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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동물해방과 장애해방이 연결된 지점

Contents/Interview | 인터뷰

by SOURCEof 2023. 1. 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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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동물해방과 장애해방이 연결된 지점

(연재) 어딘가에서 우리는 만났다. 기록활동가 홍은전 인터뷰 | 나윤  안녕하세요. 박나윤입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은전 저는 기록 활동을 하고 있고요. 원래는 인권 기록 활동이라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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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 |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기 전에 제가 비건이거나 채식 지향인 건 알고 계셨어요?

 

은전 | 그때 당시에 몰랐던 거 같아. 언제 알았을까? 난 나윤이 이런 활동을 한다는 걸 언제 알았지?

 

나윤 | 언제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박나윤이 동물권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는데, 그 순간은 전혀 기억이 안 나는..?

 

은전 | 한참 뒤에 안 것 같아요. 내가 노들에서 활동할 때 말고

 

나윤 | 동물권에 관심 갖기 전에, 장애 운동을 하면서 비건들을 자주 만났잖아요. 임소연도 만나고 현수도 사실 페스코이기는 하지만 관계의 맺음이 있었잖아요. 그런 사람들한테 했던 말 중에 약간 생각나는 발언들이 있어요? 동물권과 관련해서?

 

저 같은 경우는 20살 때부터 완전 비건은 아니지만 고기를 안 먹었고, 페스코를 거쳐서 락토 오버가 됐다가 비건이 된 과정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스무 살 때는 부산에서 장애운동과 빈민운동을 했던 손○○ 언니가 저한테 "너 왜 다른 사람 불편하게 고기 안 먹어?"라고 뭐라고 했던 적이 있어요. 몇 년 뒤에 그 언니가 부분적으로 채식을 하게 되면서 "그때 당시 그런 식으로 말했던 거 미안해. 내가 널 이해 못했어."라고 얘기를 했던 경험이 있었어요. 김○○도 최근에 부분적으로 채식을 하게 되면서 저한테 "사실 몇 년 전에 너의 그런 행동을 잘 이해 못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을 해보니까 나의 행동이 너한테 상처가 되거나 아니면 큰 불편을 줬던 것 같아서 되게 미안하게 생각해" 라고 했던 게 있었거든요.

 

은전 | 나윤은 그럼 그전에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어땠어요.

 

나윤 | 기분은 나쁜데 그냥 내버려두었어요. 오히려 그렇게 내버려두고 있었다가 몇 년 뒤에, 스스로 바뀌면서 저한테 사과를 하거나 아니면 그렇게 미안하다는 액션을 했을 때, 오히려 내가 그때 당시에 감정적으로 강압적으로 강요를 안 해서 참 다행이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강요를 했다면 어떤 사람은 그런 거에 되게 약간 부정적인 인식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거든요.

 

비건 관련 카톡방에서도 그런 내용들이 되게 자주 올라와요. 예를 들어서 은전은 교현하고 같이 살면서 비건을 가족끼리 함께 하니까 더 시너지 효과가 있어서 좋았던 경우인데, 가족 내에서 혼자만 비건인 경우에는 차별받는다고 생각을 하는 등의 경험이 되게 많잖아요.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올라왔을 때, 어떤 상황에서는 시간이 지나가면 그 사람이 스스로 비건이 되면서 바뀌는 경우가 있다는 경험을 공유했어요.

 

은전 |  나는 내가 역으로 궁금해서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임소연하고 김유미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요. 네 근데 특별히 상처가 될 만한 말을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관심이 없었거든. 궁금하지도 않았어요. 나는 비건이라는 것이 아주 훌륭한 사람들이 하는 일로 약간 수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굉장히 훌륭한 캐릭터잖아요. 그런 캐릭터들의 특징이 있잖아요. 나윤이나 진영은 다른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내가 본 채식하는 사람은 되게 소위 말하는 평화주의자였던 거예요. 사람에게 되게 관대하고 모든 만물을 사랑하고 환경 운동에 관심이 있고.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나한테 되게 추상적이었어요. 환경 운동이라는 것이 추상적인 어떤 정의. 아름다움을 위해서 자기의 신념을 가지고 자기 행동을, 자기 생활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난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나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러니까 궁금해하지도 않았어, 그냥 훌륭한 사람은 저런 걸 하나 보다. 약간 나한테는 종교적인 느낌이 있었나 봐. 그리고 몰랐어요.

