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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을 길거리에서 만난 우리. 딜레마에 빠지다.

Series/유기동물

by SOURCEof 2022. 12. 3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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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유기동물을 발견하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농림 축산 검역본부 동물보호 관리 시스템 홈페이지에서는 ‘공공장소를 떠돌거나 버려진 동물을 발견한 경우 관할 시ㆍ군ㆍ구청과 해당 유기동물 보호시설에 신고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신고를 통해 길거리를 떠돌던 유기동물들은 보호소에 입소하게 된다. 그렇게 입소된 동물의 수가  2020년 한 해에만 12.8만 마리다. 쉽게 설명하면 충남 논산의 인구수(2020년 1월 기준)보다 많은 동물이 2020년 한 해에 유기된 것이다.

 

이렇게 많은 유기동물을 ‘국가가 책임질 수 있을까?’라고 한다면 현재로서의 대답은 ‘아니’다. 유기동물이 포획되어 관할 보호소에 입소하면 법에 따라 보호소는 공고(홈페이지에 동물이 구조되었다는 것을 올린다)하게 된다. 공고일로부터 10일 이상 그 동물과 함께 살아갈 사람이 나타나지 않게 되면 동물의 ‘소유권’은 지자체로 이전된다. 그 이후부터는 지자체에 따라 ‘안락사’할 수도, 어떤 기관에 기증할 수도, 입양 보낼 수도 있다.  2020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통계를 보면 보호소로 입소된 동물들이 어떻게 되는지 그 단면을 알 수 있다. 폐사된 개체가 24%, 안락사된 개체가 24%다. 즉, 48%의 동물은 보호소 밖을 나가지 못하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보호소로 입소된 2마리의 동물 중 약 1마리만이 살아서 보호소 밖을 나갈 수 있는 것이다.

 

24%의 동물이 안락사되는 이유는 입소된 동물, 즉 버려진 동물에 비해서 입양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24%의 동물은 ‘폐사’했을까? 동물이 그렇게 쉽게 죽나? 그렇다. 반려동물은 인간의 손길이 없어진 공간에서 쉽게 죽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품종화 된 반려견이 인간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매우 쉽게 죽는다. 아주 먼 옛날 개는 늑대였다. 그러나 10,000년도 전에 인간은 늑대와 함께하기 시작했다. 인간과 늑대가 함께 함에 따라서 늑대는 개로 분화했다. 약 100년 전까지만 해도 그 분화의 과정에 큰 문제는 없었다. 한 가지 예로, 아시아 지역에서 사람들과 함께 3,000 - 4,000년 전(또는 1만 년 전) 호주로 넘어간 개들이 있다. 그 개들은 인간의 보살핌을 뿌리치고 야생으로 도망쳤거나, 인간이 그 개들을 버렸다. 그러나 당시 그 개들은 불쌍한 유기견으로서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연에 적응했고 나름의 생태계를 구축해서 호주에서 현재까지 살아남았다. 그들의 이름은 현재 ‘딩고’로 불린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그럼 왜 현재의 유기견들은 인간의 도움 없이 살기 힘든 것일까? 19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학문을 빙자한 차별 ‘우생학(優生學)’ 때문이다. 우생학의 한 자적 의미를 살펴보자. 뛰어날 우(優), 날 생(生), 배울 학(學)이다. 쉽게 말해서 뛰어나게 태어나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우월 한 유전자들이 있고 그 ‘우월’한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남기기 위해서 선별적으로 생명체를 선택해야 한다고 우생학은 주장한다. 이 ‘학문’을 근거로 해서 개는 수많은 품종으로 개량되었다. 더욱 신기하게 생긴, 더욱더 예쁘고 귀여운 ‘개’들이 마구 만들어졌다. 현재 존재하는 개 품종의 90%는 약 100년 전 우생학이 유행할 때 만들어졌다. 당시의 사람들은 “내가 ~~ 품종을 새로 만들었어”라며 자신이 만든 개가 ‘순종’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품종견’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졌다. 품종견을 다른 말로 하면 계속 근친교배를 시켜서 겉으로 드러나는 특정 모습을 만들어낸 ‘개’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품종견’을 만들 때 개의 건강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겉모습만을 생각했다. 어쩌면 고통받으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동물들을 마구 만들어낸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60% 골든 레트리버는 암으로 죽고, 킹 찰스 스패니얼의 1/3은 자기 뇌의 크기에 비해 너무 작은 두개골을 가지고 태어난다. 또한 그레이트데인은 심장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덩치가 크다. 그뿐만 아니다. 대다수의 불도그는 고관절 이형성증을 가지고 태어나며 기대 수명은 고작 6년이다.  ‘품종화 된 고양이’도 마찬가지로 몇몇 유전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우생학’을 어떤 과학자도 학문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품종견’을 선호하는 문화는 여전히 계속된다. 이 품종견을 선호하는 ‘문화’와 동물을 유기하는 ‘문화’가 만나면 “폐사율 24%”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동물과 함께 가족을 이뤄본 사람은 안다. 한 마리의 동물을 책임지는데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 시간, 돈이 필요한지. 그런데 대다수의 보호소 직원은 10명을 넘지 못한다. 그런 보호소에 몇백 마리의 동물이 입소된다. 역부족인 인력으로 입소된 동물 모두를 책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말한 것처럼 현재의 반려동물은 인간의 보살핌이 많이 있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체로 ‘품종 개량’되었기 때문이다.

 

인력의 부족은 ‘폐사율’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입양 심사 과정이 미흡해서 개장수에게 입양 보내기도 하고, 아직 이유식도 먹지 못하는 아기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넣어주고서는 “밥을 안 먹어서 굶어 죽었다”라고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전염병 걸린 동물이 입소되어 보호소의 수많은 동물을 죽음으로 보내버리기도 한다. 길거리에서 발견된 대부분의 동물은 면역력이 굉장히 약하다. 집에서 예쁨 받으며 정해진 음식을 먹던 그들이 길거리의 음식물 쓰레기를 먹었을 것이며, 차가운 길 위에서 잠을 청하고 누군가의 해코지를 피해 도망 다녔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알아버리면 ‘길거리에서 발견한 동물을 보호소로 보내는 것이 맞을까?’라는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이런 고민을 나누고자 길거리에서 유기동물을 발견한 사람들은 시민단체로 전화를 건다. “거기 안락사 안 하는 곳이죠. 이 유기견 좀 받아주세요!” 그러나 이미 국가 예산이 아닌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보호소는 포화상태다. 사람들은 그렇게 고민에 빠진다. “구청에 신고하는 게 맞을까? 그런 곳에서 이 동물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입양 갈 수 있을까?” 이런 이유로 수많은 사람이 길에서 발견한 동물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임시 보호하면서 입양 보내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물론 이들은 잃어버린 동물인지, 버려진 동물인지를 확실히 한다. 동물을 구조했다는 전단지를 주변에 붙이거나, 시보호소로 보내 입양 공고를 마치고 다시 입양해서 입양 절차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개인 구조’라고 흔히 말하며, 이런 ‘개인 구조’를 하는 사람을 ‘개인 구조자’라고 부른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개인 구조자’ 황 미영씨(가명)의 이야기를 다뤄보고자 한다.

 


글쓴이: 누

2012년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고 생명과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시민단체 직원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고 호주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방랑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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