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 길 위의 죽음을 만나다. (픽션)
나는 비가 쏟아지는 숲에서 태어났다. 비는 한 달간 지속되었지만, 나를 돌보는 나와 비슷하게 생긴 커다란 존재의 도움으로 죽지 않았다. 이 짧은 삶 속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연약한 존재는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나 말고도 지금 막 태어난 수많은 생명체는 누군가의 돌봄으로 살아남았다. 그 돌봄이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돌봄은 당연하지 않다. 한 달 동안 내리던 비가 잦아들자,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이 더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나무 밑에 가기, 흙을 조금 파서 배를 가져다 대기, 내민 혀에 흐르는 침이 하늘로 날아가는 그 감각에 집중하기 뿐이었다. 너무나 더웠지만, 함께 태어난 형제자매들과 숲을 뛰어다니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나를 돌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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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8. 20. 1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