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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는 물지 않아요, 근데 제가 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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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RCEof 2022. 12. 3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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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없어 고양이(강아지), 사람들 다 있는데 나만 없어

 

2020년 말 기준으로 한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1,448만 명이고 이는 전체 가구의 29.7%(604만 가구)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코로나가 끝났다는 가정 하에 5명이 모이면 3~4명은 "나만 없어 고양이(강아지)" 유행어를 외친다는 말이다.  

 

출처 : 황원경, 송광표,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 kb금융지주 : 경영연구소, 2021.

 

 

한국에서는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018년 3조 원을 돌파하면서 육아용품 시장 규모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반려동물 시장이 107조가 넘는 미국의 경우 반려동물이 있는 가구 비중은 67%(8,490만, 2019년 기준)다. 배구공(wilson)도 반려동물로 생각하는 나라다운 규모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영화 4편을 소개한다.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선 조금 과한(또는 과격한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소 영화적 과장이 들어갔지만,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감정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는 펫 휴머나이제이션(Pet Humanization) 트렌드를 몸소 실천하는 이들의 이야기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1. 존 윅(John Wick, 2014)

영화 <존 윅>은 <레옹>, <맨 온 파이어>, <테이큰> 계열의 조용히 살고 싶은 능력자 주인공의 소중한 것을 빼앗아 빡치게 만든 뒤 주인공이 모든 것을 조져버리는(전남 방언) 복수 액션 영화다. 한국 영화로는 <악마를 보았다>, <아저씨> 등이 있다. 다만 <존 윅>이 다른 한 가지는 주인공의 소중한 존재가 반려동물이라는 것이다. 한국보다 반려동물 문화가 더 일찍 자리 잡은 미국이니까 나올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도 2021년 기준으로 반려 가구의 88.9%, 일반 가구의 64.3%가 반려동물도 가족의 일원이라고 생각하는 시대이다.(2021 한국반려동물 보고서)

 

 

그렇다고 반려동물을 죽인 악당들 뿐만 아니라 그 조직원까지 포함해 83명을 죽인 것은 조금 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액션 오락영화임을 감안하고, 그 반려동물이 죽은 아내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며, 자신을 킬러가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비빌 언덕이었다고 한다면 그의 분노가 83에서 멈춘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전설적인 살인청부업자 '존 윅'이 사랑하는 '헬렌'을 만나 은퇴하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행복할 줄 알았던 결혼생활은 '헬렌'이 불치병에 걸리면서 막을 내리게 된다. 혼자가 될 '존 윅'을 걱정한 '헬렌'은 죽기 전에 그의 앞으로 강아지 한 마리를 맡긴다.

 

강아지와 함께 배달된 편지지에 데이지가 그려져 있다
존 윅은 강아지를 데이지라고 이름 짓는다

 

 

존, 직접 곁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해, 하지만 누군가는 사랑할 대상이 있어야지. 이 아이부터 시작해... 사랑해 여보, 내 병 때문에 오래 불행했는데 난 이제 평화를 찾았으니 당신도 찾아봐

 

 

사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데이지'는 10분도 등장하지를 않는다. 영화 속 시간으로도 3일밖에 함께 있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양들의 침묵>에 단 16분만 등장하고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한니발 렉터'처럼 '데이지'도 인상 깊은 열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존 윅'이 상처를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안겨준다. 아무리 냉철한 킬러라도 아침에 뽀뽀 세례를 퍼붓는 강아지에겐 무장해제되고 마니까 말이다. 그러나 장난치거나 맛있는 걸 사주거나 잘해 줄 틈도 없이 '데이지'는 강도들에게 맞아 죽고 만다. 불시의 일격이라 '존 윅'도 기절하고 마는데 깨어나 보니 '데이지'가 죽기 직전에 '존 윅'에게 기어와 쓰러져 있다. 드디어 침대에서 함께 자게 되어 기뻤던 '데이지'가 마지막까지 주인 곁에서 자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존 윅은 데이지를 묻어주고 나서 본격적인 복수에 나선다

 

제작사는 강아지가 죽는 장면이 영화와는 관계가 적다고 편집하려 했으나 감독과 각본가가 꼭 필요한 장면이라 주장한 끝에 남길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전략은 대성공을 거두었는데 개를 사랑하는 미국 관객들이 그 장면을 보고 존 윅의 분노에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총기가 허가된 나라라고 해도 총을 든 미국 사람이 모두 존 윅과 같지는 않겠만, 남의 반려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도 존 윅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2.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2007)

여기 <존 윅>과 마찬가지로 강아지와 단 둘이 남겨진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로버트 네빌', 전설이 되어 인류를 구한 남자의 이야기다.

