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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아침을 반기는 수탉의 울음소리

Contents/Research | 리서치

by SOURCEof 2022. 12. 3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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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1일 새벽 5시, 꼬! 끼오~ 꼬! 끼오~ 새해 아침이 돌아왔음을 알리는 돌이의 울음소리가 잠을 깨운다. 이 울음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맞은 지 어언 5개월째. 심지어 내가 잠을 자는 안방과 닭장 사이의 거리는 3m 정도. 시끄러워서 깰 법도 한데 나는 잠시 눈을 떴다가 다시 잠에 든다. 어느 나라에서는 주택가에서 수탉을 키우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할 정도라는데, 소음이 심각하다는 수탉의 울음소리가 나에겐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맘껏 울어라! 난 더 잘 테니’

 

 

사진출처 - JOHN SCHNEIDER, FLICKR

 

지난여름과 가을, 2주에 한번 꼴로 집에 손님이 찾아왔다. 그 손님들이 아침마다 눈을 비비며 방문을 열고 하는 말이 있었다. “닭들이 아침만 되면 엄청 우네! 완전 알람이야. 왜 아침만 되면 우는 거야?”

당시 이 궁금증에 대한 답변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침잠이 많은 사람들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힘들어하기도 했다. 수탉의 울음소리는 75~80dB(데시벨)로, 변기 물 내리는 소리와 비슷하다. 이는 사람에게 충분히 소음으로 느껴지는 수준의 데시벨이다. 아침에 누군가 자신의 집에서 5초에 한 번씩 변기 물을 내린다고 상상해보라.

 

닭을 식구로 둔 사람으로서 뭘 좀 알아야 손님들에게 자신 있게 설명해줄 것 아닌가? 그래서 이번 기회에 알아보기로 했다.

 

 

지난여름 우리 집 마당의 돌이와 냉이. 회색빛 털을 가진 수탉 돌이가 우리 집 서열 1위다.

 

빛에 예민한 눈

수탉이 아침 일찍, 심지어 동이 트기 전에 우는 것은 빛을 예민하게 느껴 일찍 잠에서 깨기 때문이다. 대신 빛이 사라지면 금세 잠에 든다. 이처럼 닭이 빛에 예민한 것은 머릿속에 빛을 느끼는 ‘송과체’라는 기관이 있기 때문이다. 송과체는 척추동물의 뇌 속에 대뇌와 소뇌 사이, 즉 간뇌에 위치한 내분비 기관으로 피부를 통과하여 들어오는 빛을 직접 감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콩알만 한 크기에 솔방울 모양을 닮았다. 송과체는 아주 적은 양의 빛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해가 뜰 무렵이 되면 햇빛을 느끼고 우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공장식 축산업에서는 닭의 이런 특성을 이용해서 하루에 여러 번 재우고 알을 많이 낳게 한다고 한다.

 

 

자료 출처 - <All You Need to Know About Rooster Crowing>, The Happy Chicken Coop, 2021.07.19. (번역-필자)
 

낮에도 밤에도

수탉이 아침에만 우는 것은 아니다. 낮에도 시도 때도 없이 울 때가 있는데, 보통 자신보다 큰 물체나 동물에게 위험을 느끼면 암탉과 병아리들을 보호하기 위해 큰 소리로 울면서 경고를 보낸다. 다른 수탉이 울면 경쟁을 하기 위해 울기도 한다. 우리 집 서열 1위는 ‘돌이’다. 그다음은 ‘냉이’다. 돌이가 울면 이어서 냉이가 운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어둑해질 즈음인 오후 5시부터 슬슬 닭장 횃대 위로 올라가 잘 준비를 하는데, 그러다가도 우리가 방 불을 켜거나 집 앞마당을 지나다닐 때면 약간의 빛과 인기척에도 일어나서 몇 번을 울기도 한다. 마치 아침이 온 것처럼! 

 

이 외에도 수탉이 우는 이유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이 있다. ‘이곳은 내 구역이야!’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암탉이 알을 낳았어!’, 그리고 또 다른 유력한 주장은 닭의 생체 시계가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것.

 

 

닭의 울음소리를 노리는 불청객

닭을 뒷마당에 풀어놓고 자유롭게 두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이유는 바로 고양이 때문이다. 마을 마실을 다니는 고양이들이 종종 우리 집을 들락거리는데, 인기척 없이 닭들에게 슬금슬금 다가가 그 자리에 드러누워 지켜보고는 한다. 마치 때를 기다리는 것 같다. 앉아서 가만히 닭들을 예의 주시하다가, 발을 슬그머니 들어 올린다. 대부분 운 좋게 닭들이 먼저 도망치곤 하지만 그전에 틈을 노리고 있던 고양이가 우리에게 발각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오늘은 덩치가 크고 주황빛 호랑이 무늬의 고양이가 닭집 앞에 편안히 누워있는 것을 목격했다. 저 자식, 우리 닭들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정말 잡아먹으려고 하는 건지, 그냥 갖고 노는 건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고양이. 우리 집에서 만큼은 반갑지가 않구나.

 

 

 

(같은 고양이여도 집 밖과 안에서 우리의 태도는 다르다.)

 

 

사실 수탉인 돌이와 냉이가 울지만 않더라도 고양이들이 닭들의 위치를 알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설마 닭의 냄새를 맡고 들어올까? 수탉이 우는 이유는 닭 무리가 적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함일 테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들의 울음소리는 적에게 ‘나 여기 있어!’라고 소리치는 듯하다.

 

 


 

참고 – 닭이 아침에 우는 이유는! - 네이버 TV 네이버 지식백과 EBS 동영상 

 

 

글쓴이: 다님

다양한 사회문제를 주제로 글을 쓰고 영상물을 만듭니다. 비거니즘(채식) 주제의 책을 만드는 1인 출판사 ‘베지쑥쑥’을 운영 중이며, 공장식축산업과 육식문화를 주제로 한 단편 다큐멘터리 <여름>을 연출하였습니다. 현재 생태적 자립을 위한 귀농을 하여 경남 밀양에 거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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