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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엔 누구와 함께 밥을 먹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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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RCEof 2022. 12. 3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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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란? 우리나라 명절의 하나로 음력 8월 보름날이며, 신라 때 김쌈놀 이 '가배'에서 유래하였고,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과일 따위의 음식을 장만하여 차례를 지내는 날로 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김영민 교수가 위트 있게 쓴 '추석이 란 무엇인가' 때문에 사전을 끄적인 것은 아니다. 더 이상 길쌈놀이를 하지 않는 현대 사회에서 추석의 의미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소거법을 사용해 의미를 찾아가다 보니 두 가지가 남겨졌다. '쉬는 날' 그리고 '가족 식사'다.

 

현대인들에게 추석은 빨간 날, 직장인들에겐 공식적으로 쉬어도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공휴일이다. 추석의 유래와 의미가 어떠하든 쉬지 않으면 아무도,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쉬는 날’은 소거할 수 없다. 그렇다면 '가족 식사’는 왜일까? 추석이 되면 우리는 최소한 3일을 쉬게 되는데 적어도 한 끼는 집에서 가족들끼리 밥을 먹게 된다. 이때 가족은 꼭 친척들이 다 모이는 대 가족을 의미하지 않는다. 2020년 기준으로 전국 가구 중 31.7%를 1인 가구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서 가족이란 식구(食口), 한집에서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 즉 함께 밥을 같이 먹을 정도로 소중한 사람을 의미한다.

 

지금은 쉬는 날 소중한 사람들과 만나 함께 밥을 먹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 한 시대다. 특히 한국은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이 인사로 쓰이고, ‘먹방’이란 단 어를 유행시킬 만큼 먹는 행위에 진심인 나라다.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 ‘사회적 간접 자본 형성’이라는 말을 갖다 붙이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무엇을 먹는지 보다 누구와 함께 먹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영화 <우아한 세계>는 조폭인 한 남자가 평범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기 위한 분투를 보여 준다. 하지만 조폭 세계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대신 돈을 많이 벌어 좋은 집으로 이사 가고 아이들을 유학 보내는 데 성공한다. 영화는 겉보기에 는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은 넓은 집에 혼자서 라면을 먹으며 유학 간 아이들이 보내온 홈비디오를 보는, 중년 가장의 우아하지 못한 세계를 보여준다. 정희진 작가는 <혼자서 본 영화>에서 “나는 외로움을 원하지, 외로움을 당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를 적용해 보면 <우아한 세계>의 주인공 강인구는 단순히 혼자서 밥을 먹 은 것이 아니라 혼밥을 당한 것이다. 가족과 함께 밥을 먹을 수 없는 그의 쉬는 날은 전혀 행복해 보이질 않는다.

 

물론 추석에 가족 또는 친척들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 도 있다. 아무리 소중한 사람들과의 식사 자리라고 해도 <쇼미 더 머니>를 방불케 하는 공격적인 질문에 상처를 받은 기억 때문일지 모른다. 아니면 코로나19로 인해 아예 가족들과 만나지 못하고 혼자 밥을 챙겨 먹어야 하는 상황이 불만일 수도 있다. 이런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아직 추석에 누구와 함께 밥을 먹을지 정하지 못했다면 이 영화들을 보고 반려동물만 곁에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걱정 없다고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1. 펭귄 블룸(Penguin Bloom, 2020)

 

 

영화 <펭귄 블룸>은 블룸 가족에게 찾아온 한 가지 불행과 한 마리 까치에 대한 이야기다. 블룸 가족은 휴가를 맞아 태국으로 여행을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엄마 샘이 건물 옥상 난간에서 떨어져 가슴 아래 모든 기관의 감각을 잃고 만다. 아들 셋, 다정한 남편과 함께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던 샘의 인생은 여행 이후 완전히 달라진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혼자서 휠체어 타고 내릴 수 없다. 엄마를 먼저 찾았던 아이들은 더 이상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샘은 자신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다. 무언갈 떨어뜨리고 파괴하는 것만이 그녀에게 주어진 세상의 전부다. 휠체어와 두 손이 닿는 세상은 너무나 좁다. 그렇게 샘은 집 안에서 나오질 않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첫째 아들 노아가 둥지에서 떨어져 날개를 다친 새끼 까치를 데려온다. 샘은 남편이 회사에 가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자신이 까치를 돌봐 야 하는 상황 때문에 까치를 다시 돌려보내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이름까지 붙여주며 정을 준다. 하얗고 검은 털 무늬가 펭귄을 닮았다며 펭귄이라 불리 게 된 까치는 그렇게 블룸 가족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날지 못하는 까치 펭귄과 세상(집) 밖으로 나가질 못하는 샘은 오후가 되면 집에 단 둘이 남는다. 펭귄은 날지 못하지만 왕성한 호기심으로 집안을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어지럽힌다. 샘은 짜증을 감추지 않는다. 하지만 샘이 쫓아갈 수 있는 범위에 펭귄이 있고, 위험에 빠진 녀석을 손 뻗어 구할 수 있는 거리에 펭귄 이 있다. 사고 이후 엄마도 될 수 없을 거라며 달라진 자신을 거부하던 샘은 펭귄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날 수 있을 때까지 함께 기다린다. 성장하면 둥지를 떠나 는 새와 달리 샘은 둥지 안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했다. 펭귄은 다른 까치들 보다 조금 늦게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운다. 그렇다고 펭귄에게만 좁은 하늘이 주어 지는 것은 아니었다. 샘은 자신의 둥지를 바다로 바꾸고 달라진 자신을 받아들인 다. 바다를 좋아하던 샘은 카약을 배우며 새롭게 물에 빠지는 법을 배운다. 다리를 움직일 수 없다고 물속에서 조차 멈춰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렇게 샘은 세상 밖으로 몸을 끌어낸다.

