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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은 대로 만들어진 동물들

Series/품종견의 진실

by SOURCEof 2023. 1. 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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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작용할까? 사회는 너무나 복잡해서 과학이 어떻게 사용될지 우리는 가늠할 수 없다. 과학자들도 때로는 자신의 연구가 어떻게 사회에 영향을 줄지 모른 채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사회에 큰 영향을 준 과학이 있다. 바로 정규 교육과정에서도 배우는 다윈의 진화론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자연 선택’에 의해서 진화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높은 나무의 잎만 먹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나무를 잘 타거나 목이 긴 동물이 주로 살아남아 목이 길거나 나무를 잘 타는 생명체로 진화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렇듯 환경에 의해 특정 형질을 가진 동물로 진화를 하므로 ‘자연 선택’이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이론은 사회에서 이상한 방식으로 사용되었다. 더 우월한 유전자가 있고 그 유전자를 인간이 선택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다. 이를 ‘우생학(優生學)’이라고 부른다. 한자로는 뛰어날 우(優), 날 생(生), 배울 학(學)으로 이루어진 단어다. 뛰어나게 태어나는 것을 공부하는 ‘학문’으로 불리지만, 실상은 ‘학문’을 빙자한 혐오와 차별이었다. 나치 독일의 히틀러는 ‘게르만족만이 우월하고 다른 민족은 열등하다’고 생각해서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했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도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했고, 흑인도 백인보다 유전적으로 열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찰스 다윈은 인종차별을 반대했고 사회 다원주의적 사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자연 선택은 우연에 따라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우생학은 여성과 유색인종, 유대인을 차별하고 혐오하는데 사용된 것뿐만 아니라, 현재의 ‘반려견 품종’을 만드는데도 영향을 미쳤다. 순종 혈통서를 발급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협회인 켄넬클럽이 공인하는 품종은 1885년 19종이었는데, 2018년에는 200종으로 늘어났다. 약 200년 전 ‘품종’을 만들기 위해 특정 모습을 가진 개들을 선별해서 교배시켰다.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개들을 교배시켜야 했기 때문에 이는 근친교배로 이루어졌고 유전병을 가진 수많은 개들이 탄생했다. 그 예로 골든레트리버의 3/5은 암으로 사망하며, 킹 찰스 스패니얼의 1/3은 자기 뇌의 크기에 비해 너무 작은 두개골을 갖고 태어난다. 그뿐만 아니라 그레이트데인은 심장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덩치가 크며, 불도그는 고관절 이형성증을 갖고 태어나며 평균 기대 수명은 고작 6년에 불과하다.

 

어쩌면 현 사회에 맞게, 입맛에 맞게 사용되는 것이 과학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생태학은 말한다. 유전적 다양성은 중요하다. 다양한 유전자를 가진 종일수록 자연에서 더 잘 살아남을 수 있다. 생태계에서 다양성은 건강함을 의미한다. 품종견을 만들기 위해서 여전히 근친교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건강하지 않은 개체를 만드는 것 또한 다른 종류의 학대 아닐까?

 

혈통보증서가 없는 세상을 바란다. 동물의 생김새보다 동물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세상을 원한다. 모든 반려견은 동물계, 척삭동물문, 포유강, 식육목, 개과, 개속, 회색늑대종에 속하는 Canis lupus familiaris 아종이다. 반려견 중 ‘다른 종’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보면 모두 같은 종이다. 건강한 반려견들이 태어날 수 있도록 ‘품종’을 중요시 여기는 세상에 반기를 들어보는 것 어떨까?

 

 


글쓴이: 누 

2012년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고 생명과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시민단체 직원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고 호주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방랑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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