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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천천히, 3분씩

Series/유기동물

by SOURCEof 2023. 1. 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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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보호소에서 일한 지 어언 3달이 되어간다. 그곳엔 대략 50명 남짓의 개들이 살고 있다. 첫날이 기억난다. 처음 견사 문을 들어선 순간, 나는 압도되었다. 수많은 외침이 나를 맞이했다. 자기를 봐달라고, 넌 대체 누구냐고, 나가라 등등. 순전히 내 느낌과 해석이지만, 그들은 분명 각자 다른 말을 외쳤다. 그에 비하면 “멍멍”, “월월” 같은 의성어들은 단순하고 부족하다. 1 견사, 2 견사, 3 견사. 그리고 또 이 안에는 네모난 방들이 있다. 각 견사가 주는 느낌, 분위기, 냄새 등 모든 것이 달랐다. 많은 눈빛이 나를 다르게 훑었고, 나는 웃었지만, 사실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어디를 쳐다봐야 할지, 무엇을 들어야 할지,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무엇인지.

 

 

 

 

내가 주로 하는 일은 견사 청소와 소독이다. 그곳에 사는 개들은 매일 산책을 할 수 없다. 아이들은 하루에 2번 정도 견사 밖을 나와 보호소의 마당을 거닐 수 있다. 그 시간에 아이들은 배변하고, 다른 친구와 놀기도 하고,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바깥에 있는 고양이를 구경하기도 한다. 어쨌든 다들 최선을 다해서 냄새를 맡는다. 어떤 아이들에게는 하루에 2번 마당놀이를 하는 것이 충분하지 않다. 어떤 아이들은 마당에서 배변을 잘 못 본다. 어떤 아이는 배변 보다는 사람의 어루만짐을 원한다. 어떤 아이는 사람이 있으면 마당놀이를 나오지 않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견사 곳곳에 똥이 있기도 하고, 오줌이 있기도 하다. 당연하다. 나는 매일매일 아이들을 마당에 내보내고, 오줌과 똥을 치운다. 흠뻑 젖은 배변 패드를 치우고 새 배변 패드를 깐다. 물이 없으면 물을 그릇에 더 채운다. 털갈이하며 빠지는 털들이 바닥에 뭉쳐 있으면, 그걸 줍는다. 그리고 매일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른다. 다시 견사로 들어오라고. 어떤 아이들은 한 번만 불러도 자기가 알아서 견사로 들어간다. 고맙고 미안하다. 어떤 아이들은 자기가 만족하지 않으면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안 온다. 얄미울 때도 있지만 미안하다. 어떤 아이들은 맛있는 간식을 흔들어야 온다. 모든 아이들의 마당놀이가 끝나면 나는 마당에 있는 똥을 모조리 줍고 오줌 자국을 지운다. 각 견사의 창문과 문을 닫는다. “잘자, 얘들아. 내일 보자!” 그렇게 내 평일 저녁은 마무리된다.

 

내 근무 시간은 하루에 총 3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50명 남짓한 아이들이 마당놀이를 하는 것은 빠듯하다. 그렇다 보니 신경 써야 할 것이 꽤 많다. 예를 들어, 마당놀이를 잘하지 못하는 친구를 오랫동안 기다리면, 누군가는 마당놀이를 못 한다. 마음이 가는 대로 하면 안 된다. 항상 어느 정도의 냉정함을 유지하고, 시간계산 하면서 일해야 한다. 생각보다 아이들을 맘껏 쓰다듬을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항상 없다. 빵돌이와 연히를 위해서는 항상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그렇게 했다가는 나는 매일 초과 근무하다가 금방 지쳐서 나가떨어질 것 같았다. 돌봄의 지속가능성.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어려움이었다. 나와 더 교감하고 싶어서, 고양이를 더 구경하고 싶어서, 더 뛰어놀고 싶어서, 햇빛과 바람을 더 쐬고 싶어서, 바깥 냄새를 좀 더 맡고 싶어서, 그냥 견사에 들어가기 싫어서. 다 느껴지고 읽힌다. 아쉬워하는 그 표정과 몸짓들. 그래도 나는 그 이름을 부르고, 견사 안으로 다시 들어가자고 재촉해야 한다. 그래야지 다음 친구가 마당놀이를 할 수 있으니까. 아쉬운 표정과 한껏 들뜬 표정이 선수 교체한다.

 

 

 

글쓴이: 젤리박

파주에 사는 과몰입 퀴어. 터부와 그 주변의 것에 관심이 많다. 소리를 매체로 무언가를 만들 때도 있다. 도그 워커이며, 노견들이 많이 사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일하고 있다.

https://www.instagram.com/jelly_park_park/?hl=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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