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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닭의 겨울나기

Contents/Research | 리서치

by SOURCEof 2022. 12. 3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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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뒷마당 대나무숲 사이에 집을 두고 있는 우리집 닭들. 본래 병아리 때부터 키우던 세마리의 닭들 쑥이, 돌이, 냉이가 있었으나, 얼마전 잎싹이라는 닭이 새로 입양을 왔다. 경기도 인근 한 도계장에서 닭들로 꽉꽉 채워진 트럭들 사이를 돌아다니던 어린 닭 잎싹이를 동물권단체 서울애니멀세이브에서 구조하여 보호하다가, 비교적 자연과 어우러지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우리집으로 보내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집 반려닭은 총 네마리가 되었다.

 

 

잎싹이

 

 

닭들은 아침부터 초저녁 어둑해질 때까지 온종일 땅을 파며 풀과 벌레, 씨앗을 찾아 먹고, 햇살 아래 흙목욕을 하고, 멍 때리다가, 또 흙을 파며 노는 것이 주된 일상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돌봄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매일 물, 쌀과 갖은 풀을 주고 날이 어둑해져 닭들이 집에 들어가면 문을 닫아준다. 닭들은 고양이, 들개, 족제비 등 야생동물의 공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튼튼한 집과 같은 안전장치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처음으로 닭들과 함께 겨울을 나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곳은 해발고도가 높은 산골지역이라 특히나 추운데, 닭들이 안전하게 겨울을 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문제는 우리나라 웹사이트에 닭에 대한 정보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있어도 대부분 축산업계에서 키워지는 닭들을 위한 정보이다. 온종일 전구를 켜놓고 인위적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비좁은 실내케이지와 시골집 야외생활이 같을 리 없다.

 

반면에 서구권에서는 마당이 있는 주택생활이 비교적 많은 이유에서인지, 그들이 올려놓은 반려닭들을 위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닭들이 안전하게 겨울을 나려면 어떤 조치를 취해주어야 할까? 반려닭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참고하면 좋을 만한 정보를 가져와보았다.

 

닭장 바닥에 짚을 두툼하게 깔아두기

잎싹이, 쑥이, 돌이, 냉이
 

가을철 농사 수확기에 많이 나오는 볏짚을 닭장 바닥에 두툼하게 깔아두자. 마른 볏짚 자체도 보온 효과가 큰데, 닭들이 수시로 싸는 똥이 바닥에 떨어져 섞이면서 자연스레 발효가 되고 그 발효과정에서 나오는 열기가 닭장 안을 따뜻하게 해준다. 마끈으로 볏짚을 널찍하게 엮어 닭장 둘레를 감싸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겨울동안 발효된 닭똥+볏짚 퇴비는 다음해 봄철 농사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겠다.

 

닭은 생각보다 추위에 강하다

닭들은 추운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생각보다 추위에 약하지도 않다.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닭을 억지로 집으로 들여보낼 필요 없다. 비와 눈을 맞아도 괜찮다. 춥고 비가 오더라도 갇혀 있는 것보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닭 스스로 비와 눈을 피해 나무 아래에 숨기도 한다.

 

횟대 설치해주기

횟대 위 잎싹이
 

닭들은 평소에도 그렇지만 추울 때 횟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몸을 부풀린다. 이로서 따뜻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횟대는 땅에서 최소 60~90cm 정도는 떨어져 있는 것이 좋으며, 모든 닭들이 올라 서있을 수 있도록 넓어야 한다. 저녁에 닭들이 횟대에 올라가 있을 때 불빛을 비춰보고 만약 한 마리라도 바닥에 있으면 공간이 부족한 것이니 횟대를 늘려주는 것이 좋다.

 

장난감 매달아두기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만물이 휴식을 취하는 겨울이 닭들에겐 자칫 심심하고 지루할 수 있다. 닭들이 좋아하는 벌레와 풀들이 자취를 감추니 땅을 파는 재미도 사라질지 모르겠다.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닭들이 좋아하는 배추와 같은 겨울채소를 닭장에 매달아두면, 다같이 쪼아먹으며 즐거워할 것이다.

 

히터는 필요없다.

닭들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서로의 몸을 밀착시킨다. 닭장의 온도를 높여주려고 히터나 전구를 사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있다. 전기히터를 사용하다 화재의 위험이 있을 수 있고, 밤새 전구를 틀어놓을 경우 닭들이 잠을 자지 못한다. 닭장의 둘레를 완전히 감싸는 것도 좋지 않다. 낮에 햇빛이 들어오고 통풍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닭 벼슬과 육수에 바세린 발라주기

닭들의 신체 중에서 벼슬과 육수(닭의 목 아래로 축 늘어진 붉은 피부)가 가장 추위에 취약하다고 한다. 그렇기에 벼슬과 육수가 두드러지게 큰 닭들은 주의가 필요한데, 그 부위에 바세린을 발라주는 방법이 있다. 사람들이 겨울철 손에 핸드크림 바르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겠다.

 

 

 

 

우리집처럼 반려닭과 함께 사는 인간동물들이 참고하길 바란다. 올해 처음으로 벼농사를 지었다. 벼농사를 통해 쌀도 얻지만 볏짚, 왕겨, 쌀겨 등의 부산물도 함께 얻는다. 텃밭채소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이 먹지 못하는 것들이 닭들을 위해 요긴하게 쓰인다. 자연에서 얻어 자연으로 돌아간다. 시골에서 닭들과 함께 살며 농사짓는 삶, 여러모로 행복하다. 모두가 따뜻한 겨울을 나기를.

 

 

 

글쓴이: 다님

다양한 사회문제를 주제로 글을 쓰고 영상물을 만듭니다. 비거니즘(채식) 주제의 책을 만드는 1인 출판사 ‘베지쑥쑥’을 운영 중이며, 공장식축산업과 육식문화를 주제로 한 단편 다큐멘터리 <여름>을 연출하였습니다. 현재 생태적 자립을 위한 귀농을 하여 경남 밀양에 거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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