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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는 왜 눈을 좋아할까?

Contents/Research | 리서치

by SOURCEof 2022. 12. 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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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내리는 눈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힘들게 치워야 하고, 도시에서는 금세 검은색으로 변해버려 흉측해 보이는 눈은 결코 긍정적인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반려견들은 대부분 눈을 좋아한다. 이에 대해서 Tennessee 대학교의 교수인 Gordon M. Burghardt은 “우리가 어렸을 때의 경험을 생각해보면 눈이 올 때의 개의 활동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Scientific American에서 설명했다. 어린이들이 눈을 좋아하는 이유와 강아지가 눈을 좋아하는 이유는 같다는 설명이다.

 

 

 

 

British Columbia 대학교의 과학자이자 심리학 교수인 Stanley Coren은 “개는 환경을 조정하는 것을 좋아한다”라며 “그들은 나뭇잎 더미에서 놀 것이다. 마치 어린이처럼 말이다. 개들은 2살짜리 어린이와 매우 흡사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개에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재료를 제공하면, 그들은 재밌는 것과 흥미로운 것을 찾는다고 Coren은 설명한다. 눈은 개와 어린이에게 새로운 것이며 파고들 수도 있고 뒹굴 수도 있는 재밌는 놀이 재료다. Coren은 이에 대해서 “근본적인 놀이 행동”이라고 했다.

 

눈을 싫어하는 이유는 대부분 ‘일’과 관련이 있다. 어떤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눈’은 골칫거리다. 만약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면, 세 차를 다시 할 필요가 없다면, 우리는 눈을 싫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일’에 대한 개념을 아직 잘 모르거나 ‘일’에 대한 강요나 압박이 적은 어린이와 강아지에게만 ‘눈’이 재밌는 놀 거리로 다가오는 것 아닐까? 이번 겨울, 눈을 보며 행복해하는 강아지를 보게 된다면 잠시 생각에 빠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 나는  이상 눈을 좋아하지 않지?’라고 말이다.

 

 

 

 

강아지가 눈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는 어떤 ‘생존적’이고 ‘진화적’인 이유로 개들이 눈을 좋아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눈이 가지고 놀기 좋은 재료이기 때문에 강아지가 눈을 좋아한다는 정보를 보고 나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너무 각박하게 세상을 바라본 게 아닌지 싶다.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서도 살아가지만 ‘놀이’와 ‘재미’를 위해서도 살아간다는 것을 잊었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에 대한 설명을 위키백과에서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는 유희의 인간을 뜻하는 용어이다. 인간의 본질을 유희라는 점에서 파악하는 인간관이다. 문화사를 연구한 요한 하위징아에 의해 창출된 개념으로 유희라는 말은 단순히 논다는 말이 아니라, 정신적인 창조 활동을 가리킨다. 풍부한 상상의 세계에서 다양한 창조 활동을 전개하는 학문예술 등 인간의 전체적인 발전에 기여한다고 보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호모 루덴스’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쉽게 동의할 수 있었다. ‘노는 것’을 우리는 모두 좋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놀기’를 쉽게 즐길 수 없다. 놀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내일 일 해야 하니까 여기까지만 놀아야지’ ‘일해야 하니까 에너지를 비축해야지’라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한다. 이런 생각의 굴레 속에서 순수하게 ‘놀기’에 집중하기란 어렵다. 뭔가 진심으로 놀고 있으면 인생을 잘못 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이번 겨울에는 우리의 순수함을 다시 끌어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행복하게 눈 위에서 뛰어노는 개들을 보며 그 행복한 감정을 전달받아 보자. 어쩌면 평생 순수함을 잃지 않는 강아지와 우리가 함께 한다면, 우리 또한 우리의 순수함을 항상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한 이유를 누군가 물어볼 때 “오늘 눈이 와서 행복해”라고 대답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길 바라보며 글을 마친다.

 

 


글쓴이: 누 

2012년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고 생명과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시민단체 직원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고 호주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방랑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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