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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진정한 방생(放生)을 위하여

Contents/Reconceptualizing | 새로운 관점

by SOURCEof 2022. 12. 2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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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법적 ‘공휴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예수님이 태어난 크리스마스에는 선물을 주고받고 연인과 시간을 보내고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든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인들만을 위한 날이 아닌데 ‘부처님 오신 날’은 마치 불교 신자만을 위한 날 같다. 부처님 오신 날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 부처님 오신 날 어떤 행사를 하는지 먼저 살펴보자. 연등놀이, 관등놀이, 기념 법회, 탑돌이 그리고 방생을 한다. 이 중 ‘방생’은 우리가 차용해서 문화로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외래종 거북이 붉은귀 거북

방생이란 무엇일까?  방생의 근거는 《금광명경(金光明經)》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방생은 살생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사람이 잡은 동물을 자연으로 돌려보내 살려주는 일이다. 죽을 위기에 처한 동물을 살려주는 것을 나쁘다고 말할 사람은 불교 신자든 아니든 없을 것이다. 나보다 약한 존재를 신경 쓰고 도와주는 일은 언제나 미담으로 이 사회에 퍼진다. 하지만 종교는 때론 의미로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관례’로서, ‘행사’로서, ‘관습’으로서 전해지기도 한다. ‘애완’ 동물 시장에서 외래종 거북이를 구매해 한국의 하천에 방생하여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기도 했으며, 방생하는 동물의 생태적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방생을 진행 하기도 한다. 땅속에서 동면하는 미꾸라지를 겨울에 방생하고, 동해안에 사는 가시고기를 서/남해에 방생한다. 또한 한강에서 알을 낳기 힘든 자라를 한강에 방생하는 등 ‘문제가 있는’ 방생 행사가 너무나 많다. 안타깝게도 이런 ‘문제가 있는’ 방생 행사는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홍콩에서도 방생된 거북이를 다시 구조하는 해프닝이 올해에 또 일어났다. 방생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동물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고 방생될 동물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 마음대로 한 생태계에 특정 종을 마구 풀어버리는 것은, 결코 동물을 위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벨루가

이쯤 되면 방생을 위한 행사가 아닌, 행사를 위한 방생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내 미래가 좋아지도록 하는 방생, 내가 극락 세상에 갈 수 있도록 하는 방생이 아니라 동물들을 위한 방생을 해야 하지 않을까? 나를 위한 방생은 놀부가 제비 다리를 일부로 부러뜨리는 전래동화를 떠올리게 한다.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흥부처럼 동물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해 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아보자. 지난 해인 2020년 아이슬란드 Klettsvik bay에 위치한 새로운 돌고래 쉼터(sanctuary)에 벨루가 2마리가 들어왔다. 이 벨루가 두 마리는 약 10년 전 야생에서 잡혔고 중국의 한 아쿠아리움에서 공연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벨루가 쉼터 매니저 오드리 파제트는 “이곳에 방류된 첫 벨루가 두 마리지만 마지막은 절대 아닐 겁니다”라고 했고 중국에서 벨루가를 만나고 벨루가 보호 구역까지 찾아간 영국의 코미디언 존 비숍은 “모든 감금된 벨루가를 위해서 제시카와 그 팀들은 판을 뒤엎었다. 왜냐하면 이제는 벨루가 쉼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what jessica and the team have done is changed the landscape for all the belugas in captivity. Because now there is beluga sanctuary in existence)고 말 했다. 

 

돌고래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제돌이를 시작으로 남방큰돌고래들이 바다로 돌아갔다. 바다에서 잡힌 돌고래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그 모습을 본다면 누구든지 마음 한편에 미안함과 감동이 피어오른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아쿠아리움에는 수많은 동물들이 있다. 그중에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벨루가 벨라와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의 루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 두 벨루가를 특정 지어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두 마리의 벨루가 모두 작은 수조 안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다. 벨루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벨루가는 ‘바다의 카나리아’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다양한 소리를 활용해 사회를 구축한다. 그런 벨루가를 처음부터 한 마리 들여와 사육한 것은 아니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는 루이, 루오, 루비 3마리의 벨루가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루이’가 패혈증으로 생명을 잃었고 이번 달 5일 루오도 바다에 돌아가지 못 한 채 죽음을 맞이하고 수조 위에 둥둥 떠올랐다. 그렇게 한 마리의 벨루가 루비만이 남았다. 이 수족관의 크기는 가로 세로 각각 30m에 수심은 7m 정도다. 북극해에 서식하는 벨루가는 하루에 수천 km를 이동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먹이 사냥을 위해 수심 900m까지 잠수한다. 이런 벨루가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이 수족관의 크기는 너무나 작다. 사람 3명에게 이 수조에서 평생 살 기회를 준다고 해도, 어느 누구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몸길이가 최대 5.5m에 달하는 벨루가 3마리에게는 얼마나 작은 공간일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자가격리를 단 한 번이라고 해 본 사람에게 이 기분은 이제 피부로 와닿을 것이라고 믿는다. 롯데월드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6년 벨로가 패혈증으로 폐사했고 2019년 10월 벨리가 폐사했다. 그렇게 벨라는 혼자 남았다. 사회적 동물이 홀로 수족관에 있을 때 어떤 기분을 느낄까? 사람들의 소음,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가 유리창에 부딪혀 돌아오는 소리만을 들을 수 있다. 두 마리의 벨루가 벨라와 루비 말고도 제주도에 홀로 남은 돌고래가 있다. 최근 8개월간 ‘마린파크’에서 돌고래 3마리가 줄줄이 폐사하면서 돌고래 ‘화순이’는 혼자 남았다. 돌고래도 벨루가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동물로서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이와 관련된 청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동물을 위한 방생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부처님 오신 날 하나의 문화로서 ‘방생’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청원에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방생’을 실천한 것이 아닐까? 현재 야생으로 돌아가야 할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도 방생을 실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 한 번의 노력으로 중국 아쿠아리움에 있던 벨루가를 아이슬란드로 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지속적인 노력과 연대, 공감의 힘으로 이뤄낸 성과다. 그렇기에 자연으로 돌아가야 할 동물에 대해서 당신이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방생’에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의 관심이 현대의 방생을 만들어낸다. 

 

화순이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https://bit.ly/3eS1zxM 

루비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https://bit.ly/3uVV0zT

청원에 참여하고 싶다면 https://bit.ly/3whpHPZ 

홍콩에서 구조된 거북이들이 궁금하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fNTLlHpc5Ts

벨루가 쉼터가 궁금하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kYEeaP_UhcM

 


글쓴이: 누

2012년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고 생명과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시민단체 직원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고 호주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방랑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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