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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보호소를 정부가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고요?

Contents/pose problems | 문제제기

by SOURCEof 2022. 12. 3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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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동물보호관리 시스템에서는 ‘버려진 동물을 발견하면 신고하세요.’라고 설명한다. 시·군·구청과 해당 유기동물보호시설에 신고를 해야 한다고 덧붙여 설명하고 있는데, 이 설명들을 보면 마치 각 시·군·구청이 유기동물보호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국내 지자체 보호소의 90% 이상이 ‘민간위탁’이다. 민간위탁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지자체가 직접 보호소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몇몇 조건에 맞는 단체나 사업체들이 일정 수준의 돈을 받고 보호소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곳이 민간 위탁을 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서 비글 구조네트워크가 전국 시군 유기동물보호소 실태조사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다. 우선 절반 이상의 위탁업자들이 ‘개인 사업자’다. 수의사가 운영하는 보호소가 16개로 제일 많았고, 일반 사업자가 운영하는 보호소가 14개로 두 번째로 많았다. 물론 이들 중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위탁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안락사되는 것을 기준으로 예산을 측정한다. 수많은 동물이 입소된다고 해서 시설 증축을 위한 예산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안락사시키지 않고 개인 사업자들이 계속 보호를 진행하면 심각한 포화상태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특정 기간 이후의 관리 비용은 각 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 상황을 즐길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돈’ 때문에 보호소를 포화상태로 만들어 열악한 상황에 유기동물을 두거나 안락사시켜야 하는, 두 선택지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고민이다.

 

이런 복잡하고 답답한 현실 속에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계속해서 일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복지에 대한 의식이 없는 직원들만 민간위탁 보호소에 남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직원들만 동물복지 의식이 없는 것은 약과다. 위탁 사업을 진행하는 위탁 업자의 전·현직 직업 자체가 충격적인 경우도 많다. 전·현직 개 농장 주가 현재 국가의 돈을 받으며 3곳의 보호소를 운영 중이고 번식 업자가 운영하는 보호소는 3곳이다. 또한 축산업자가 운영하는 보호소도 3곳, 사냥 업자가 운영하는 보호소도 3곳이다. 물론 “이들이 ‘개과천선’했을 리 없다.”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러나 국가가 위탁계약을 맺을 때 위탁사업자들의 과거 행적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합리적으로 추론이 가능하다.

 

수의사가 위탁해서 운영 중인 한 보호소

 

이 뿐만 아니라 위탁사업자들은 ‘재위탁’을 보낼 수 있다. 재위탁이란 보호소를 운영 중인 사업체가 몇몇 동물을 다른 곳에 다시 위탁 보내는 것이다. 수의사가 위탁업자인 16곳의 보호소 가운데 6곳은 개 농장주나 번식 업자에게 재위탁을 맡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경우 수의사와 재위탁업자가 수익을 나눠 갖게 되며 운영비용은 더욱 적어질 수밖에 없다.

 

이 시스템 자체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수익에 관점을 둔 사람들만이 보호소 운영에 나서기 쉬운 구조다. 공익적 활동은 수익에 관점을 둘 수 없도록 정부가 직접 운영해야 한다. 정부의 미흡한 동물 판매·생산업 규제가 유기동물 발생과 크게 연관 있기 때문에, 잘 규제하지 않은 그들이 이 책임감을 떠안고 보호소를 운영해야 한다. 그러던 중 반가운 소식이 서산시로부터 들려왔다. 직영 유기견보호센터·반려견 놀이터를 개장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농업기술센터 내에 연면적 697㎡, 지상 2층 규모의 동물보호센터를 착공하기 시작해서, 6월 26일 준공식을 갖고 개장했다. 1층은 시가 직영하는 동물보호 센터로 100마리의 유기견 보호실이 만들어졌으며 기본 검진이 가능한 동물병원도 있다. 또한 2층에는 유기견 입양을 위한 대기실과 반려동물의 다양한 활동과 교육이 가능한 교육훈련시설 등이 갖춰졌다. 그뿐만 아니라 센터 외부에 1,749㎡ 규모로 반려견 놀이터가 조성되었다.

 

이런 서산시의 노력에 감사를 표한다. 안타깝지만 올해도 유기동물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발생된 유기동물들이 버려진 장난감처럼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그런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는 ‘직접’ 보호소를 운영해야 하지 않을까?

 

 


글쓴이: 누 

2012년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고 생명과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시민단체 직원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고 호주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방랑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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