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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반려동물 동반’보다 중요한 것

Contents/Reconceptualizing | 새로운 관점

by SOURCEof 2022. 12. 3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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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폭염, 폭염···. 에어컨 없는 삶은 상상조차 어려운 현대 도시인들의 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얼마 전 도심의 아스팔트 길을 걷다 보니, 땅 속에 있어야 할 지렁이들이 떼로 나와 길 위에서 밟히고 말라죽어 있는 것을 보았다. 지온이 상승함에 따라 지렁이들이 뜨거운 열기를 참지 못하고 탈출한 것이다. 그만큼 더위는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혹독하다. 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아스팔트에서 벗어나 자연이 주는 싱그러움을 느끼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는 시기이다. 8월은 휴가의 달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휴가에 제약이 생겼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만 해도 휴가철 해외여행은 당연시 여겨지곤 했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해외여행은커녕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시기이다. 그럼에도 해외에서 국내로 눈을 돌려 휴가를 향한 사람들의 열기는 생각보다 뜨겁다. 매년 이렇게 찾아오는 휴가철, 사람들이 여기저기 떠나는 와중에 함께 사는 반려동물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휴가철 반려동물 현황 통계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집에 두거나, 혹은 반려동물을 일정기간 동안 관리해주는 애견호텔에 맡기고 휴가를 간다. 더운 여름철 집 혹은 좁은 철망에서 혼자 남아 주인을 기다릴 반려동물의 모습이 떠오른다. 휴가철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을 포기하고 거리로 내쫓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도 동물 유기 유실 건이 13만 5781건인데 그중 20%가 7~8월에 발생한 것으로 무려 2만 8062건에 달한다.

 

물론 반려동물과 함께 휴가를 떠나는 사람도 있다. 반려동물 동반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고 있는 요즘,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카페와 식당은 물론, 호텔까지 나오고 있는 추세이다. 반려동물을 집에 외로이 혼자 두느니 차라리 함께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 말이다.

 

 

 

그런데 동물들에게 휴가란 어떤 의미일까? 그들에게 휴가란 필요한 것일까? 대부분 집이라는 공간에 한정되어 생활을 하는 반려동물들에게는 스마트폰도, 세상을 볼 수 있는 책과 텔레비전도 없다. 그들의 일상에서 휴가는 주인이 허락한 시간에 목줄을 매고 집 근처의 공원을 산책하는 잠시의 시간일지 모른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집에서만 갑갑하게 있느니, 차라리 거리에 유기되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게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그 자리에 아스팔트 도로와 건물들로 빼곡히 채워 놓았기 때문에, 거대하고 위험한 차들이 도로를 잠식했기 때문에, 그것도 모자라 야생의 풀과 곤충 등 식량도 찾아볼 수 없게 만들었으니, 사람의 돌봄을 벗어난 집 밖 반려동물들의 현실은 너무나도 위험한 것 같다.

 

곡성에 사는 지인의 반려동물 ‘산이’가 떠오른다. 산골짜기에 지어진 흙집, 그리고 마당에 세 마리의 개가 함께 살고 있다. 그들은 집 마당에서 주인이 챙겨주는 밥을 먹고, 잠을 자며, 나머지 시간에는 마당을 벗어나 산동네 여기저기 자유롭게 뛰어놀며 사냥도 하고 낮잠도 잔다. 여타 개들처럼 목줄에 묶여 있지도, 주인이 챙겨주는 사료만 먹지도 않는다. 비가 올 땐 집 처마 아래서 쉼을, 눈이 올 땐 소복이 덮인 눈 위를 신나게 뛰어다니며 놀다가, 밤에는 피곤해진 몸을 뉘어 잠에 든다. 어느 때는 스스로 2박 3일 산속 모험을 즐기다 오기도 한다. 그저 멀리 나가더라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어주고 반겨주는 주인이 있기에 어떠한 제약 없이 자유롭게 뛰어논다. 그만큼 신체의 근육이 얼마나 단련돼 있는지 모른다. 웬만한 병치레는 거뜬히 싸워 이길 수 있다.

 

이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모습이 사람과 반려동물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관계 아닐까? 사람은 동물에게 안정적인 쉼터와 먹이를, 동물은 사람에게 외부세력으로부터의 보호와 우애를. 그들에겐 서로에게 필요한 만큼의 도움과 감정적 교류, 독립적 자유가 있었다.

 

 

 

서구사회의 주도로 근대화, 도시화가 시작되고 사람들이 물질적인 것에 우위를 두면서 개를 사람들의 주의를 끌만 한 작고, 예쁘고 멋진 모습으로 개량하기 시작했다. 인위적으로 외모를 바꾼 탓에 약해진 몸과 함께 도심에서 자라는 동물들은 주인이 주는 밥과 물에 의존하고, 목줄을 맨 채로 한정된 거리만을 돌아다니며 점차 야생성을 잃어 갔다. 동시에 도시환경 역시 자연의 모습을 잃어갔다. 이것이 현대사회가 떠안고 있는, 갈수록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반려동물의 주거환경이 갈수록 아파트화 되어 가는 시점에서 그들의 자유와 권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반려동물들이 콘서트에 가고 싶어 하겠는가? 저 머나먼 제주도를 그리워하겠는가?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겠는가? 레이스가 달린 옷, 예쁘게 미용한 털, 양말, 목줄 ···. 반려동물은 이런 것에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자연과 함께하는 본질적인 ‘자유’인 것이다.

 

 

 


글쓴이: 다님

다양한 사회문제를 주제로 글을 쓰고 영상물을 만듭니다. 비거니즘(채식) 주제의 책을 만드는 1인 출판사 ‘베지쑥쑥’을 운영 중이며, 공장식축산업과 육식문화를 주제로 한 단편 다큐멘터리 <여름>을 연출하였습니다. 현재 생태적 자립을 위한 귀농을 하여 경남 밀양에 거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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