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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산타는 따돌림당했던 루돌프를 몰랐을까?

Contents/Reconceptualizing | 새로운 관점

by SOURCEof 2022. 12. 3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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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사슴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아마도 한국인이라면 이 첫 번째 문장을 읽고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루돌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먼저 루돌프는 사슴이 아니라 순록이다. 한국에서 순록은 생소한 동물이었기 때문에 사슴으로 번역되었다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루돌프에 대한 이야기는 1939년 미국백화점 광고부에 근무하던 Robert L. May라는 직원의 동화에서 처음 등장했다. 루돌프는 9번째 순록인데 빨간 코를 가지고 있어서 따돌림을 당했다. 그러나 산타는 루돌프가 따돌림당하고 있던 것을 몰랐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에 날씨가 좋지 않아서 썰매 자체를 끌 수 없게 되어 모두가 난처해하던 중 산타는 말했다. “너희들 중에 혹시 반짝이는 불빛을 가진 아이가 있지 않니?” 리더 순록인 돈더는 이렇게 대답한다. “마을에 한 명 있습니다. 루돌프란 아이입니다만 다른 순록들이 너무 괴롭혀대서 올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따돌림을 당해서 자신감이 없던 루돌프는 선두에 서서 썰매를 끌려고 하지 않았지만, 산타의 설득으로 루돌프는 밝은 코로 앞길을 밝히며 선두에 서서 썰매를 끌 게 된다.

 

 

 

 

산타는 밝게 빛나는 빨간 코를 가진 순록의 이름조차 몰랐던 것으로 보아, 자신의 반려동물을 잘 돌보지 않았나 보다. 더욱이나 반려동물을 여러 마리 키우는 반려인이 따돌림당하고 있는 동물이 있던 것을 몰랐다면 큰 문제다. 반려동물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면, 반려인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해결해야만 한다. 따돌림은 때로 반려동물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기 때문이다.

 

커먼즈필드 춘천 옥상에는 닭들이 살고 있었다. 커먼즈필드는 도시 중심부에 위치해있었고, 닭들을 관리하는 관리자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 사료는 자주 비워져있었고 더운 여름에도 물그릇이 자주 비워져있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수탉 3마리와 암탉 1마리가 같은 사육장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닭은 수탉 1마리와 여러 마리의 암탉이 사회를 구성한다. 닭에게 ‘무리’는 아주 중요하다. 닭은 다른 닭을 모두 구별할 수 있고 서열도 모두 기억한다. 이런 사회적 동물인 닭에게 ‘무리’가 인위적으로 잘못 구성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수탉들은 암탉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러나 커먼즈필드는 닭이 어떤 사회를 구성해 살아가는 존재인지 알지 못했기에 한 사육장에 닭들을 키웠다. 시민이 문제를 제기했고 그때서야 암탉을 다른 사육장으로 옮겼다.

 

직접 가서 확인한 암탉의 상태는 심각했다. 암탉 등에는 깃털이 거의 없었다. 수탉들이 쪼아서 모두 사라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병원에 가서 확인한 암탉의 상태는 심각했다. 각막이 손상된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되어 염증이 심하고 각막이 벗겨지고 있는 상태였다. 시력이 상실될 가능성이 있었고 통증이 심해서 식욕도 없었을 것이라고 수의사는 전했다. 어쩌면 누구도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는 ‘반려동물’ 혹은 ‘사육동물’ 혹은 ‘전시동물’ 혹은 ‘실험동물’은 너무나 취약하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세심한 관찰과 돌봄이 반려동물에게 필요하다.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주고받는다. ‘선물’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우리의 이타심을 보여준다. 아마도 산타는 엄청난 이타심의 소유자일 텐데 루돌프의 이름조차 몰랐던 것이 이상하기도 하다. 산타는 바빴다고 전해진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내 주변 존재를 돌보지 못한 것일까? 이런 상황은 우리의 삶 속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멀리 있는 존재, 자주 보지 못하는 존재를 신경 쓰다가 나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을 돌보지 못한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매일 같이 얼굴을 보는 존재에게 선물을 주는 것 어떨까? 나와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을 위한 선물을 하나씩 준비해 보는 것을 추천하며 이번 글을 마친다.

 

 

 


글쓴이: 누

2012년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고 생명과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시민단체 직원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고 호주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방랑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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