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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의 겨울 나기

Contents/Reconceptualizing | 새로운 관점

by SOURCEof 2022. 12. 3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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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새하얀 눈, 따듯한 난로, 군고구마 등 다양한 것이 상상된다. 그렇다면 왜 계절은 변화할까? 그 이유는 약 45억 년 전 화성 크기의 운석과 지구가 충돌했기 때문이다. 운석의 충돌로 인해 가해진 충격은 지구의 자전축을 기울게 했다. 이 기울어짐에 의해서 지구에는 계절이 생겨난다. 계절은 이렇듯 생명이 탄생하기 훨씬 이전에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지구에 존재했던 모든 생명체는 계절을 경험했다. 그렇기에 현재 지구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생명체는 계절에 따라 행동 양식과 신체를 변화시킨다.

 

예를 들어 철새와 고래는 계절에 따라 수 천 킬로미터를 이동하고 곰과 개구리는 겨울잠을 잔다. 인간의 경우에는 어떨까? 따듯한 공간을 만들거나 찾아 그곳에서 살아남는다. 이와 비슷한 행동양식을 가지는 존재가 도시 위에 또 있다. 바로 ‘길고양이’다. 길고양이 또한 따듯한 공간을 찾고 그곳에서 살아남는다. 하지만 도시에 길고양이를 위한 따듯한 장소는 몇 없다. 그래서 아파트나 빌라의 지하실 혹은 자동차의 보닛에 길고양이는 들어간다.

 

 

 

 

이 공간들은 당연하게도 고양이에게 위험한 장소다. 자동차 보닛을 확인하지 않고 자동차의 시동을 켜 길고양이가 죽기도 하고, 아파트나 빌라의 지하실 문을 잠가 길고양이가 죽는다. 실제로 2013년 압구정 구현대아파트는 고양이가 지하실에 있음에도 지하실 문과 창문을 잠가 고양이들을 죽였다. (기사 보기)

 

누군가는 “그러게 왜 차 보닛 안에 들어가”라고 말할 수도 있다. 아마 고양이는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추워서” 우리가 길고양이와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 자동차 보닛을 겨울에 만이라도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차에 시동을 걸기 전 차 안에서 발을 구르던가, 자동차 보닛을 툭툭 치기만 해도 길고양이는 자동차 안에서 죽지 않을 것이다. 도시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내 땅’ ‘내 집’ ‘내 차’라는 소유의 개념에 우리는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생명체들은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왔다. 한 나무가 살아가는 숲인 동시에, 고라니가 살아가는 숲이고 뱀이 살아가는 숲이다. 그 숲을 뱀의 숲이라 부를 수 있을까? 고라니의 숲이라 부를 수 있을까? 누구의 숲도 아니다. 우리 모두의 숲이다. 

 

1854년 미국 14대 대통령 프랭클린 피어스는 지금의 워싱턴주에 살고 있던 인디언 수꾸와 미쉬족의 시애틀 추장에게  땅을 팔 것을 종용했다. 인디언들의 삶의 터전을 백인들이 차지하는 대신, 그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보존지구를 정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시애틀 추장은 프랭클린 피어스 대통령에게 답장의 연설을 보내게 된다. 이 연설의 내용 중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시애틀 추장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사고팔 수 있는가? 우리로서는 이상한 생각이다.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것들을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에게는 이 땅의 모든 부분이 거룩하다. 빛나는 솔잎, 모래 기슭, 어두운 숲 속 안개, 많게 노래하는 온갖 벌레들, 이 모두가 우리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는 신성한 것들이다.

나무속에 흐르는 수액은 우리 홍인(紅人-피부색이 붉은 인디언들을 가리킴)의 기억을 실어 나른다. 

 

 

 

모든 공간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란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신이 돈을 주고 구매한 차는 우주의 탄생 때 만들어진 작은 입자들로부터 왔다. 당신이 소유하고 있는 집은 땅 속 암석들로부터 왔다. 어떤 것 하나 인간이 완전히 만들어낸 것은 없다. 인간은 단 하나의 작은 입자도 ‘무’로 부터 창조할 수 없다. ‘나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존재할까? ‘나의 것’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한다. 

 

마치 화장실에 누군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차 안에 누군가 있는지 똑똑하고 두들기면 될 뿐이다. 겨울에 갈 곳 없는 존재들을 위해서 사용하지 않는 지하실을 내어주는 것뿐이다. 내가 구매한 땅은, 건물은, 나의 것이 아니란 것을 잊지 말자. 우리 모두의 것이다. 함께 이 시간을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를 보살피는 인류가 되길 바란다. 

 

보다 적극적으로 겨울을 위한 길고양이 집을 만들어 주어도 좋다. 인간이 빼앗아 버린 이 땅에서 겨울에 조금이라도 덜 춥도록 말이다. 도시화로 인해 떠난 수많은 동물들을 애도하며, 도시에서 얼어 죽은 모든 동물들을 애도하며 글을 마친다.

 

 


글쓴이: 누 

2012년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고 생명과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시민단체 직원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고 호주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방랑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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