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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동물복지 공약, 혹시 동물들에게 물어봤나요?

Series/정치 ---- 동물

by SOURCEof 2023. 1. 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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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 9일은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날이다. 지난 선거부터 대통령 후보들은 동물복지에 대한 공약을 전략적으로 내놓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 인구수는 1500만 명, 가구 수는 638만 가구로 전체의 약 28%에 해당한다고 한다.(2020년 기준) 동물권 이슈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다음은 주요 후보들의 동물복지와 관련된 공약을 정리한 것이다.

 

  • 반려동물 시설 확대(쉼터, 놀이터, 장례시설 등)
  •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 수가제 및 공시제, 건강보험 도입
  • 펫푸드 생산ㆍ공급 관리 체계화 및 펫샵 규제
  • 반려동물 훈련사 국가자격제도 신설
  • 동물보호센터를 통한 입양, 교육, 상담 및 각종 지원
  • 동물복지법으로의 전환 또는 동물기본법 제정
  • 동물복지 강화(개 식용, 안락사, 학대, 살처분, 번식장 근절)

 

전체적으로 지난 선거 공약에 비해 세부적이고 구체화 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반려동물 복지에 치중된 건 아쉽지만 그래도 동물권 신장을 위한 도입 단계라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동물들의 입장을 들어보지 않을 수 없다. 가상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1. 워낭소리

영화 워낭소리(감독 이충렬), 2008
 

30년 동안 최 노인과 함께 동거동락하며 일을 해온 황소 누렁이의 입장은 어떨까?

 

“솔직히 전 누렁이라는 이름보다는 소새끼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습니다. 반려동물이 아니라 일하는 소라 그럴 수도 있지만 40년 평생을 최 노인과 함께 살았으니 반려동물이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지 않나요? 물론 할아버지는 저를 먹이기 위해 밭에 농약을 치지도 않았고, 아픈 저를 시장에 내다 팔지도 않았습니다. 젊은 소가 괴롭힐 때도 도와주셨죠. 말은 모질게 했지만 1년 밖에 살지 못 한다는 말을 듣고 눈물을 훔치기도 하셨죠. 제가 죽고 나서는 제가 평생을 일군 밭 한 가운데 묻어주시기도 했어요. 밭에 나가면 항상 저를 떠올리셨겠죠. 워낭소리라는 공원에 제 형상을 딴 동상도 세워졌으니 일하는 소로 살아온 인생 중에 기억될 만한 삶이긴 하죠.

 

다만 이번 동물복지공약에 반려동물 이외의 농장동물에 대한 내용이 적어서 아쉽습니다. 이제 일하는 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노동권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식용 가축들의 경우 동물복지란 말은 아직도 먼 나라 이야기죠. 수평아리는 맛이 없다는 이유로 분쇄기에 갈리거나 마대자루에 깔려 죽습니다. 상품으로 취급 받는 가축이었다면 가스나 전기로 기절시킨 뒤 도축되었겠지만, 상품이 아니라면 쓰레기나 다름 없으니 규정이 애매합니다. 수퇘지와 숫소의 경우도 응취가 난다는 이유로 어릴 때 거세를 하는데, 비용과 시간 문제로 수의사의 마취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동물복지단체가 설립된 영국에서 1979년 농장동물복지위원회(FAWC)가 설립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곳에서 지금 전 세계 농장동물의 복지 표준으로 준용되고 있는 동물의 5대 자유 원칙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 배고픔과 갈증, 영양불량으로부터의 자유
  • 불안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 정상적 행동을 표현할 자유
  • 통증·상해·질병으로부터의 자유
  •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또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는 동물복지지침을 마련했는데, 육용소 사육 환경에 관한 문서에서 사료의 영양수준, 잠자리 등 복지를 가늠할 수 있는 범주와 지표들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자연광을 받지 못하는 소에 대한 추가 조명 설치 등 소 사육에 관한 다른 요소들과 함께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항생제 사용에 대한 지침도 포함됐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에서도 실현 가능하고 원칙을 따를 수 있는 농장동물에 대한 복지 정책과 지원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2. 동물농장