 

 

<존 윅>에서 주인공이 아내에게 반려동물을 선물 받았다면, <나는 전설이다>에서는 딸에게서 강아지 '샘'을 건네받았다는 점이 닮아있다. 이처럼 반려 가구가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친구나, 지인을 통해 분양받게 된 경우가 44%로 가장 많다고 한다. 그리고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 경우도 '가족이나 자녀가 원해서 18.7%'가 '동물을 좋아해서 32.7%'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2021 한국반려동물 보고서) 물론 한국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두 영화 모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려가구 유형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단, 킬러와 좀비가 흔한 세상이 아닌 것이 아주 많이 다를 뿐이다)

 

영화 속 시점은 2012년으로 지구가 멸망한 해이다. 왜 멸망했는지 요약하자면 3년 전에 암을 치료했다고 나온 약이 바이러스로 돌변해 대부분의 환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말았다. 이 바이러스는 공기 중으로 전염이 되면서 전 인류가 감염되고 말았고, 그중 일부의 환자들에게서는 변이가 일어나 죽음 대신 좀비를 탄생시켰다. 주인공 '로버트'는 유일하게 면역력이 있는 미합중국 육군 중령이자 과학자이자 액션이 가능한 마지막 인류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마지막 인류의 반려동물 '샘'이 있다.

 

딸이 아빠를 지켜주라며 강아지 샘을 건넨다
살아남은 로버트는 샘의 건강을 위해 야채를 먹인다

 

바이러스를 없앨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로버트'의 일상은 이렇다. 집에서 운동을 하며 신체를 단련하고, 단백질 보충을 위해 '샘'과 함께 사냥을 나서고, 남는 시간에는 아무도 없는 가게에 들려 영화를 빌리거나 정박해 있는 항공모함 위에서 골프 연습을 한다. 그리고 수색을 통해 좀비를 생포하여 지하에 있는 실험실에서 백신 개발에 몰두한다. 경제활동을 할 필요는 없지만 생각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는데 이 모든 활동을 '샘'과 함께 한다. 마네킹과 대화를 시도하는 그에게 만약 '샘'이 없었다면 3년이라는 시간을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 정신장애를 겪을 위험은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에 비해 1.39~2.43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연구팀은 우울증상을 완화하는데 약물보다 반려동물과의 친밀한 관계가 더 효과가 있으며, 사람이 큰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반려동물에게 의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을 지켜주다 바이러스에 감연된 샘을 마지막으로 껴안고 있다

 

'로버트'가 '샘'을 얼마나 아끼는지는 영화 내내 확인할 수 있다. 노루(?)를 쫓다가 '샘'이 어느 아파트에 따라 들어가게 된다. 아파트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을씨년스럽고 금방이라도 좀비가 나타날 것만 같다. 하지만 '로버트'는 자신이 마지막 인류임을 잊어버린 채 '샘'을 구하기 위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아파트로 뛰어들어가 '샘'을 데리고 나온다. 그리고 좀비들에게 역습을 당해 위기에 처한 순간에 '샘'이 '로버트'를 구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마는데, '로버트'는 '샘'이 좀비로 변하는 순간까지 끌어안은 채 조금이라도 더 온기를 나누려고 한다. 좀비로 변하고만 '샘'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하는데 이 연기가 '윌 스미스' 배우의 최고의 연기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샘'을 잃은 '로버트'는 '존 윅'처럼 복수를 다짐하지만 그는 아직 전설이 되지 못한 평범한(?) 사람이기에 좀비에게 죽을 위기에 처한다. 이때 바이러스에서 살아남아 있던 '안나'와 '이든'이 나타나 그를 구해 '로버트'의 집으로 향한다. 정신을 잃은 '로버트'가 깨어나자 '안나'와 '이든'은 식사를 준비했다며 '로버트'에게 베이컨과 스크램블을 건넨다. '안나'는 '로버트'에게 생존자들이 있고 자신들은 그곳으로 향해 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는데 '로버트'는 모든 사람이 죽었다며 그럴 리 없다며 화를 낸다. "잠시 혼자 있고 싶다"며 자리를 비켜달라던 '로버트'는 갑자가 베이컨 얘기를 꺼내며 아껴뒀던 거라고 감정을 표출하고 만다. 당연히 아껴두었던 베이컨을 생명의 은인인 '안나'와 '이든'이 먹었다고 화를 낸 것이 아니다. "잠시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하는 순간 이제는 더 이상 함께하고 싶어도 함께 할 수 없는 '샘'이 떠올랐을 것이고, 건강을 위해 야채만 먹였지만 특별한 날을 위해 챙겨주려 했던 베이컨을 보자 '샘'이 미친 듯이 보고 싶었을 것이다.

