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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닭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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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RCEof 2022. 12. 3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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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그만큼 날이 부쩍 추워졌다는 의미이다. 우리집 반려닭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무슨 선물을 주어야 닭들이 좋아할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옷이었다. 두툼한 옷을 입히면 따뜻하기도 하고, 보는 반려인 입장에서도 예쁜 옷을 입은 귀여운 반려닭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질 것 같기도 하고.....

 

 

(왼쪽부터) 쑥이 냉이 돌이

 

그런데 ‘반려동물에게 옷을 입히는 것이 정말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일일까?’ 라는 고민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너무인간중심적인 생각 아닐까? 닭들은 날이 추워질수록 두툼한 깃털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목을 베베 꼬아가며 털에 있는 진딧물 등의 이물질 청소를 하고, 날개를 푸덕이며 온몸을 털기도 하는데 옷이 있으면 너무 불편하지 않을까? 그리고 옷을입고 온 대나무숲을 떠돌고 흙도 뭍고 똥도 뭍고 할텐데 빨래는 어떻게 감당하지..? 옷을 구매해야 하나? 집에 있는 헌옷으로 리폼해서 만들까? 온갖 생각들이 오갔다.

 

해외에서는 반려닭을 위한 옷을 굉장히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구글에 ‘chicken clothes’ 라고 검색하니 온갖 우스꽝스럽고 귀여운 닭들의 모습이 등장했다. 으아.. 이래도 되는걸까? 옷을 만들어도 입힐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암탉 쑥이나 잎싹이는 우리에게 곧잘 안기니 입힐 수야 있겠다만 도무지 잡히기를 싫어하는 수탉 돌이와 냉이에게는 입히는 데에만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헷갈리고 애매한 선물을 주느니, 눈에 띄지는 않더라도 닭들이 좋아할만한 선물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은 첫 번째로 집 안의 보온처리, 두 번째는 배추 선물이다. 저번 글 ‘반려닭의 겨울나기’ 에서 소개했던 방법 중 일부를 골라보았다.

 

 

 

 

볏짚으로 이엉을 엮어 닭장 둘레를 쳐주고, 바닥과 선반에도 볏짚을 두툼하게 깔아준다. 그리고 우리집 텃밭에서 자연농으로 소중히 키운 배추들 중 하나를 선물로 주는 것. 마침 김장을 위해 배추를 대부분 수확했고, 그 중 하나를 닭들에게 주었다. 제주도에서 온 토종배추 구억배추이다. 뿌리가 크고 약간 알싸하면서도 씹을수록 구수한 것이 특징이다. 

 

 

 

 

낫으로 베고, 옛날 전통 탈곡기인 호롱기로 볍씨를 털어내고 남은 토종벼 다백조의 볏짚을 수레에 한아름 싣고 왔다. 옛날초가집 지붕에 올리는 형태로 이엉을 엮는 방법을 찾아보니 유튜브에 다양한 영상이 있었다. 방법은 꽤 간단하면서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였다. 

 

볏짚을 한움큼씩 집어 옆으로 나란히 엮어낸다. 닭장 양끝에 못을 박고 이엉을 걸었다. 일부는 내부 선반에 올려 끈으로고정시켰다. 완벽하진 않겠지만 조금이나마 포근하고 따숩게 잘 수 있도록.

 

 

 

 

배추 하나를 거꾸로 매달아 닭장에 걸었다. 쑥이가 먼저 다가서서 한두입 먹기시작하더니 다같이 배추의 뿌리부분만 주먹크기 정도 남기고 모두 쪼아먹었다. 이렇게 뿌듯할 수가!

 

배추는 닭들에게 독성이 없고, 미네랄과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소를 공급한다고 한다. 그리고 매달려있는 배추를 뜯어먹으며 심심함을 달랠 수도 있다.

 

닭들이 좋아할만한 번뜩이는 선물을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평소보다 신경쓴 선물이었는데 과연 우리의 달라진 손길을 알아챘을지 궁금하다.

 

 

 

 


 

글쓴이: 다님

다양한 사회문제를 주제로 글을 쓰고 영상물을 만듭니다. 비거니즘(채식) 주제의 책을 만드는 1인 출판사 ‘베지쑥쑥’을 운영 중이며, 공장식축산업과 육식문화를 주제로 한 단편 다큐멘터리 <여름>을 연출하였습니다. 현재 생태적 자립을 위한 귀농을 하여 경남 밀양에 거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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