 

일간 이슬아의 글을 보면 이슬아는 어머니와 굉장히 애틋한 사이인데 본인이 비건이 되고 나서 엄마도 함께 변하고 싶은 거예요. 내가 구교현하고 이렇게 파트너십을 맺었던 것처럼. 근데 자신이 먹는 음식을 하는 엄마니까 엄마랑 비건 강의 이런 걸 같이 간 거예요. 엄마도 같이 갔어요. 딸이 한다고 하니까. 가서 강의를 듣고 엄마가 ‘이건 동물에 관한 이야기구나.’ 이렇게 얘기했다는 거예요. 내가 처음에 그 글을 봤을 때는 ‘이게 무슨 뜻이지?’ 이랬어요. 근데 생각해보니 많은 사람이 비건을 음식에 관한 얘기라고 생각하지 동물에 관한 얘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나도 그랬어요. 사람들이 비건이라고 하면 전부 다 ‘너 우유를 먹냐?’는 이런 부분에 집중을 하잖아요. 근데 그게 아니라 ‘이건 동물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는 부분이 되게 다른 관점의 얘기처럼 들리죠. 몰랐어요. 그게 동물에 관한 얘기인지. 동물도 되게 추상적인 존재였어요. '나 원래 개를 좋아했어, 되게 좋아했는데' 이런 데서 말하는 동물은 되게 추상적인 존재였던 것 같아요. 자연이라는 일부로 존재하는 동물이라는 존재를 별로 관심 있게 여기지 않았고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게 운동이라고 생각했으면 알아야 된다는 생각을 했거나 혹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꼈을 텐데 그렇지 않았어요. 나는 한편으로 아까 나윤이 했던 것처럼 비건을 지향하는 다른 사람이  그때 당시 무지한 나에게 화를 내지 않은 것도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왜 그들은 화를 안 냈을까 이것도 되게 궁금해요. 화가 났을 것 같은데.

 

나윤 | 화가 나요. 사실

 

은전 | 화가 났을 텐데 왜 화를 내지 않았을까? 근데 나는, 동물 해방 운동을 알았을 때가 이미 장애 운동의 현장을 떠나 있을 때니까, 그런 충돌을 할 수가 없었거든요. 충돌할 일이 없었는데 내가 이런 상태로 그 장애 운동가 하고 다른 커뮤니티 안에 속하면 난 어떨지 잘 모르겠어. 모르지만 많이 화가 날 것 같고 어느 지점에서 분명히 타협을 했겠지만 많이 화가 났을 것 같은데. 그때 유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때 임소연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지금 너무 궁금해요. 근데 사실 못 물어보고 있어요. 무서워서. 내가 무슨 소리를 했을지 너무 무서운 거예요. 무지한 내가 무슨 상처를 줬을지.

 

