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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독’ 토리는 잘 지내고 있을까

Series/정치 ---- 동물

by SOURCEof 2022. 12. 3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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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독(First Dog)’은 대통령의 반려견을 이르는 말이다. 미국에서 대통령의 부인을 일컫는 말인 퍼스트 레이디(First Lady)에 빗댄 말이다.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도 퍼스트독과 살아왔다고 한다. 특히 현 대통령인 문재인 대통령은 ‘반려동물 사랑’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후 자택에서부터 10년째 키우던 ‘마루’와 함께 청와대에 입주했다. 문 대통령이 기르던 길고양이 ‘찡찡이’ 역시 청와대 관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바닥에 드러누워 발라당 배를 보이는 마루를 쓰다듬고, 찡찡이를 품에 쏙 안은 사진들은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반려동물에 대한 그의 각별한 사랑을 보여줬다.

 

 

퍼스트독 마루와 퍼스트캣 찡찡이.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캡처)
 

2017년 7월 문 대통령은 유기견 ‘토리’를 입양하기도 했다. 토리는 동물권 단체 케어(Care)가 식용견 도살 직전에 구조한 강아지이다. 케어에 따르면 토리는 폐가에 묶인 채로 살아왔다. 집주인은 토리뿐만 아니라 식용으로 유기견들을 잡아다가 묶어놓고 크면 도살하고 잡아먹는 방식으로 학대했다. 토리는 함께 묶인 다른 친구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끔찍한 곳에서 토리는 다행히 구조되었지만 털이 검정이라는 이유만으로 2년 동안 입양되지 않았다고 한다. 흔히 검은 개는 액운이 있다는 편견 때문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편견과 차별에서 자유로울 권리는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있다는 철학과 소신을 보여주기 위해서” 토리를 입양했다. 그렇게 토리는 유기견, 그리고 식용견으로는 세계 최초 퍼스트독이 되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유기견 입양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만들어나갈 것이 분명하다.

 

 

토리 (동물권 단체 케어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설날에 공식일정을 마친 뒤, 남은 연휴 기간 가족은 물론 보좌진도 부르지 않은 채 관저에 머무를 것이라고 했다. 그 대신 반려동물인 찡찡이, 마루, 토리, 곰이가 문 대통령 부부와 오붓한 시간을 함께할 예정이라고 한국일보 기사를 통해 전했다. 기사를 통해 문 대통령의 반려동물 소식을 어렴풋이 알 수 있는 나는 그들의 안녕이 궁금해졌다. 청와대에서 그들에게 따스한 돌봄과 사랑을 잘 주고 있는지도 자세히 알고 싶기도 했다. 이름만 퍼스트독이지 그들의 행복과 건강이 퍼스트(first)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면 그 결정에는 막중한 책임이 뒤따른다. 보호자에게 반려동물은 삶에서 어느 한 부분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반려동물에게 보호자는 세상의 전부다. 그렇기에 보호자로서 어떠한 책임과 자세를 지녀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성찰하며 반려동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가족도 바람직한 보호자가 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반려견과 함께 산 지 2년이 되어가는 우리 가족의 일상은 통째로 바뀌었다. 우리 가족은 반려견의 산책은 물론 사료와 물 주기, 병원 방문, 양치질, 목욕 같은 건강관리 등 수많은 돌봄 노동을 역할을 분담하여 수행한다. 하루에 일정 시간 이상은 반려견을 위해 꼭 쓰고 항상 세심하게 신경 쓰고 사랑을 주려고 애쓴다. 한 마리를 3명이 키워도 이렇게 큰 수고로움과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총 5마리(2018년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풍산개 두 마리도 선물했다.)나 되는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돌봄 노동을 해내고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한 나라의 수장인 공직을 수행하고 있으니 당연히 바쁠 수밖에 없다. 그의 일상에서 강아지 칫솔질하기, 고양이 화장실 청소하기 같은 일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그는 다른 직원에게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돌봄 노동을 맡기고 모든 비용을 충분히 책임질 능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반려동물을 키울 때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돌봄 노동에 참여하거나 그들과 친밀하고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면 그들이 문 대통령을 가족이라고 생각할까? 다시 말해 문 대통령을 과연 그 반려동물들의 보호자 혹은 진정한 ‘반려인’으로 볼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이 식용견으로 도살될 뻔한 유기견 토리를 입양한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반려인’으로서 최선을 다해 토리를 돌보는 과정이 누락된 한 토리의 입양이 그저 이미지 메이킹의 수단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물론 위 추측은 걱정쟁이인 나만의 오해이자 억측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아침에 반려동물들과 안부 인사를 나누고 음식을 챙기며 그들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쓰담을지도 모른다. 날씨가 맑으나 흐리나 반려동물의 보폭에 익숙해진 발걸음으로 산책로를 거닐고 있을지도 모른다.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퍼스트독이라는 상징에 맞게 토리와 함께하는 모습, 그들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노력하는 보호자로서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글쓴이: 토란

책에 파묻혀 사는 비건 퀴어 에코 페미니스트.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며 비건맛집을 탐방하고 사람들과 떠드는 것을 사랑합니다. 2년 전 가족이 되어준 뽀리와 동네에 묶여 사는 개 쫄랑이, 똘이와 매일 산책하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존재가 있는 그대로 행복하고 존중 받는 지구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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