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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동물해방과 장애해방이 연결된 지점

Series/장애 ---- 동물

by SOURCEof 2023. 1. 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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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 | 안녕하세요. 박나윤입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은전 | 저는 기록 활동을 하고 있고요. 원래는 인권 기록 활동이라고 했었어요. 그런데 칼럼이 어느 순간부터 동물 예를 계속 쓰고 있는거에요. 그래서 나의 직함과 내가 하는 일이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서, 나의 직항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고민을 했어요. 인권을 빼야 하나 생각하다가, 그냥 전략적으로 ‘동물권을 더 넣는 게 낫겠다.’라고 생각해서 '인권 동물권 기록 활동가'라고 신문에 쓰고 있어요. 뭐 이것저것 기록을 하고 있어요. 보통 인터뷰하고 구술 기록하는 일을 합니다.

 

나윤 | 원래 인권 활동으로 시작을 맨 처음에 하셨던 거죠.

 

은전 | 그렇죠 장애 운동을 한 거죠. 장애 운동은 보통 저희는 인권이라고 또 딱히 부르지 않고 장애 운동 장애 당사자들의 권리를 하나씩 하나씩 쟁취하는 그런 운동을 했었죠.

 

나윤 | 원래 노들(노들야학)에서 활동하셨잖아요. 그래서 노들야학에서 활동과 관련된 책도 쓰셨었죠. 사실 나윤이라는 사람이 맨 처음에 은전 만난 게 제가 거의 스무살 때로 기억을 해요. 그때 활동할 때 은전이 딱히 동물을 좋아하거나 아니면 동물권에 관심이 전혀 없었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어느 순간 은전이 ‘고양이를 키우면서 동물에 관련된 활동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고양이가 착한 고양이는 아니었던 걸로 얘기를 들었는데 ‘어떻게 된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요.

 

은전 | 고양이가 착한 고양이가 아니어서 이 사단이 나는 거죠.

 

나윤 | 왜 그렇게 됐나요?

 

은전 | 착한 고양이였으면 나는 안 바뀌었을 수 있을 것 같아

 

나윤 | 진짜요? 어떤 의미에서요?

 

은전 | 물론 다시 돌아가 보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고양이가 이제 임시보호로 나한테 맡겨졌고 3개월 된 고양이였는데 사람 손을 장난감으로 아는, 그래서 자꾸 덤비는 고양이였어요. 많이 물고 할퀴고 그래서 잠을 잘 못 잤어요. 그 고양이가 이불 속으로 들어와서 할퀴고 여름에 왔는데 다 이렇게 반팔 입고 있을 때잖아요. 얇은 옷 입고 있는데 이불 속에 들어와서 할퀴고 이러니까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서 내가 얘랑 어떻게 살지 이런 고민이 되게 심각하게 들었어요. 

 

정말로 근데 이제 내가 이제 윤경이(인권활동가이자 은전에게 고양이 임시보호를 요청한 사람)는 나한테 그 고양이를 맡길 때 ‘책임지고 입양을 보내주겠다. 그러니까 걱정 말라.’라고 해서 제가 받은 거예요. 사실 배우자인 남편이 ‘고양이랑 같이 살아보고 싶다’는 얘기를 계속 몇 달 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윤경이한테 들어간 거예요. 그러니까 윤경은 이 집이다 하고 고양이를 보낸 거죠. 그래도 나는 ‘우리가 입양할거야.’라고 마음먹고 받은 게 아니었어요. 그런(입양한다는) 결정이 되게 무섭잖아요. 그래서 계속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이 고양이가 예쁘지만 너무 무서웠어요. 

