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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엔 반려동물을 조금만 덜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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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RCEof 2022. 12. 31.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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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 또는 당신의 가족이 아직 반려동물을 입양하지 않았다면, 크리스마스엔 그들에 대한 사랑을 조금 줄일 필요가 있다. 무슨 얘기인지 황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봐도 크리스마스에 깜짝 선물로 반려동물을 받고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의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니다. 잘못은 크리스마스에 입양한 반려동물을 크리스마스가 끝나자마자 포기해 버리는 사람들에게 있다.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유기되는 동물의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떤 기대를 하고 입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망이라도 반려동물이 아니라 본인에게 했으면 좋겠다.

 

반려동물은 아이들이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의 ‘스테디셀러’이다.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 퍼피’라는 이름까지 있다. 역할과 책임, 생명에 대한 인식을 가족 전체가 공유하지 않고 단지 아이들의 기뻐할 얼굴을 생각하며 깜짝 선물로 반려동물을 준비했다면, 모두가 불행한 결말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꼭 아이들이 아니라 연인이나 친구에게 선물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아직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반려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에 관한 책을 선물하는 게 모두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다. 바꿔서 생각하면 강아지나 새끼 고양이를 선물한다는 건 그들이 크리스마스에 가족과 이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거기다 사랑을 줬다가 크리스마스 파티가 끝난 뒤 길거리로 내쫓는다면 그건 너무 잔혹한 일이다.

 

 

 

영국의 동물복지 자선단체 도그 트러스트(Dogs Trust)에서는 크리스마스 이후 자신들의 반려동물을 맡아 달라는 전화가 5,000통 이상 온다고 한다. 그래서 2018년엔 아예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시즌이 끝날 때까지 모든 반려견 입양을 중지했다고 한다. 독일 북부 니더작센주(Lower Saxony)에 있는 동물 보호소도 마찬가지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입양을 보내지 않기로했다. 크리스마스에 입양을 중지하거나 더욱 엄격한 잣대로 심사를 하는 기관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은 정말 다행이다.

 

황원경, 송광표,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 kb금융지주 : 경영연구소, 2021
 
 

다만 아직도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는 사람들의 주된 이유는 가족이나 자녀가 원해서, 친구나 가족이 갖고 싶어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등등 ‘나 또는 가족’을 위해서가 많다. 크리스마스의 의미 중 하나가 ‘온 누리에 사랑’을 나누는 거라면, 외로운 반려동물에게 사랑을 전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입양은 가장 나중에, 충분한 시간과 공부, 마음이 생기면 실천해도 된다. 처음엔 따뜻한 마음을 갖는 거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나를 보면 짓는 이웃집 강아지에게 간식을 주며 더는 낯설어하지 말라고 먼저 손을 내밀거나, 길고양이에게 무심한 듯 간식을 주고 가거나 아니면 멀리서 예쁘다고 말을 거는 정도도 그들에겐 따뜻한 위안이 될 것이다.

 

 

궁금해요. 왜 나를 키웠었는지. 외로웠나요? 쓸쓸했나요? 가족이나 친구가 필요했나요? 나는 되도록이면 당신이 나를 키운 이유가 그런 것들이었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그런 이유였다면, 나를 버린 이유는 당신이 더이상 외롭지 않거나, 당신이 더이상 쓸쓸하지 않거나, 당신에게 새로운 가족이나 친구가 생긴 걸 테니까요. 그 사실은 나를 안심하게 할 거예요. 부디, 행복하세요.

 

 

네이버 웹툰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 “나를 사랑해주었던 당신에게”편에 나오는 버려진 개의 독백 대사다. 물론 반려동물이 있으면 외로움이 감소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유로 한 생명을 데려오거나 해소되었다고 버리는 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버려진 동물들의 아픔과 고통은 그 작은 몸으로 감당하기 버거운 크기이다. 도그 트러스트의 문구처럼 반려동물은 주고받는 선물이 아니라 생명임을 기억해야 한다. 크리스마스가 지나서도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유효하다면 이제 그들의 외로움에 먼저 손을 내밀어 줄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를 줄 수 있는, 외로운 동물들에 먼저 손을 내미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1.  동물 버전 나 홀로 집에 <돌아온 벤지>

영화 벤지는 1974년 작으로 4편의 후속작과 TV 시리즈로도 제작된 인기 시리즈이다. 감독 조 캠프의 아들 브랜든 캠프가 2018년 작품을 리부트하였다.