 

 


 

 

3. 소년과 개(A Boy And His Dog, 1975)

<소년과 개>는 <나는 전설이다>와 같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 영화다. <소년과 개>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세계 4차 대전으로 인한 멸망으로 <나는 전설이다>보다 12년 후인 2024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매드 맥스>의 분위기와 더 닮아있다. 핵폭발 장면으로 시작하는 첫 장면 이후 보이는 건 사막의 황폐한 모습으로 도시의 흔적은 볼 수 없다. 실제로도 <매드 맥스> 시리즈보다 먼저 나와서 영향을 많이 줬다고 한다.

 

4차 대전은 5일 동안 진행되지만 모든 것을 앗아간다
폐허가 된 지상에 남은 빅과 블러드

 

주인공 '빅'은 <나는 전설이다>의 '로버트'처럼 그의 반려동물 '블러드'와 대화를 나누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진짜 대화를 한다는 점이다. '블러드'는 사람의 지능을 갖고 있고 텔레파시를 통해 '빅'과 대화를 한다. 그리고 둘 사이는 '로버트'와 '샘'처럼 친구처럼 서로 각별하거나 '존 윅'과 '데이지'처럼 보호자와 애교 부리는 반려견의 관계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공생 관계라는 것도 차이점이다. '빅'은 '블러드'에게 먹을 것을 공급해주고 '블러드'는 후각과 청각을 이용해 '빅'에게 여자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점점 도대체 무슨 영화인지 감을 잡기 어려울 수 있을 텐데, 이 영화가 <매드 맥스>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한 가지만 더 부연 설명하자면 '블러드'가 '빅'보다 훨씬 똑똑하다. '블러드'는 '빅'에게 역사를 가르쳐주는 등 생존을 위해 다양한 것들을 알려주는 보호자 역할을 한다. 그리고 "꿈의 언덕"이라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빅'에게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빅'은 "희망"을 믿지 않는다.

 

항상 티격태격 하지만 '빅'과 '블러드'는 생사를 넘나들며 먹을 것을 구하고, 배불리 먹었을 때는 유흥을 즐기기도 한다. 핵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세상이지만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있으며 '빅'은 영화 보는 것을, '블러드'는 팝콘 먹는 것을 즐긴다. 영화 값은 돈 대신 먹을 것으로 지불한다. 개도 영화관에 출입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값을 똑같이 지불해야 한다. 영화관에 온 '빅'과 '블러드'가 여자를 발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블러드'의 후각으로 인해 '퀼라 준'을 발견한 '빅'은 그녀를 몰래 따라가 벙커까지 가는데 이때 여자를 노리는 추격자들이 오면서 생사를 건 결투를 하게 된다. '블러드'는 겉으로만 봐서는 우리나라 토종견종인 삽살개를 많이 닮았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전투 능력도 상당하다.

 

블러드는 영화를 보다가 후각으로 퀼라 준을 발견한다
죽는 것보다는 자신과 함께 있는 게 낫다며 설득하는 빅

 