 

누구한테 입양을 보낼 때 ‘이 고양이 굉장히 사랑스러운 고양이입니다.’ 이렇게 보내야 되잖아요. ‘굉장히 싸나운 고양이다.’ 이렇게 보낼 수 없잖아요. 이상한 집을 팔 때 ‘이 집은 괜찮고 좋은 집입니다’라고 말하며 파는 것 처럼, 거짓말로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 해서 입양 보낼 수가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물고 할퀴는 고양이를 누구한테 보내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입양을 보내는 부분에서 마음속으로 거부감이 심했어요. ‘남의 집에 보낼 수 없으니까 얘랑 같이 살아야 되나? 근데 얘랑 살면 얼마나 어떡하지?’ 이런 것 때문에 얘랑 같이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되지를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고민을 하고 임시보호를 하던 2-3주 동안 애정도 생겼고 얘를 남의 집에 보내서 파양이 되거나 그러는 것도 좀 안타깝기도 하고 왠지 얘랑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서 입양을 했죠. 

 

그리고 나서도 계속 할퀴고 공격을 해서 힘들었어요. 그래서 책도 보고 공부도 많이 하고 그러느라고 사실 바뀐 거죠. ‘얘랑 어떻게 해야 되지? 얘가 대체 왜 이러지? 얘는 나를 좋아하는 건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지금은 알죠. 고양이를 보면 좋아서 나를 지금 놀자는 거구나 화가 나서 공격하는 거구나 이런 걸 구분할 수 있는데 그 때 당시는 그것조차 구분이 안 됐어요. 그러니까 이제 내가 같이 살 방법을 모르는 거죠. 그걸 배우려고 정말 이렇게 잠을 잘 못 자가지고 다크 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와서 주변에 고양이 키우는 사람만 만나면 사람들한테 ‘그 집 고양이도 물어요?’ 계속 물어봤어요 ‘그 집 고양이도 물어요? 무는 고양이와 함께 계속 살 수 있나요?’ 이러면서 정말 절박하게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다녔어요.

 

나윤 | 저는 은전이 고양이를 키우면서 비건을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되게 놀랐어요. 많은 사람이 동물을 키우면서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동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동물권 활동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종종 있어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건까지 확 바뀌는 사람들은 거의 없거든요. 동물권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되게 좋은 변화인데 어떻게 ‘비건으로까지 확 빠르게 확산이 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은전 | 약간 계단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내가 고양이랑 만나기 전에 일간 이슬아의 구독자였어요. 이슬아씨가 그 글을 쓰던 당시에 비건이 되었어요. 매일매일 이슬아의 글을 아침마다 읽었는데 글이 되게 재밌거든요. 엄마 이야기, 친구 이야기, 요즘 20대는 어떻게 사는지, 글 쓰는 건 얼마나 어려운지 이런 얘기를 그냥 재밌게 항상 봤어요. 근데 어느 날 갑자기 비건 이야기가 나온 거예요. 자기가 비건이 됐다. ‘아무튼 비건’이라는 책을 읽었고 생각해 보니 우리 고양이도 나처럼 눈이 부시면 눈을 감고, 무서우면 울고, 배고프면 짜증을 내고, 좋으면 막 안기고 이러는데 그래 고양이도 나처럼 슬픔을 느끼고 기쁨을 느끼겠지. 고양이가 그러면 돼지도 닭도 그렇겠지. 이런 식의 글이었어요. 그걸 보고 그냥 그 순간에 ‘비건이라는 것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이런 식으로 책을 읽고 동물과 함께 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결심을 하고 바뀌는구나. 그냥 그냥 그냥. 수많은 글 중에 하나였는데 인상적이었어요. 그러면서 나는 ‘고양이를 키우면 비건이 되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사실 당연히 아니죠. 이슬아 작가도 고양이와 산 지 몇 년이 되었는데 비건이 된 건 ‘아무튼 비건’을 읽었을 때였거든요. 그러니까 꼭 고양이와 함께 산다고 비건이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그런 공식이 생긴 거예요. ‘고양이를 키우면 비건이 되나?’ 이런 게 하나 있었고 그러고 나서 몇 달 뒤에 우리 집에 고양이가 왔을 때 ‘난 비건이 될 건가?’ 그런 생각이 그냥 있었죠. 그렇지만 ‘비건이 되었다.’ 이런 생각은 전혀 없었고 고양이와 함께 살기 시작했을 때는 너무 정신이 없었어요. 진짜 집에 아기가 하나 들어온 거였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잠도 못 자고 그러면서 몇 달이 지났어요.