 

 

출처 : 다음영화

 

 

벤지는 떠돌이 개다. 새끼 때 어미 개가 동물통제센터에 끌려가는 바람에 홀로 어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도시에서 사람들이 먹다 남긴 음식으로 살아가는, 냄새나는 성견을 좋아해 줄 사람은 없다. 또 사람들로 꽉 들어찬 도시에 떠돌이 개가 쉴 공간은 하수구뿐이다. 아직 이름이 없던 개 벤지는 마치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처럼 눈길조차 받지 못한다.

 

카터는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소년이다. 일진의 시험을 대신 쳐서 A를 받을 정도로 똑똑하지만, B를 요구했던 일진의 요구를 무시해서 얻어맞을 정도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여동생과 함께 돈을 모아 엄마가 사정 때문에 팔았던 아빠의 유품인 시계를 되찾으려 하지만 돈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카터 앞에 떠돌이 개 벤지가 나타난다. 카터는 외로움이란 동질감을 느끼며 개와 눈을 마주친다. 카터는 잠깐 꼬리를 흔들다 사라진 떠돌이 개를 위해 딸기를 사서 나눠준다. 그렇게 카터를 따라 벤지가 집으로 따라오면서 둘은 가족이 된다.

 

하지만 홀로 아이들을 돌보느라 여력이 없던 엄마는 벤지를 키울 수 없으니 돌려보내라고 한다. 아이들은 이미 벤지라는 이름까지 붙여줘서 그럴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엄마를 이길 수는 없다. 카터는 비 오는 날 벤지를 거리로 내보내면서 눈물의 이별을 한다. 이후 아이들이 아빠의 시계가 팔리지 않았는지 확인하러 전당포에 들렀다가 강도의 얼굴을 보는 바람에 납치되고 만다.

 

어미 개를 잃고 처음으로 가족이 생겼던 벤지는 카터가 다니는 학교와 거리에서 카터를 기다린다. 벤지에겐 카터와 함께 있던 순간이 집처럼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카터는 기다려도 만날 수가 없다. 하염없이 거리를 걷다 전당포에서 카터의 냄새를 맡고 뛰어가다 트럭에 묶여있는 카터를 발견한다. 벤지는 카터를 구하기 위해 트럭을 쫓아간다. 강도들은 벤지를 무시하지만, 벤지는 사람보다 똑똑한 천재 개였다. 두 번 다시 가족을 잃고 싶지 않은 천재 개 벤지의 활약으로 강도들은 영화 <나홀로 집에>의 악당처럼 개고생(여기서 ‘개’는 한글 접두어로 ‘정도가 심한’의 뜻을 나타낸다)을 하게 된다.

 

 

출처 : 영화 <돌아온 벤지>
 

길가다 사람에게 버려진 동물을 보거나 도움이 필요한 동물을 보고 한번쯤 데려가서 보살피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여건상, 상황상 마음을 접고 미안한 마음에 죄책감을 느꼈던 적이 더 많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 <돌아온 벤지>를 보면서 카터의 따뜻한 마음에 응원을 보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만 잊지 않는다면 언제가 여건이 될 때, 상황이 나아졌을 때 도움이 필요한 동물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의 씨앗을 마음속에 품게 하는 영화다.

 

 


 

 

2.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동화 <플란다스의 개>

영화 플란다스의 개는 1872년 위다의 소설 ‘플랜더스의 개’를 1975년에 쿠로다 요시오 감독이 TV 애니메이션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1996년 극장판이 개봉되었다.

 

 

출처 : 다음영화

 

 

어릴 적에 봤던 애니메이션 <플란다스의 개>를 어른이 되고 다시 봤다. 슬픈 이야기라는 것과 대강의 줄거리도 알고 있어서 크게 반향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눈물을 닦아야만 앞을 볼 수 있었다. 어릴 때와는 달리 집에 개를 키우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플란다스의 개>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크리스마스 동화 중 하나일 것이다.