 

 

 

카약을 배우며 자신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 수 있다고 느낀 샘은 잃어버렸던 일상생활을 시작한다. 샘의 엄마와 동생이 모이고, 카약 강사 게이도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한다. 이야기 도중 샘의 엄마가 수영도 못하는 샘이 카약을 배우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한창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겠다고 자신감을 갖고 있던 샘에게 엄마는 혼자서 물에 빠지거나 혼자 집에 있다가 화재라도 나면 걷지도 못하 는 딸이 무엇을 할 수 있겠냐며 찬물을 끼얹는다.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라지만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로 시작되는 대화처럼 상처를 만들고 벌려서 소금을 뿌리는 불편한 식사자리가 돼버린다. 이를 중화시키기 위한 코믹 요소로 카약 강사 게이는 자리를 피하고 싶지만 가족들은 괜찮다면 계속 붙잡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가 불편한 식사 장면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숱한 명절을 지나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번 추석에 누군가는 샘이 될 수 있고, 엄마가 될 수도 있고, 게이가 될 수도 있다. 영화 속에서는 펭귄이 다른 까치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불편한 식사자리가 끝나게 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대화가 부족했던 가족 식사자리가 반려동물의 행동이나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지거나 분위기가 바뀌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이전과는 다른 가족이 생기는 것이고 다른 생명의 삶을 자신의 삶 안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 다. 만약 이번 추석에 불편한 가족 또는 친척들과의 식사가 예정되어 있더라도 반려동물과 함께라면 그리 걱정할 필요 없을 것이다. 반려동물로 확장된 나의 세계 안에서 불편한 이야기들은 그저 흘러갈 파편에 불과하다. 다른 생명을 통해 사랑하는 법 또는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면 다소 기분 나쁜 애정 어린 이야기도 마음을 열고 들을 수 있다. 감당하기 힘들 땐 언제나 내 편인 반려동물과 함께 탈출하 면 된다. 펭귄이 샘을 집에서 나가게 해 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명절에 온 가족이 모여 투닥거리다 돈독해지는 식사자리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일상생활이 그리워지는 요 즘, 추석에 고향에 가지 못하고 혼자서 밥을 차려 먹어야 하는 이들을 위해 다음 영화를 소개한다.

 

 

 


 

 

 

2. 내 어깨 위 고양이 밥(A Street Cat Named Bob, 2016)

 

영화 속 주인공 제임스는 버스킹을 하며 먹고 살아가는 노숙자이자 마약중독 자다. 중독된 마약을 끊어보려고 노력하지만 제임스 주변 인물들은 먹을 것을 건네 기 보다 마약을 먼저 건넨다. 혼자 힘으로는 마약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전혀 보이 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특별한 길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 다.

 

