은 넘은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휴가철에는 수많은 유기동물이 발생한다. 거의 매 해 빼놓지 않고 7, 8월에 유기동물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 

 

 

https://blog.naver.com/animalkawa/222328900231 (출처: 동물자유연대)

 

문득 궁금해졌다. 왜 여름휴가철에 많은 동물이 버려질까? 심지어 이것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 Adopt-me.ae 설립자 Peta Wiggit은 “슬프게도, 전국적으로 매해 여름 철은 보호소와 동물 복지 그룹에게 최악의 달이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서 Dr. Muller는 “그들은 휴가를 즐기기 위해서 무책임하게 동물을 버린다”라고 했다. 또한 동물권 행동 카라의 대표 전진경은 정책 이사로 활동할 때 “실제로 즉흥적 호기심이나 장난감처럼 동물을 키우는 사람에 의해 여름 휴가지에 함께 갈 수 없다는 이유 또는 휴가 기간 동안 동물을 보살펴줄 곳을 찾지 못해서 심지어는 그냥 동물이 성가셔서 물건처럼 버리는 사례가 없지 않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기고 했다. 안타깝고 신기하게도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여름철 유기동물이 급증하는 이유와 한국에서 유기동물이 여름철 급증하는 이유가 같은 이유라고 전문가들로부터 평가받았다. 

 

내가 휴가 갈 수 있는 권리는 물론 중요한 권리다. 일상의 무료함에서 벗어나 쉴 수 있고 때론 더 다이내믹한 인생을 즐길 수 있다.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달콤한지 누구보다 잘 안다. 필자는 지난 6월 양산, 부산, 전주, 익산, 김포, 서울, 강릉, 제주에 머물렀다. 7월에는 춘천, 강릉, 지리산에 머물렀다. 떠돌 때 느껴지는 자유로움은 너무나 소중하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들은 무기력을 없애주고 탐구심을 키워준다. 그렇기 때문에 휴가 갈 수 있는 ‘권리’라는 용어를 쓴 것이다. ‘떠돌 권리’ ‘방랑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한 생명체를 책임지고 있다면 쉽게 떠나버려서는 안 된다.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 내가 동물을 돌보지 않아 동물을 죽일 수 있다면, 이는 다른 존재의 권리를 침해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권리를 위해 다른 존재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해서는 안된다. 동물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떠돌 권리를 빼앗아 버리겠다는 것이 아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숙박할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혹은 누군가에게 동물을 맡길 수도 있다. 그 외에도 반려동물 호텔 서비스는 이곳저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동물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여행을 떠날 수 없으니 ‘버리겠다’는 말이 핑계라는 것을 아주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알 수 있다. 어느 누구도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좋은 핑계를 찾아내는 것뿐이지 않을까? 더 이상 책임지고 싶지 않으니까, 흥미를 잃었으니까 동물을 버릴 타이밍만 생각하고 있다가 이때다 싶어서 버려버리는 것 아닐까? 

 

 

 

이쯤 되면 반려동물 입양 시 꼭 물어보아야 하는 질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여행 가실 때 입양하는 동물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러나 현재 반려동물을 입양 보낼 때 특정 규칙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형 할인마트에서 어떤 질문도 없이 상자에 동물을 담아 바코드 붙여 팔 수 있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여기 역마살이 잔뜩 낀 거 같은 친구의 일화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자 한다. 2명의 친구가 같이 살면서 강아지를 돌본다. 그리고 둘 다 여행을 너무나 즐긴다. 한국식 휴가와 같은 1주일 휴가가 아니라 2달 3달 여행이 이들에게 필요하다. 그래서 이들은 번갈아 가며 여행을 즐긴다. 이 처럼 인생의 동반자가 있다면 따로 휴가를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항상 집에서 보는 존재와 굳이 여행을 함께 떠나야 할까? 홀로 가서 얻어오는 여행의 에너지, 재밌는 일화들을 선물해 줄 수도 있다. 

 

‘휴가 가기 위해서’라는 핑계로 동물을 버리지 않는 세상이 되길 바라본다. 휴가 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 동물을 평생 책임질 수 없다면 절대로 집에 들이지 말자. 

여러분은 어떤 방법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휴가 가는지 댓글을 통해 알려주세요. 

 

 


글쓴이: 누

2012년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고 생명과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시민단체 직원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고 호주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방랑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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