혼란을 틈타 도망치려는 '퀼라 준'을 '빅'이 다시 붙잡으며, 자신은 다른 나쁜 놈들보다는 덜 나쁘다며 그녀를 안심시킨다. 그리고 잠시 숨어있는 사이 급격한 전개로 '블러드'가 끔찍하다고 말하는 "교배"를 수행한다. 옛날 영화라 스토리라인이 허술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전이 숨어 있다. 급격히 친해져 연인이 된 '빅'과 '퀼라 준'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벙커에 잠시 머문다. 이때 '퀼라 준'은 지하 세계에 가봤냐고 '빅'에게 물으며 좋은 곳이라고 들었다며 자신과 함께 가자고 말한다. '빅'은 '퀼라 준'에게 빠져들지만 지하세계에 '블러드'를 데려갈 수 없다는 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바깥 상황이 안정되고 '블러드'가 '퀼라 준'을 놓고 빨리 빠져나가자고 말하면서 '빅'은 갈등하기 시작한다. 이때 '블러드'와 '빅'이 말다툼을 하는데, 사실 '블러드'의 대사는 내레이션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빅' 역할을 한 돈 존슨은 혼자 말하고 혼자 감정을 표출해야 했다. 그 덕분인지 새턴 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배불리 한 끼를 먹고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할 수 있다면 폐허가 된 도시라도 맘 편히 쉴 수 있다

 

"언젠가 말한 적이 있지. 서로 감정 같은 걸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그건 사랑 같은 건가?"
"아마도? 잘 모르겠어. 우리가 비슷한 생각을 한다고 했었지"

 

 

개와 말을 하는 '빅'을 신기해하며 '퀼라 준'이 둘의 관계를 물어보자 '빅'이 했던 대답이다. 영화는 '퀼라 준'의 함정에 빠져 지하세계에 들어갔던 '빅'이 겨우 탈출하게 되면서 결말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빅'이 지하세계로 들어가며  '블러드'와 잠시 헤어지게 된다. 이때 두 배우가 나누는 대화는 반려동물이 단순히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 친구로서 힘이 된다는 걸 알 수 있게 해 준다. '빅'의 기다릴 거냐는 물음에 '블러드'는 "얼마 동안은, 그리고 꿈의 언덕을 찾아봐야지."라고 대답한다. 얼마 동안은 기다리겠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블러드'의 모습이 오버랩되는데, 그 얼마 동안은 아마 삶이 다하는 동안이라고 말하는 듯 보인다. 개들에게 주인의 기다리라는 말은 덧없는 시간이지만 결국 돌아올 거라고 믿기 때문에 견딜 수 있는 시간이다.

 

'빅'을 이용해 지하세계를 장악하려던 '퀼라 준'은 결국 쫓겨나듯 '빅'과 함께 다시 지상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지상세계로 나가는 문 앞엔 거의 굶어 죽기 직전의 '블러드'가 힘 없이 누워있다. '블러드'와 다시 만나 기뻐하는 '빅'과 달리 '퀼라 준'은 '블러드'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자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그를 버리고 떠나자고 말한다. '블러드' 또한 자신은 더 이상 꿈의 언덕에 갈 힘이 없다며 가서 살아남으라고 말한다. '빅'은 '블러드'를 두고 떠날 때처럼 고민을 하지만 이번엔 결정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장면이 바뀌고 다시 건강을 찾은 '블러드'와 '빅'이 걸어가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하지만 '퀼라 준'은 없다. 결말이 궁금하면 영화를 찾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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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절망에 빠지거나 세상이 멸망으로 치달을 때 사람은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다. 그 이유는 불행의 시작이 인간으로부터 찾아온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세계에서는 이런 주인공, 혼자가 되고 슬픔과 불행을 짊어진, 에게 반려동물이 찾아온다. 죽지 말고 살아가라, 주인공은 이 단순한 메시지를 받는다. 그리고 살아있는 동안 계속 행복하지는 않더라도 고난에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대부분 좋은 결말을 맞이한다. 이건 단순히 영화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바이러스 같은 스트레스로 지쳐버린 몸을 겨우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반려동물의 반기는 모습은 백신처럼 작용한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백신이다. '반려동물'이란 용어는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해 애완동물을 사람의 장난감이 아닌,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의미로 부르자는 취지에서 나왔다고 한다. 앞선 3편의 영화를 살펴보더라도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의미는 더 이상 유희에만 있지 않는 걸 알 수 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것만으로 생존 확률과 더불어 행복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니 생존 키트에 사료 한 봉지를 넣어 놓도록 하자. 우리 모두를 위해서.

 

 

 


글쓴이: 쌀밥

글쓰는 전업 백수. 현재 10월에 가족이 된 반려동물 시월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영화를 좋아하여 다수가 모르는 단편 영화를 다수 제작한 경험이 있음. 뛰어난 유머감각과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로 무주택자이자 불로무소득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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