나윤 | 저 같은 경우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어요. 처음 장애운동 활동을 했던 곳이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였어요. 그곳에서 같이 활동하는 사람은 대부분 40대 이상의 남성이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를 제외하고는 모두 장애인 당사자였어요. 제가 동물을 좋아하고 유기견 보호소와 유기견 입양 관련된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을 알고, 고기를 안 먹는다는 걸 아는데도, 제 앞에서 개고기 먹는다는 얘기를 했어요. 이런 상황이 되게 화가 났어요. 그런데 뭐가 있었냐면, 한국에서 장애를 낳게 한다는 명목 하에, 상당히 많은 보신 문화가 일상적인 거잖아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개구리 먹고 뱀 먹고, 이걸 먹으면 장애가 없어지고 되게 정상성과 관련된 미신이 있다 보니 그런 음식을 먹는 상황이 너무 당연한 삶을 살았던 사람한테 ‘고기 먹지 마세요. 이거 동물에 관한 거예요. 기분 나빠요.’라고 화를 내면은 되게 여러모로 불편해지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를 하는 거죠. 그리고 그분들은 악의 없이 한 말이에요. 그 상황에서 ‘이걸 먹으면 우리 부모님이 내 장애가 나을 거라 생각해서 이런저런 음식을 먹었던 적이 있어. 그리고 그런 것 때문에 여러 종류의 보신과 관련된 음식을 먹었는데 개고기는 맛있어.’ 그런 부분이 있어요. 근데 어떤 상황에서는 그것 때문에 화를 낸 적이 한번 있었어요. 저랑 나이가 비슷한 남성 활동가였어요. 한두 살 차이 나는. 장애가 있었고. 페이스북에 고기 먹는 사진을 올린 거고 그게 하필 개고기였어요. 그래서 제가 댓글에 ‘오빠는 내가 고기 안 먹는 거 알고, 동물 좋아하는 거 알고, 내가 하는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익히 아는데 개고기 먹는 사진을 올리면 기분이 좋지 않다. 이런 걸 올리지 말아 달라.’라고 했는데 그거에 대해서 전혀 이해를 못 하는 뉘앙스의 글이 막 나왔어요. 그 상황에서 이제 제가 아까 말했던 부산의 장애운동을 했던 언니가 댓글을 달면서 이런식의 행동하고 글을 쓰는 것이 박나윤에게는 되게 폭력적인 행동일 수 있다는 식의 뉘앙스로 글을 썼어요. 그렇지만 상황에 대해서 이해를 못 하는 거예요. 저는 그 사람하고 페이스북 친구를 끊었어요. 그리고 제 핸드폰에서도 전화번호를 지웠고 따로 연락을 하지 않는데 그 사람은 그 사실 자체를 몰라요. 이 사람이 왜 나한테 화가 났는지? 나한테 왜 연락을 안 하는지?에 대해서 이해를 잘 못해요.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아무리 내가 잘 설명을 하고 얘기를 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공간이 존재 하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 때문에 화를 안 냈거나 그냥 회피했던 적도 있었어요.

 

은전 | 그렇게 해야겠지. 그러지 않으면 거기서 활동을 못하는 거니까. 장애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장애에 대해서 그러니까. 모르지만 그러니까. '그래도 그건 다른 거야'라고 하면서 답을 했을 거잖아요. 그렇죠. 억울해하면서 내가 너를 존중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이게 사실 "동물 죽는 거 마음 아프다는 게 뭔지 알지", "동물 당연히 죽이겠지." 이런 걸 안다고 생각하잖아요.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르는 건데. 그러니까 그냥 모른다는 걸 알면 되는데, 모른다는 걸 모르잖아요. 이 차별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계인데 장애에 대해서도 저는 되게 많이 느끼는 게, 장애 운동이 계속 어쨌든 계속 확산되었으니까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차별의 문제 어느 정도는 좀 알 것 같아.’라고 하지만 사실은 이것도 책 한 권 읽어보는 것과 읽어보지 않은 게 완전히 다르잖아요. 하나씩 하나씩 스텝을 쌓아가면서 이 세상을 이렇게 장애라는 어떤 키워드를 가지고 세상을 완전히 다르게 볼 수도 있다는 것을 a부터 z까지 조금씩 알면서 봐야 되는데 그런 노력을 아무도 하지 않죠. 그리고 자기가 장애에 대해서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되게 기계적이고 그렇죠. 긍정적이고 마음 아파하면 그게 안다고 생각하고. 마찬가지죠, 저는 장애와 동물이 정말로 그런 식으로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사람들이 다 안다고 생각하는 영역,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영역. "장애인을 왜 몰라 tv에 맨날 나오는데" "동물을 왜 몰라 맨날 동네에 돌아다니는 게 동물인데" "그리고 내가 맨날 삼겹살을 파는 가게에 가도 돼지 그림이 있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당연히 알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어떤 환경인데, 대단히 잘못 알 수밖에 없는 사회 환경이죠. 그런 면에서도 정말 비슷한 것 같아요. 근데 이게 한번 딱 알고 나면 설명하기가 너무 어렵잖아요. 나윤은 어떻게 스무 살에 알게 됬어요?

 

 


글쓴이: 나윤

동물이 좋아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동물이 좋아 비건이 된 사람. 동물 중에서는 대동물을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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