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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다이앤 포시가 만든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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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마녀'라는 단어는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마법을 사용하고 저주와 약물제조에 능하여 자신이 아닌 사람을 괴롭히는데 사용하는 여성을 마녀라고 가르켰다. 고대에는 그렇게 나쁜 의미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기독교 문화가 퍼진 뒤부터 '마녀'라는 단어는 매우 부정적인 의미로 나쁜 여성을 의미했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마녀가 존재했다. 아프리카에서 고릴라를 연구했던 다이앤 포시이다.

 

 

 

다이앤 포시는 1932년 미국에서 태어나 1974년에 케임브릿지 대학교에서 동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물학과 관련된 학위를 받기 전부터 중앙아프리카로 이주하여 영장류 중 하나인 고릴라를 연구한다. 전세계적으로 제일 유명한 영장류 학자는 침팬지를 연구한 제인 구달이고, 오랑우탄을 연구한 비루테 갈디카스도 아직 살아있지만 스스로 마녀이자 미친년으로 불렀던 다이앤 포시처럼 강렬하게 투쟁한 사람은 없다.

 

다이앤 포시의 고릴라 연구서 '안개 속의 고릴라'에는 그녀가 중앙아프리카로 이주하여 연구한 고릴라에 대한 내용이 쓰여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 내용만 적혀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 쾰른 동물원에서 아프리카인에게 사주한 새끼 고릴라 밀렵, 경작지를 만들기 위해 고릴라의 영역을 침범하는 아프리카 농부에 대한 내용 또한 쓰여있다. 다이앤 포시는 스스로 마녀가 되어 밀렵당한 새끼 고릴라를 '훔쳐' 야생으로 돌려보내려고 노력하였고, 고릴라의 땅을 침범한 인간 마을을 방화하는 기행을 벌이기도 한다. 다이앤 포시가 르완다에 연구 캠프를 차린 1967년, 아프리카에 남아있던 산악고릴라 개체 수는 240마리였고 누가봐도 멸종 위기라고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릴라의 개체수는 점점 줄어드는데, 인간의 친입으로 고릴라가 살 땅도 편히 쉴 수 있는 공간도 없어 스트레스로 고릴라의 출산율이 떨어지거나 영아살해 현장이 목격되기도 하였다. 게다가 유럽 동물원의 요청으로 밀렵꾼이 새끼 고릴라를 잡기라도 하면, 목표물이 된 새끼 고릴라를 제외한 해당 집단의 모든 성체 고릴라가 사망하는 사건도 비일비재했다. 다이앤 포시가 마녀가 되는 길을 자처한 것도 죽어가고 줄어드는 고릴라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고릴라를 죽이는 사람을 괴롭혀 쫓아내는 것 외에는 답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행각 때문에 다이앤 포시는 르완다 정부에게 입국금지 처분을 받고, 한 동안 고릴라 연구를 하러 복귀하지 못하기도 하였다.

 

 

 

1984년 르완다는 다이앤 포시의 입국을 다시 허락하였다. 다이앤 포시가 현장에 복귀하여 평화롭고 안전하게 고릴라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다면 그녀는 아직 살아있었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1985년 그녀는 캠프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아직도 '누가',  다이앤 포시를 죽였는지 알 수 없고 살인 용의자로 체포되었던 밀렵꾼 역시 무혐의로 풀려났다. '누가' 그녀를 죽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왜' 죽였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고릴라 밀렵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투쟁하며, 고릴라를 보러오는 백인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돈벌이마저 고릴라의 안전을 위해 반대하는 열혈 활동가를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이앤 포시가 연구한 산악고릴라가 살았던 지역은 우간다, 르완다, 콩고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볼캉 국립공원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나라 GDP가 500억달러도 되지 않는 극빈국이다. 세 나라 중 제일 잘 사는 나라인 우간다의 2021년 GDP는 404.3억달러이며 같은 기간 콩고의 GDP는 125.2억달러, 르완다의 GDP는 110.7억달러를 기록한다. 한국의 2021년 GDP는 18,102억달러였다. 어떤 국가의 국내총생산을 합산한 GDP 지수가 그 나라의 경제력이나 삶의 질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모든 지표는 아니지만 꼭 GDP가 아니더라도  우간다, 르완다, 콩고는 장기간의 내전이나 가뭄 등으로 국민의 삶이 피폐해져 있는 상황임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르완다는 내전의 상처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고, 우간다는 1일 1-2차례의 강간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콩고민주공화국은 내전과 정치의 불안정한 상황 때문에 세 나라 모두 UN에서 지정한 최빈국 목록에 올라가있다. 모든 나라가 고릴라의 개체수 회복과 복지를 생각을 할 수 없는 이유는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인간동물의 삶조차 피폐하여 인간동물이 멸종위기이기 때문이었다. 비인간동물의 안녕을 위해서 인간동물의 안녕이 필요한데 그 누구도 안녕하지 못한 상황이다보니 결국 다이앤 포시가 마녀가 되어 전쟁을 벌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이앤 포시가 살해되었지만 고릴라와 다른 야생동물을 위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한국어로 번역은 되지 않았지만 우간다 출신 수의사로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실천하는 세계적인 여성 환경운동가 글래디스 칼레마 지쿠소카가 2023년 3월 21일 고릴라와 함께 걷기(Walking With Gorillas)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글래디스 칼레마 지쿠소카는 영국 런던대학교 왕립 수의대에서 수의학을 전공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에서 수의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인간이 동물에게 전파하는 질병 연구의 전문가가 되었다. 그녀의 연구 덕분에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영장류 마운틴 고릴라 보호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과거의 어떤 한 사람의 미친 전쟁이 현대의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서 야생동물과 나라와 자연을 위한 다음 발자국을 내딛을 밑거름이 되었다면, 그건 미친 전쟁이 아니다. 태양과 같은 뜨겁고 강렬하며 커다란 빛이다.

 

 

 

 

글쓴이: 나윤

동물이 좋아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동물이 좋아 비건이 된 사람. 동물 중에서는 대동물을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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