소설 동물농장(작가 조지 오웰), 열린책들
 

동물농장에서 혁명의 기본적 이론과 이상을 소개했던 메이저 영감은 이번 공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동물복지라는 말 자체가 잘못 되었습니다. 인간과 그들이 동물이라 칭하는 모든 생명은 평등합니다.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일방적으로 착취할 권리는 없습니다. 물론 저의 이상을 실현하려 했던 스노볼과 나폴레옹, 스퀼러 같은 돼지들이 결과적으로 또 다른 계급 사회를 만든 건 잘못입니다. 혁명이 권력에 취하면 필연적으로 착취당하는 계급이 생겨날 수밖에 없죠. 제가 바란 이상은 그런 엘리트 사회가 아니었습니다. 체제에 대해 이야기하면 본질에서 벗어날 수도 있으니 여기서는 논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돼지들이 왜 혁명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는지 입니다. 우리 돼지들은 가축들 중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개나 고양이들보다도요. 대한민국의 동물보호법에 동물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 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돼지들은 고통을 기억하고 공포에 벌벌 떠는 인지 능력이 다른 동물들보다 뛰어나다는 말입니다. 학대 당한 개들이 막대기를 보고 미리 겁을 먹는 것이 그 예입니다. 그런데 인간들은 우리를 어떻게 대했나요? 스톨 사육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스톨이란 돼지를 완전히 감싸는 형태의 철제 우리를 말합니다. 폭 60cm, 길이 210cm에 바닥은 시멘트로 되어있죠. 몸을 돌릴 수도 없는 크기입니다. 공장식 축산의 한 형태로 편하게 관리하기 위해서 개발되었죠. 어미 돼지는 임신 기간 대부분을 스툴에서 살다가 분만이 임박하면 분만 틀이라는 스톨과 유사한 우리로 이동하여 출산합니다.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다시 스툴로 옮겨져 그 과정을 평생동안 반복하죠. 스톨 사육이 야기하는 신체적, 정신적 질병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이에 영국에서는 1999년부터 스툴 사용이 금지됐죠. 매너 농장이 동물 농장으로 바뀌고, 녹색 식탁보로 만든 깃발이 걸린 이후(동물농장 탈고 1944년 기준) 무려 55년이나 걸렸습니다. 스노볼과 나폴레옹이 다투지 않고 이상적인 체제를 구축했더라면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을 겁니다.

 

한국에서는 2020년 돼지의 스톨 사육이 제한적으로 금지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돼지들은 소규모 그룹을 형성해 생활하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먹이를 찾아다니고 코로 땅을 파거나 다양한 물체의 냄새를 맡거나 가지고 놀며 진흙을 이용해 더위를 식히는 등 자유로운 생태적 습성을 갖고 있습니다. 스톨이 아니어도 현재 농장은 돼지들이 움직이기에는 너무 좁고 환경도 단조롭습니다.

 

대한민국에서만 2000년대 들어서 살처분 당한 농장동물이 대략 1억 마리가 넘어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살처분 매뉴얼이 없던 2011년 이전에는 담당 공무원이 트라우마 때문에 자살하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가스나 약물을 주입하고 외주업체가 담당하는 지금이야 인간들은 편해졌겠지만, 우리 돼지들은 대량학살의 위험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외주업체에서는 돈 때문에 AI나 구제역을 바라기까지 한다고 들었습니다.

농장동물복지에 대한 정책에 이렇게 관심이 없다면 돼지들이 다시 글을 읽고 <영국의 짐승들>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는 날, 다시 봉기가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부디 돼지들이 화나지 않도록 비참한 생활을 벗어나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이빨을 뽑고 단미하지 마십시오. 돼지도 꼬리를 통해 감정을 표현합니다. 제2의 동물농장이 안 나오는 이유가 이것 때문일까요? 제 친구 조지 오웰도 분명 한탄할 겁니다.”

 

3. 데이빗 | 아이반 | 옥자

웹툰 데이빗(d몬), 푸른숲 / 영화 오직 하나 뿐인 아이반(감독 티아 샤록), 2020/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 2017

 

데이빗, 아이반, 옥자의 공통점은 이름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이번 후보들의 동물복지 관련 공약에 대해 물었다.

 

데이빗 : 저는 처음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저를 돼지가 아니라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말을 할 수 있고, 지능도 보통 성인 수준이니까 당연히 다른 사람들도 저를 사람이라 생각할 줄 알았죠. 하지만 외모가 돼지니까 사람들은 저를 서커스 동물로 신기하게 보거나 신의 섭리를 거슬렀다며 혐오하기도 했어요. 물론 인권 운동가 캐서린처럼 처음부터 절 한 명의 사람으로 봐준 인간도 있지만요.