 

사실 파트라슈는 네로의 개가 아니었다. 무거운 주방용품 등 잡화를 수레에 싣고 다니며 판매하는 철물상이 파트라슈의 주인이었다. 철물상은 무리하게 수레를 끌다 파트라슈가 쓰러지자 채찍질을 해댄다. 하지만 파트라슈가 일어나지 못하자 그대로 길가에 버리고 간다. 사경을 헤매던 파트라슈를 네로와 할아버지가 발견해 구해주면서 가족이 될 수 있었다.(극장판의 경우 파트라슈와 처음 만나는 내용이 축약되어 있다.)

 

할아버지와 네로의 보살핌으로 건강을 회복한 파트라슈는 더는 수레를 끌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산다. 파트라슈는 네로 덕분에 그동안은 수레를 끄느라 보지 못했던 노을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네로와 할아버지는 파트라슈의 밥도 챙겨주기 버거운 형편이다. 이를 본 파트라슈는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자발적으로 수레 앞에 서서 끈을 묶어달라고 버틴다. 네로와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파트라슈가 우유 배달을 하게 된 배경이다. 인터넷에서는 파트라슈가 힘들게 수레를 끄는 이미지가 무임금 노동 착취 짤로 쓰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그런데 왜 <플란다스의 개>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크리스마스 동화인지 궁금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이야기하면 왁자지껄한 소동이 펼쳐지지만 결국 가족의 사랑 또는 연인 간의 사랑으로 끝나는 게 지극히 일반적이 흐름이다. 하지만 네로의 경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풍차에 불을 질렀다는 누명까지 쓰게 되면서 우유 배달을 할 수 없게 된다. 네로를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미술 대회에 참가한다. 상금을 받지 못하면 네로가 돈을 벌 방법은 없었다. 집세도 못 내 겨울에 쫓겨나야 했다.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집에 먹을 것이 떨어져 여자친구 아로아가 주는 과자로 연명하기까지 한다. 네로는 그 와중에 파트라슈를 챙긴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자 네로는 파트라슈와 함께 미술 대회 수상작 발표회장에 온다. 네로는 건물 밖에서 파트라슈를 기다리고 말한 뒤 발표를 혼자 듣는다. 그리고 발표를 들은 뒤 아무 말 없이 나와 눈보라 속으로 걸어간다. 절망으로 눈이 멀고 귀가 먹어버린 사람처럼 눈길을 걷다가 파트라슈가 짖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정신을 차린 뒤 네로가 처음 하는 말은 “너한테 정말 미안해. 맛있는 거 먹게 해준다는 약속 못 지켜서.”이다. 파트라슈와 네로 모두 영양실조로 곧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네로는 아로아에게 파트라슈를 맡기고 성당으로 간다. 파트라슈를 더는 보살필 수 없어 부자인 아로아에게 부탁한 것이다. 홀로 성당에 도착한 네로는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던 루벤스의 그림 ‘Descent from the Cross’를 보고 더는 소원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잠시 후 아로아의 집에서 탈출한 파트라슈가 네로를 찾아오면서 둘은 서로의 체온이 느끼며 영원히 잠든다.

 

 

출처 : 영화<극장판 플란다스의 개> 중
 

크리스마스 이야기의 약속을 깨버리는 못된 동화이다. 마음 한편이 내내 아픈 이야기다. 하지만 파트라슈를 생각하는 네로의 순수한 마음과 함께 있을 때 누구보다 행복했던 모습을 떠올리면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알게 된다. <돌아온 벤지>와 <플란다스의 개> 두 편의 이야기 모두 우리가 반려동물을 사랑했을 때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려준다. 생명을 지키고 사랑하는 게 가장 위대한 가치라고 말한다. 이 말에 동의한다면 당신은 크리스마스에 반려동물을 더 사랑할 자격이 있다.

 

 


 

글쓴이: 쌀밥

글쓰는 전업 백수. 현재 10월에 가족이 된 반려동물 시월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영화를 좋아하여 다수가 모르는 단편 영화를 다수 제작한 경험이 있음. 뛰어난 유머감각과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로 무주택자이자 불로무소득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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