제임스에겐 어렸을 때 이혼한 부모님이 있다. 어머니를 따라 호주로 가서 살았는데, 이후 방황하다가 아버지가 있는 영국으로 다시 오게 된다. 하지만 이미 약에 손을 대고 중독자가 되어 아버지가 길에서 만나면 모른 척하고 싶은 그런 존 재가 된다. 아버지는 이미 다른 가정을 꾸리고 있다. 제임스는 길거리에서 추위와 배고픔을 잊기 위해 끊고 싶은 마약에 계속 손을 댄다. 이때 제임스가 환경만 달라진다면 마약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희망을 품은 치료 센터 담당자 벨에 의해 공공주택에서 살 수 있게 된다. 제임스는 이게 자신의 삶의 마지막 기회라는 걸 알고 다르게 살아보려 노력한다. 나이 든 마약 중독자가 없다는 걸 제임스도 알 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주택에서의 첫날밤, 누군가 침입한다. 깜짝 놀란 제임스 앞에 나타 난 건 시리얼을 훔쳐 먹고 있는 밝은 갈색 털의 고양이다. 제임스는 고양이를 바로 쫓아내지 않고 시리얼은 우유와 함께 먹어야 한다며 우유까지 내어준다. 침입 실력이 형편없는 녀석에게 다음에는 들키지 말고 조심히 들어오라며 밖으로 내보내 지만 고양이는 나가려 하지 않는다. 결국 다음 날 아침에 주인을 찾아주겠다고 약 속하고 함께 온기를 나누며 잠을 청한다. 다음 날이 되지만 결국 주인을 찾지 못 한 제임스는 고양이를 근처에 풀어주고 버스킹을 하러 나갔다 온다. 그런데 돌아와 서 마주친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지 부상을 입었다. 결국 동물보호단체에서 치료도 받고 생활비를 쪼개 약도 사먹인다. 자신의 고양이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제임스는 밥이라는 이름도 붙여주고, 더 이상의 영역다툼을 피하기 위해 중성화 수술도 시킨다. 그렇게 길에서 살던 두 생명이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 준다.

 

 

 

마약 재활 치료 중인 제임스에게 고양이 밥까지 함께 사는 건 버거운 일이 다. 하지만 밥은 제임스를 집사로 선택했고, 제임스는 밥을 통해 잔혹한 세상을 다시 살아낼 힘을 얻는다. 본래 자기 영역에서 잘 나오지 않는 게 고양이의 특성이지만 밥은 제임스가 어딜 가든 따라다닌다. 덕분에 제임스의 버스킹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든다. 그러다 한 사건으로 인해 버스킹이 금지되자 제임스는 빅이슈를 팔며 생계를 유지한다. 줄어드는 살림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챙 긴 건 밥과 함께 나눠먹을 참치캔이었다. 자기 아플 때는 잘 챙겨 먹지 않는 영양 제나 약도 반려동물에겐 꾸준히 그리고 아낌없이 먹이는 게 집사들의 공통된 특성 일 것이다.

 

제임스는 밥으로 인해 안정적인 생활을 하며 마약도 끊을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자, 밥과 함께 아버지 집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찾아간다. 집에는 아 버지의 새로운 쌍둥이 딸이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서 놀고 있다. 하지만 쌍둥이 중 한 명에게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었고 밥을 보자 비명을 지른다. 놀란 밥이 집안을 뛰어다니자 파티는 엉망이 된다. 쌍둥이의 엄마는 제임스에게 초대도 하지 않았다며 고양이를 데리고 당장 나가라고 명령한다. 제임스는 부모님이 이혼했을 때처럼 상처를 받지만 금방 회복한다. 단지 성인이 되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밥을 만나기 전까지는 공허한 마음을 마약으로 채우며 시간을 흘려보내던 중독자였다. 하지만 곁에 밥(Not cat)을 함께 나눠 먹을 식구가 생기고 달라진다. 상처를 받더라도 위로가 있다면 견딜 수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혼자 먹는 밥이 외롭고 서럽다는 말은 서랍장 깊숙이 넣어 둔 말일 것이다. 차라리 반려동물 동반 식당이 많지 않아 서러울 것이다. 물론 사료를 나눠 먹거나 한 식탁에서 같이 먹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가 밥을 먹을 때 항상 같은 공간에 있다. 그래서 반려동물이 사는 집에서는 혼자 먹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이번 추석에 가족들과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있을 예정이라면 조금은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명절을 보내는 것이 위로가 될지 모른다. 제임스에게 밥과 함께 나눠 먹은 참치캔이 특별했던 것처럼 말이다.

 

 

 

 

<펭귄 블룸>,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두 편의 영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으로 인해 부서졌던 삶이 새롭게 이어지고 계속된다. 지금 우리들에게 추석은 바쁜 일상생활로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쉬는 날을 핑계로 만나 함께 식사를 하는 날로 더 잘 어울리 는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지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 다. 그래서 가족 관계를 잘 유지하는 건 보통의 노력으로는 어려운, 평생 의 노력을 요하는 일생의 업에 가깝다. 잠시 소원했거나 금이 살짝 생겼다 면 이번 추석에 가족들과 따뜻한 밥을 나눠먹으며 메워보길 바란다. 이때 반려동물이 함께 한다면 보호자인 당신을 보호해 줄 것이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과 가족이 되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보호자들에게 이번 추석에 ‘잔소리 방지권’, ‘외로움 방지권’을 발급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 다.

 

 

 


글쓴이: 쌀밥

글쓰는 전업 백수. 현재 10월에 가족이 된 반려동물 시월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영화를 좋아하여 다수가 모르는 단편 영화를 다수 제작한 경험이 있음. 뛰어난 유머감각과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로 무주택자이자 불로무소득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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