 

제가 글에서 썼었는데 고양이가 물고 할퀴는 것을 교육시키는 방법도 인터넷에 보면 되게 많은데 주로 고양이에게 겁을 주는 낡은 방식이에요. ‘고양이가 싫어하는 레몬 같은 향을 뿌린다.’  혹은 ‘안 돼’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고양이 참교육’ 같은 상당히 폭력적인 방식 같은거요. 근데 내가 봤던 내용 중에 하나는 ‘고양이에게 물리는 즉시 공간을 분리해서 안 된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었어요. 내가 인식했던 가장 중요한 건 뭐냐 하면 태도가 되게 일관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네가 좋건 기분이 좋건 싫건 이 행동을 기쁘게 넘어가줄 수 있건 아니건 간에 무조건 물면 안 된다고 하고 공간을 분리하는 거니까 이게 사람을 대하는 태도하고도 되게 똑같잖아요. 어린아이를 대하는 태도하고도 되게 똑같아서 내가 기분 좋으면 막 다 참아줬다가 내가 화가 나면 막 화풀이를 했다가 이런 방식이 아니라는 어떤 힘 조절을 하는 것이었어요. 

 

이 고양이랑 같이 살면서 ‘언어가 통하지 않는 존재’랑 만나서 내가 어떻게 관계 맺고 어떻게 이 존재의 행동을 내가 해석하고 내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해주는 그런 시간이었어요. 그 시간이 그래서 내가 힘을 쓰지 않는 힘을 다르게 쓰는 방식인 거죠. 그런 방식으로 고양이에게 타임아웃이라는 걸 계속 했어요. 사람이든 고양이는 금세 바뀌는 게 아니니까 여름과 가을이라는 시간 동안 몇 달간 방에 잘 갇혔죠. 내가 나를 방에 가뒀어요. 고양이를 가두는 게 아니라 내가 방 안에 가둬서 방 안에 있으면 할 일이 없으니까 근데 또 금세 나가면 안 돼요. 나윤도 고양이랑 같이 사나요?

 

나윤 | 저는 고양이 말고 강아지와 함께 더 많이 살았어요. 고양이와는 함께 산 적이 없어요.

 

은전 | 고양이는 금세 나가면 안 돼요. 최소 30분 방 안에 있어야 되고 물리는 즉시 방 안으로 들어가야 되니까 핸드폰도 찾으면 안 되고 핸드폰 없이 방 안에 계속 들어가야 되는 거야. 하루에 12번 물면 12번 들어봐야 되고 일도 못하고 그러면서 이제 그 방에서 어떻게 하면 시간을 잘 보낼까 하다가 책을 읽은 거예요. 다른 책을 읽었으면 지금의 나는 다른 모습이었겠지만 ‘아무튼 비건’을 언젠가 한번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내가 ‘이 동물과의 관계를 어떻게 잘 해야 되나.’를 고민할 때 그 방 안에 들어갔으니까 그 책을 읽기가 최적의 장소였던 거죠. 그래서 ‘아무튼 비건’을 읽고 나와서 고양이 보고 다시 또 들어가서 또 책을 읽고 그랬어요. 거기서 ‘고기로 태어나서’(한승태, 시대의창, 2018)도 읽고 고양이 관련 책도 많이 읽었어요. 많이 갇혔다는 뜻이죠. 고양이가 나를 많이 물었다는 뜻이죠. 