 

전 결국 우여곡절 끝에 헌법 개정을 통해 사람으로 인정 받았어요. 그런데 그게 뭐 특별한 건가요? 동물들보다 보장을 많이 받는다 정도? 아직도 좀 헷갈리지만, 제가 생각한 사람이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을 지는 거라 생각해요. 뭐 그런 점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공약이 많은 건 이해해요. 제한된 환경에서 공존하기 위해 보호자와 책임을 나눠야 하니까요. 그런데 동물들이 처음부터 자연에서 나고 자랐다면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어요. 동물들은 자연에서 필요한 것 이상으로 원하지도 않죠. 언젠가 동물들을 위한 특별한 정책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한 공통의 기본권리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아이반 : 저는 어렸을 때는 콩고에서 태어났어요. 새끼일 때 인간들이 저를 잡아갔죠. 제가 서부 롤랜드 고릴라라는 사실을 몰랐나 봐요. 제 몸집이 너무 커지자 워싱턴 주 타코마의 B&I 쇼핑몰로 보내더라고요. 거기서 마스코트가 되어 사람들을 만났죠. 솔직히 좋은 환경은 아니었어요. 밥을 먹거나 배변 활동을 하는데 사람들이 모두 쳐다봤으니까. 27년의 쇼핑몰 생활은 감옥이나 다름없었죠. 다행히 동물 보호 단체에서 저를 꺼내줘서 애틀란타에 있는 동물원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었어요. 그곳에서는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제 창작욕을 불태울 수 있었죠. 영화에 나온 건 조금 과장이지만 저는 실제로 그림을 그리를 고릴라였습니다.

 

작년 대선 때 한 후보가 관람용 동물에 대한 복지를 위해 동물원 및 수족관 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운 걸 기억해요. 하지만 아쉽게 당선되진 못했죠. 그래서 저와 같은 관람용 동물에 대한 복지를 염원했는데, 2022년부터 동물원이 허가제로 바뀌고 야생동물카페에서 야생동물 전시가 금지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야생동물에 대한 관리체계도 마련된다고 하니 저와 같은 케이스가 더는 나오지 않을 거 같아 다행이에요. 이처럼 어느 후보가 이번에 당선되더라도 다른 후보의 공약 중 좋은 게 있으면 임기 내에 꼭 실천했으면 좋겠어요. 좋은 정책에 저작권 같은 게 있을 필요가 없잖아요. 함께 잘 살기 위해 있는 게 정치 아닌가요?

 

미자 : 저는 옥자를 보호하고 있는 미자라고 합니다. 옥자 대신 나왔어요. 그때 일만 생각하면 끔찍해요. 다신 떠올리고 싶지 않죠. 슈퍼 돼지 콘테스트 말이에요. 지금 옥자는 그때 공장에서 데려온 새끼를 엄마처럼 보호하며 잘 지내고 있어요. 금자라는 이름도 지어줬어요. 미란도 컴퍼니한테는 비밀이에요. 저희는 아직 산에 살고 있어요. 산만큼 옥자를 키우기 좋은 곳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작년에 산불이 크게 나서 나무들이 많이 타버렸어요. 갈수록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게 요즘 가장 큰 걱정이에요.

 

저는 결국 이러한 동물복지 관련 공약들이 나오는 이유가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처음 슈퍼돼지가 나왔을 때 열광한 이유가 식량난을 해결하고, 적게 먹고 적게 싸니까 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서 였잖아요. 단순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표심을 의식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인터뷰를 한다고 조사를 해봤는데, 지난 대선 때 내세웠던 공약 중 ‘학교과정 또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 동물보호 교육 강화’를 제외하고는 그래도 전부 추진 중에 있다고 들었어요.(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리포트 참조) 공약의 메인 약속이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는 건강한 생명국가를 만들게습니다’라고 알고 있어요. 옥자, 금자와 함께 사는 제 입장에서 정말로 그런 생명국가가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동물보호법에 나와 있는 목적처럼 단순히 명문화된 유명무실한 정책이 아니라 진짜로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 보장, 복지 증진, 건전하고 책임있는 사육문화,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의 정서를 기르고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지금 내세웠던 공약을 당선되면 꼭 이행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I am in politics because of the conflict between good and evil, and I believe that in the end good will triumph.

 

마가렛 대처가 한 말이래요. 그날 이후로 다신 옥자를 빼앗기지 않으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좋은 동물 복지 정책을 내세우고 진정성 있게 약속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거예요. 제가 올해 19살이 되어서 투표를 할 수 있거든요. 저는 옥자한테 물어서 옥자 몫까지 투표할 테니 여러분들도 꼭 투표하세요!

 

 


본 글은 글쓴이가 자유롭게 상상의 날개를 펼친 것으로 실제 작품 속 등장인물이나 작가의 생각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글쓴이: 쌀밥

글쓰는 전업 백수. 현재 10월에 가족이 된 반려동물 시월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영화를 좋아하여 다수가 모르는 단편 영화를 다수 제작한 경험이 있음. 뛰어난 유머감각과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로 무주택자이자 불로무소득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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