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동물의 생태를 담은 띠

Contents/Reconceptualizing | 새로운 관점

by SOURCEof 2022. 12. 31. 20:46

본문

2022년은 검은색을 뜻하는 임과 호랑이를 뜻하는 인이 합쳐진 임인년이다. 그래서 2022년을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이렇게 해마다 상징하는 동물이 있다. 당연시되는 우리의 문화이지만 이 문화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른다. 오늘은 12개의 ‘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12개의 띠에는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辛), 유(酉), 술(戌), 해(亥)가 있고 ‘십이지’라고 부른다. 십이지의 발생 시점을 중국의 하 왕조까지 추론하고 있다(천진기, 2011). 십이지의 의미는 중국의 은(殷) 대로부터 시작되었으나, 십이지를 방위와 시간을 나타내는 용도로 사용한 것은 한(漢)대의 중기로 추정된다. 그리고 십이지의 열두 동물과 배속시킨 것은 후대의 일이며, 이는 불교의 영향으로 본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시간을 숫자로 표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들의 순서를 정하고 그 순서로 년, 월, 일, 시를 모두 표현했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띠를 가졌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특성을 짐작하는데 이 짐작은 해당 동물의 생태를 고려해서 한다. 예를 들어 쥐라고 하는 동물은 긍정과 부정의 두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고, 긍정적인 의미에는 지진과 풍랑과 같은 재난을 감지하기도 하는 능력이 있어서 예지(叡智)의 동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먹이에 대한 부지런함과 식량을 한 곳으로 모으는 습관으로 부자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그리고 한꺼번에 10여 마리의 새끼를 생산해내는 생식력으로 풍요의 상징이 되고 있다. 쥐에 대한 부정적인 면으로는, 어두움을 좋아하고 은밀하고 왜소하며 그러한 몸집으로 불순한 간신배의 이미지로 인용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잘 맞는 3종류의 띠를 ‘삼합(三合)’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동물의 생태를 근거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소는 뱀과 닭과는 어울리는 관계다. 소가 뱀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어린 뱀의 독이 소의 피를 왕성하게 한다고 전해진다. 또한 소가 닭의 울음소리에 맞추어 위의 반추 운동을 하며 그래서 소는 닭의 울음소리를 좋아한다고 믿었다. 초가지붕이 많은 시절에는 농촌의 가정에서 소 외양간에 닭의 둥우리를 매달았으며 서로가 생태적으로 도움을 주는 관계에 있었다. 그래서 소띠, 뱀띠, 닭띠를 서로 어울리는 3합(巳酉丑)이라고 한다.

 

이 내용이 과학적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소가 닭의 울음소리에 맞추어 위의 반추 운동을 한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과거의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근거로 어떤 사람끼리 잘 맞는지를 생각했다. 비록 과학적이지 않더라도 이런 ‘띠’를 가지는 문화는 동물을 더욱 유심히 보고 관찰하는 문화를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토끼는 어떤 동물인지, 호랑이는 어떤 동물인지, 개는 어떤 동물인지 더욱 유심히 보았을 것이다.

 

현대에 인간을 동물에 비유하면 욕이 된다. 예를 들어 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 때 ‘닭근혜’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뿐만 아니라 “개 같다”는 말은 욕이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오래전부터 닭띠와 개띠가 존재했다. 인간이 더 우월한 존재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면 인간을 동물에 비유하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의 선조들은 인간을 동물에 비유하는 것에 문제를 못 느꼈을 것이며, 이는 동물과 인간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어느새 동물에 대한 지식을 잘 쌓지 않는다. 도시 위에서 많은 동물을 볼 수 없을뿐더러 바쁜 현실 속에서 생명체의 아름다움에 집중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조용히 동물을 보고 있으면 동물은 무언가를 하고 있고 때론 어떤 깨달음을 가져다준다. 우리의 선조들도 이런 깨달음에 집중했고 재밌는 여러 이야기를 ‘띠’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해주었다. ‘띠’에는 또 어떤 깨달음이 담겨있을까?  호랑이는 어떤 동물일지, 왜 한국에서 사라졌을지 고민해 보는 검은 호랑이띠의 해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참고 문헌: 십이지(十二地)와 “띠” 문화에 관한 근원적 고찰(이종관) DOI : 10.22143/HSS21.8.1.2

 

 

 


글쓴이: 누 

2012년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고 생명과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시민단체 직원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고 호주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방랑하며 살아간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