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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반려견으로 태어난다는 것

Series/품종견의 진실

by SOURCEof 2023. 1. 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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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반려견으로 태어난다는 것

한국에서 반려견을 입양할 수 있는 루트는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은 유기동물 보호소나 개인 구조자로부터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펫숍에서 아기 동물을 사는 것이다. 나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 온 두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 한 아이는 유기동물 보호소와 비슷한 환경에서 나고 자란 유기견 출신 반려견이고, 다른 한 아이는 내가 어리고 무지할 때 펫숍에서 물건을 사듯 데려온 반려견이다.

 

 

 

 

퍼피밀에서 ‘생산’된 사랑이

부끄럽게도, 사랑이는 내가 어리고 무지할 때의 우리 가족이 펫숍에서 데려온 반려견이다. 펫숍에 있는 강아지들은 ‘종견장(퍼피밀, 강아지공장)’이라는 곳에서 태어난다. 동물보호법상 종견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동물생산업’ 허가가 필요하다. 동물이 태어나고 사육되는 과정을 공장에서 물건이 생산되는 과정과 유사하게 취급하기 때문이다. 과거 동물자유연대 등 다수의 동물권단체에 의해 종견장의 실태가 폭로된 바 있다. 종견장에서 개와 고양이들은 새끼를 생산해 내는 기계처럼 취급된다. 조선일보의 한 기사에서는 종견장에서 구조된 어느 개에 대해 “7년간 새끼를 열네 번 낳은 한 몰티즈(Maltese)가 있다. 더 이상 새끼를 낳을 수 없어 개농장으로 팔려가던 그를 동물자유연대 회원이 발견해 개장수에게 10만원을 주고 구출했다. 당시 개의 몸 상태는 심각했다. 빈혈에 영양실조, 아랫배는 짓눌려 욕창(褥瘡)이 생겼다. 다리는 곪아터져 부어 있었다. 고관절 탈구(脫臼)로 제 발로 일어서지 못했던 이 몰티즈는 구조된 지 하루 만에 죽었다. 그는 종견장 모견이었다. 펫숍 유리장에 전시된 작고 귀여운 새끼 강아지들 대부분은 종견장 모견에게서 태어난다.”라고 묘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품종견’들은 대개 이와 같은 환경에서 태어난다.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태어난 똘똘이

똘똘이는 임신한 채로 구조된 유기견의 아기로 태어났다. 그리고 동네에서 유기동물을 돌보시던 할머니에 의해 유기동물보호소와 유사한 환경에서 길러졌다. 똘똘이가 자라던 환경은 개에게 적합한 환경이 아니었다. 우선 개가 너무 많았다. 주택에서 수용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섰고, 짖음으로 인한 민원이 끊이질 않자 똘똘이는 성대 수술에 처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돌보는 개의 수가 많고 인력과 자원은 제한되어 있으니 각각의 개들이 적절한 양의 산책이나 질적 돌봄을 제공받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설보호소라 하더라도 경우 시/위탁 보호소에 비해서는 환경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적어도 안락사는 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상 유기동물이 포획된 지 10일이 지나면 지자체장에게 동물의 소유권이 부여된다. 시보호소에는 유기동물 포획을 요청하는 민원이 끊임없이 들어오니 포획된 지 10일이 지난 동물을 더 보호할 여유도, 이유도 없다. 그래서 포획 후 10일 안에 가족을 찾지 못한 동물들은 가차없이 안락사된다.1)

 

 

 

 

인위적 탄생과 죽음의 악순환

자연에서의 개의 독립 시기에 대한 근거자료가 많지 않지만, 야생개의 일종인 딩고는 일반적으로 생후 3~10개월가량에 모견으로부터 독립하며2), 인간에게 길들여진 개라 하더라도 자견이 생후 4개월가량에 이르기까지는 모견과 함께 생활하며 사회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펫숍에서 개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이미 어느정도 성장해버린 강아지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또한 종견장에서 태어난 강아지가 펫숍에 가기까지 일련의 과정이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3), 어린 강아지들은 젖조차 채 떼지 못한 채 어미로부터 떨어지게 된다. 이렇듯 사회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했으니 자연스레 이 개들이 성장하며 문제행동을 보일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4) 이러한 강아지의 문제행동에 당황한 보호자들이 강아지의 보호나 사육을 포기할 경우 유기견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수많은 유기동물 문제와의 악순환을 야기한다. 예컨대 학대나 포획, 납치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시민들의 민원에 의해 유기동물이 지자체로부터 포획될 경우 안락사의 위기에 처하고, 개농장에 납치될 경우 도살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을 이유로 독일과 같이 동물생산과 판매업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국가들도 존재한다.

 

 

축복받지 못하는 삶과 죽음

이렇듯 인위적으로 ‘생산’되고 ‘판매’되는 반려견들의 삶은 행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때문에 한국에서 반려견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자칫 불행일 수 있다. 나는 펫숍과 종견장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가정에서의 교배와 번식도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어남과 죽음을 축복받지 못할 거라면 애초에 태어나지 않게 하는 게 낫다. 그러한 이유에서 반려견들의 중성화수술도 적극적으로 권하는 편이다. 결국 모든 동물은 자연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동물을 억지로 태어나게 하면서까지 반려하고자 하는 것 역시 인간의 욕심이 아닐까? 나는 인간에 의해 태어나고 길러지는 동물이 점점 줄어들기를, 그리고 결국 사라지기를 바란다. 이미 태어나 인간에게 의존하게 된 동물들은 어쩔 도리가 없지만, 인간의 선택과 행동에 의해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삶과 생명이 더이상은 태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1) 물론 시/위탁 보호소라 하더라도 자원봉사자들의 입양홍보 활동 등에 의해 안락사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3) 강아지 경매장 등

 

 

글쓴이: 주희

안녕하세요. 저는 2008년생 반려견 똘똘이, 2011년생 사랑이와 살고 있는 25세 반려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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