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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장애견

Series/장애 ---- 동물

by SOURCEof 2022. 12. 3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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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길거리를 다니며 장애견을 많이 보지 못한다. 장애견뿐만 아니라 장애인도 잘 볼 수 없다. 누군가 말했다.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볼 수 없는 나라는 장애인의 권리가 잘 보장되지 않는 나라야’ 그 말에 공감했다. 장애인이 이동하기에는 너무 많은 계단,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우리 사회에 강하게 존재한다.

 

 

 

 

그래서 그런지 유기동물 보호소의 장애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는 것들이 들린다. 전신에 화상을 입어 이마와 등에 털이 자라지 않는 대형견과 함께 산책을 할 때는 “아 무서워”라는 말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눈이 안 좋은 강아지와 산책할 때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다. 마치 눈빛으로 ‘저 개 어딘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한 거지?’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런 시선이 인간인 나 조차도 불편하게 느껴졌다. 화상을 입은 개가 덜 무서워 보이도록 예쁜 리본을 묶어 주기도 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무섭다며 “어후~”라고 한숨을 쉬며 지나갔다. 장애가 있다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질적’이거나 ‘괴상한 것’은 아니다. 우리도 당신의 반려동물도 언제든 장애인이 장애견, 장애묘가 될 수 있다.

 

구조되는 유기동물들 중 아프거나 장애를 가진 동물이 많다. 동물을 버리는 이유가 ‘장애를 가지게 되어서’, ‘병들어서’인 경우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내가 이 동물을 ‘구매한’ 가격보다 ‘수술비’가 더 많이 나올 때 마치 고장 난 기계를 버리듯이 버린다. ‘수리비’가 더 많이 나오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버리듯이. 약 10군데 정도의 유기동물 보호소에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면서 장애를 가진 동물이 없는 유기동물보호소를 본 적이 없다. 안타깝게도 이런 장애를 가진 동물들의 입양률은 높지 않다. 장애를 가진 존재를 책임지기에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보호소 관계자들도 선뜻 장애를 가진 동물의 입양을 추천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동정심으로 입양하시면 안 돼요”, “조금만 더 고민해 보세요”라며 입양에 더욱 신중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가진 유기 동물들을 입양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Cat Tycoon with Eut'd(읏디의 고양이타이쿤) 유튜버  

https://youtu.be/YM9yu9xG-Bc 

 

올해 2월 유튜버 [읏디의 고양이 타이쿤]은 장애를 가진 제튼이를 임시 보호하기 시작했다. 시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한 제튼이를 데리고 오는 과정을 유튜브를 통해 상세하게 보여준다. 데리고 올 때 다리와 꼬리에 장애를 가진 것을 알고 있었는데, 병원에 가서 좀 더 검사를 해 보니 생식기에도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 제튼이는 걸어 다니는 법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잘 걸어 다니더니, 어느 순간 잘 뛰어다녔다. 유튜브를 보면 변화하는 제튼이의 표정과 성격을 느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유튜브에서 제튼이가 입양 가는 장면도 볼 수 있다. 깨 발랄한 제튼이의 성격을 느끼고 싶다면 모두 읏디의 고양이타이쿤에서 제튼이를 검색해보면 된다.     

 

 

힙합 아티스트 매드클라운   

 

4마리의 강아지 대길, 대문, 대평, 대복이와 함께 살았던 래퍼 매드클라운도 있다. 이 중 3마리가 유기견이라고 한다. 대문이는 동대문에서 위험하게 건널목 한복판을 걸어다니고 있던 유기견이었다. 그리고 대평이는 동네 개들에게 공격당해서 피투성이인 상태였으며 한쪽 눈이 없는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대복이는 유기견 카페에서 데리고 온 다리를 절뚝이는 강아지였다. 이렇게 3마리의 강아지는 유기견이고 대길이는 화장품 회사의 실험견이었다. 사연 있는 강아지 4마리를 키운 매드클라운은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평생을 함께해야 하니까 입양은 동정심에서 할 일이 아니다.”라고 전하며 동정심으로 함께 사는 존재가 아닌 친구로서 가족으로서 함께 사는 존재들이라고 소개했다. 현재는 3마리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대문이와만 함께하고 있다.

 

동물이 아프면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픈 존재를 입양하는 사람도 이렇게 존재한다. 어쩌면 아픈 동물과 함께 살아보기도 전에 겁먹고 버려버리는 것 아닐까? 장애를 가진 동물과도 가족을 이루어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장애를 가진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을 통해 우리는 알 수 있다. 당신의 반려동물이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지레 겁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주변에는 적지만 많은 사람들이 장애를 가진 동물들과 함께한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드클라운이 말한 것처럼 ‘동정심’이 아니다. 가족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유기견이라고 해서 모두 소심하고 마음의 문이 굳게 닫혀있지 않다. 또한 장애견이라고 해서 우울해하고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다른 성격, 행동 양식을 가지고 있다. 장애견, 장애묘 이기 전에 그냥 그 존재로서의 특징, 성격이 있다. 우리 사회는 카테고리를 만들고 분류하는 것을 어느 순간부터 좋아해 왔다. 그리고 그 분류에 맞추어 그들을 판단한다. 어쩌면 모두가 복잡한 존재고, 어려운 존재들이기에 쉽게 쉽게 살아가기 위해서 그런 판단을 한 것 아닐까? 복잡한 것은 복잡하게 보아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전신에 화상을 입은 강아지는 너무나 발랄했다. 힘이 굉장히 세고 몸집이 큰데 그걸 모르고 달려들었다. 산책을 할 때면 마치 웨이트를 하는 것처럼 땀이 났다. 껑충껑충 뛰어다니던 그 존재가 전신에 화상을 입었을 때 몇 군데의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했다. “치료해도 어차피 죽어요.”라고 했다. 그래도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며 한 병원을 찾았고 치료 끝에 살았다. 어떤 존재가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없을 때는 우리가 그 존재를 포기했을 때 아닐까? 지금 전신에 화상을 입은 그 강아지는 입양 가서 새로운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우리 사회가 장애를 가진 존재와 장애를 가지지 않은 존재를 차별하지 않길 바란다. 장애를 가진 존재들이 동정받는 존재가 아닌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구성원이 되길 바란다.

 


글쓴이: 누

2012년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고 생명과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시민단체 직원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고 호주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방랑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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