 

그 방 안에서 책을 읽고도 내가 비건이 돼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이해는 했죠. 이게 어떤 세계인지. 그리고 되게 재밌었고 그 방을 나와서 고양이를 계속 관찰했어요. ‘고양이를 부탁해’ 이런 TV 프로그램을 보면 ‘집사가 탐정이 돼야 된다.’ 이런 말을 많이 하거든요. 고양이를 계속 관찰하라고. 사실 이거 장애도 똑같잖아요.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지금 무엇이 불편한지 자기의 언어로 설명하면 우리가 못 알아들으니까 방법은 관찰하는 수밖에 없고 오래 관계 맺은 사람이 그걸 빨리 알아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 그런 관계를 통해서 배우는 거잖아요. 계속 고양이 꼬리도 보고 꼬리를 이렇게 하면 나를 좋아하는 거라던데 막 이런 걸 계속 보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그게 새로운 언어 새로운 관계 새로운 행동 그런 관계를 배우는 게 너무 재밌었고 그러고 나서도 그냥 이제 조금씩 알게 됐죠. 그러면 유미는 이런 걸 알아서 고기를 안 먹었던 거야, 임소연도 그래서 고기를 안 먹었구나.  나는 그런 거 한 번도 궁금해 본 적이 없고 질문도 안 해봤는데 그들은 이래서 비건을 한 거였구나. 

 

사실  ‘나 진짜 그 고기를 안 먹어봐?’ 이런 고민을 했을 때도 특별히 계기가 없었어요. ‘언젠가는 한번 시작을 해볼까’ 이런 고민이 있었는데 시작이 어려웠어요. 그러다가 카라(은전이 키우는 고양이 이름)가 온 이야기로 시작하는 칼럼을 쓰게 됐고 그 칼럼의 결론을 어떻게 지어야 될지 모르겠는 거예요. 나는 사람으로 글을 써봤지 동물이 주인공인 글을 써본 적이 없으니까 동물로 시작하는 글쓰기의 결말은 어떻게 되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유기동물을 보호하자.’, ‘고양이를 사지 말고 입양하시라.’ 뭐 다양할 수 있잖아요. 근데 어느 것도 사실 내가 살아온 방식이 아니니까 어느 결론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근데 고기를 안 먹겠다고 선언할 자신도 별로 없었어요. 그게 또 운동인지도 잘 몰랐고. 그 시점에 뭐 DxE의 영상과 동물해방물결에서 ‘탈육식을 선언하라.’라는 내용의 카드 뉴스 같은 것을 봤고 그러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쓴 거에요. 그때 그 칼럼 마지막에 ‘살아있는 모든 동물은 계속 살고 싶어 한다. 그런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썼는데 사실은 그 결론을 쓸 때도 되게 기계적이었어요. 그걸 머리로만 알았지 내가 마음으로 이해한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 결론을 쓸 때 부끄러웠어요. 내가 고기를 안 먹겠다고 선언하는 그 과정이 너무나 자의적이고 따라 한 거예요. 어떤 운동의 구호를 따라 한 거예요. 

 

근데 나는 글을 그렇게 쓰지 않거든요. 내가 실천하지도 않는 행동으로 그렇게 글을 쓰면 얼마나 부끄러운데... 근데도 그렇게 쓸 수밖에 없었어요. 고양이로 시작한 글을 끝맺는 방법을 모르겠는 거예요. 칼럼은 마감이 닥쳐서 ‘에라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다.’ 하면서 썼어요. 언젠가는 한번 해보려고 했는데 그럼 시작하지 뭐라는 생각으로. 그때도 비건는 아니었어요. 그냥 ‘고기를 안 먹겠다.’였고 나한테 고기랑 그냥 덩어리 고기였어요. 신문을 읽고 남편이 ‘너 고기 안 먹을 거야?’라고 했어요. 구교현(남편)은 그 전부터 나랑 계속 ‘고기를 안 먹는 걸 한번 해볼까?  그래도 완전히 안 먹을 수는 없겠지? 그래도 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얘기를 계속하고 있었어요. 계속 이게 회전문 같은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전 신문에서 그렇게 써버린 거죠. 그래서 구교현은 너무 서운해 했어요.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왜 너 혼자 했어?’였죠. 근데 나는 ‘너랑 협의할 수가 없었다. 나는 마감을 했어야 되고 너가 안 해도 난 했어야 했다.’라고 이야기가 되었죠. 신문에 이렇게 썼어야 돼요. 결론을 내야 되니까. 진짜 나는 구교현한테 너 하라 말라 할 생각이 없었거든요. 사실 되게 미안했어요. 협의하지 않은 거에 대해서. 

 

근데 교현은 ‘할 거면 같이 해야지.’ 이런 마음이 있어서 한 일주일 약간 좀 심통이 나 있더니 그럼 ‘나도 비건을 하겠다.’고 해서 같이 하게 됐어요. 같이 하게 된 게 또 되게 중요했던 게 교현이 ‘할 거면 오늘부터 안 먹어야지. 계란과 우유도 다 안 먹어야지.’ 라고 이렇게 한 번 또 점프를 한 거예요. 근데 생각보다 그 점프가 되게 큰 거였더라고요. 정말 큰 거더라고요. 나는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약간 구교현이 나한테 자극을 한 거예요. ‘뭐 고기 안 먹을 거 우유도 먹지 말아야지 계란도 먹지 말아야지.’ 이렇게 말을 해서 ‘내가 뭐야.’ 이러면 어떤 승부욕 같은 것이 발달이 돼서 한 거예요. 

 

딱 해보고 나서 알았어요. 이건 정말 다른 세상이구나. 모든 것이 문제가 됐구나. 내가 먹고 사는 모든 걸 바꿔야 되는 문제구나. 그때는 이제 물살이는 안 끊었을 때임에도 불구하고 그러면서  시너지가 됐어요. 나중에 내가 억울했어요. 구교현은 원래 우유랑 계란 알러지와 아토피가 있어서 우유와 계란이 함유된 음식을 잘 안 먹었거든요. 그러니까 우유와 계란을 끊는 것은 쉬웠던 거예요. 나는 뭔가 당한 느낌인 거예요. 근데 교현은 회를 되게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내가 ‘나는 어렵게 우유 계란을 끊었으니까 너(구교현)도 나처럼 고생은 한번 해봐야지’라고 해서 그럼 너(구교현) 물살이도 우리 함께 먹지 말자라고 해서 같이 끊었어요. 어떤 동료가 옆에 있어서 좋았어요. 

 

좋았고 어려웠지만 재밌었고 그러다가 이제 DxE 모임을 나가게 되면서 완전히 해방된 어떤 그룹을 만난 거죠. 내가 이렇게 힘들게 끊어온 모든 것이 기본값인게 상당히 다른 경험이잖아요. 여기서는 내가 얼마나 이걸 힘들게 끊었는지가 하나도 안 중요한 거야. 하나도 안 중요하고 그런 말을 하지도 않고 계속 동물의 얘기를 하는 완전히 새로운 관계를 경험한 사람들의 네트워크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이 새로웠어요. 그전까지는 ‘물에 한 번 들어가볼까? 더 들어가 볼까?’ 였는데 DxE 커뮤니티를 만났을 때는 바다를 만난 느낌이었어요. 완전 이런 세상이 있구나. 이렇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구나.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이렇게 태연하고 평화롭게. 그 공간만 나가면 말도 안 되는 얘기잖아요. 

 

그것이 너무나 상식인 세계. 장애도 똑같잖아요. 장애도 세상 사람들이 중증 장애인이 학교 다니고, 시설 안 가고, 똑같이 이동하고, 똑같이 교육받고, 똑같이 일자리 갖고 이런 거 상상 못하잖아요. 동물운동과 장애운동도, 두 세계를 왔다 갔다 하는 느낌과 되게 비슷했어요.

 

 

 


글쓴이: 나윤

동물이 좋아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동물이 좋아 비건이 된 사람. 동물 중에서는 대동물을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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