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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이, 사랑이에게 투표권이 주어진다면

Series/정치 ---- 동물

by SOURCEof 2023. 1. 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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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2008년생 반려견 똘똘이, 2011년생 사랑이와 살고 있는 25세 반려인입니다. 그리고 저는 정치에도 관심이 많은데요, 대선을 맞아 똘똘이와 사랑이에게 투표권이 있었다면 어떤 정치인에게 투표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종평등한 대선

사실 반려동물과 비인간동물이 각각 필요로 하는 대선정책, 반려견이 필요로 하는 것과 반려인이 필요로 하는 정책은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비인간동물을 유권자로 놓고 본다면 종평등한 대선정책을 제시한 정치인이 표를 얻을 것 같아요. 탈육식과 점진적 축/수산업 폐지, 수족관/동물원 폐지, 동물실험 금지, 등등을 주장하는 정치인이요.

 

그리고 반려견/반려인들이 바라는 정책도, 반려견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그래서 똘똘이와 사랑이, 저의 시각에서 각각 바랄 만한 정책을 생각해봤어요.

 

 

똘똘이에게 투표권이 주어진다면

똘똘이는 유기견 출신 반려견이에요. 똘똘이의 엄마는 임신한 채 길을 떠돌던 강아지였고, 동네에서 유기견을 돌보던 한 할머니에 의해 구조되었어요. 똘똘이는 할머니 댁에서 태어나 다른 유기견들과 함께 살다가 저에게 오게 됐어요. 똘똘이가 태어난 곳은 사설보호소와 환경이 유사한 주택이었어요. 할머니가 관리를 잘해주시기는 했지만, 돌보시는 강아지의 수가 많았기 때문에 개들의 복지는 열악할 수밖에 없었죠. 산책도 못 하고, 간식도 양껏 먹을 수 없었어요. 주변 주민들의 민원과 위협에 의해 똘똘이는 성대수술도 하게 됐어요.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만 할머니로서는 다른 수가 없었을 거예요. 성남에는 모란시장을 비롯해 개고기를 파는 보신탕집, 건강원이 많아요. 할머니는 길에서 개를 학대하거나 잡아먹으려 드는 동네 할아버지들로부터 똘똘이를 비롯한 강아지들을 구해오신 거거든요. 개들을 풀어놓자니 그런 위험에 노출되고, 시보호소에 보내자니 안락사가 되는 것을 아는 이상, 할머니로서는 성대수술이라도 해서 주변의 민원을 줄이는 일이 똘똘이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을 거예요.

 

 

똘똘이

 

 

그런 환경에서 자라난 똘똘이에게 필요한 것은 유기동물 문제 해소에 기여하는 법과 정책일 거예요. 길동물들에게는 학대나 납치가 굉장히 빈번하게 일어나요. 우선은 동물학대와 식용 목적의 납치에 대해 엄격한 처벌이 필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동물학대죄(동물보호법 제8조)의 형량이 강화되어야 하겠죠.

 

그리고 유기동물 보호소가 개선되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유기동물 수가 줄어야 하고요. 작년 한 해 버려진 유기동물의 수는 약 12만 마리에 육박했다고 해요. 정부 추산이니 똘똘이네 할머니와 같이 개인들이 구조한 유기견들의 수를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많아질 거예요. 이렇게 유기동물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펫숍 때문이에요. 유기동물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동물의 번식과 판매를 중단해야 해요. 독일의 경우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럴 수 있는 이유는 펫숍을 정부가 엄격히 규제하기 때문이에요. 유기동물 문제는 필연적으로 펫숍에서 야기되기 때문에, 펫숍을 없애는 것에서부터 유기동물 보호소의 환경이 나아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고 생각해요.

 

사랑이에게 투표권이 주어진다면

사랑이
 

부끄럽게도 사랑이는 펫숍에서 온 아이예요. 제가 어리고 무지할 때 아버지가 선물한 강아지인데, 지금은 펫숍에서 개를 데리고 온 것에 대한 반성을 많이 하고 있어요. 펫숍에서는 종견장이라는 곳에서 개를 데려오는데, 그곳의 환경이 아주 열악하거든요.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유기동물 문제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사랑이에게 필요한 것 역시 펫숍과 종견장을 없애는 정책일 거예요.

 

음식이자 가족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 식용이 없어져야 해요. 개농장에서는 이름표가 있는 강아지들, 즉 누군가의 반려견이었던 개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돼요. 나의 가족이 길을 잃었다는 이유로 언제든 누군가의 밥상에 올라갈 수 있는 거죠. 한 국가 안에서 어떤 동물이 반려동물인 동시에 음식이라면, 영원히 그 동물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을 거예요. 아무리 복지정책을 추진해봤자 살해가 합법이기 때문이에요.

 

반려인으로서 바라는 것

반려인으로서는, 동물 의료보험이 꼭 도입되었으면 좋겠어요. 저희 개들이 나이가 많다 보니 지난 달 병원비만 백만 원가량이 들었어요. 다행히 저는 지금 직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비가 큰 부담으로 느껴져요. 그런 저로서는 동물 의료보험이 하루빨리 도입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공혈견 문제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몇 년 전에 동물권단체 케어와 jtbc에서 공혈견 실태를 폭로했었는데 눈에 띄게 나아진 게 없어서 안타깝더라고요. 폭로된 사육환경은 충격적이었어요. 수많은 공혈견들이 곰팡이가 둥둥 떠다니는 솥에서 끓인 음식물쓰레기를 녹조 낀 밥그릇으로 먹으면서, 배수구가 막힐 정도로 잦은 구토를 하고 정형행동을 하며 지내고 있었어요. 발도 닿지 않는 뜬장 속에서 말이죠. 이는 동물권 차원에서도 큰 문제지만, 반려인으로서도 이러한 환경에서 채취된 혈액이 사랑하는 나의 가족을 낫게 해주리라 신뢰할 수 없어요. 물론 공혈견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혈액을 채취한다고 해도 내 반려견을 위해 착취하는 게 정당화되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 공혈견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고, 동물 헌혈 시스템이 잘 정착했으면 좋겠어요.

 

또 실험동물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 동물 사체 기증 시스템이 정착했으면 좋겠어요. 수의대에서 살아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해부실험을 많이 하거든요. 인간이 인체 실험을 위해 대학병원에 시신을 기증하는 것처럼, 건국대학교 수의대학교에서는 동물의 사체를 기증받고 있는 것으로 알아요. 저는 동물실험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살아있는 동물의 희생을 하나라도 더 줄이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이나 유기동물의 사체 기증이 좀 더 원활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저희 개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반려견의 사체를 건대 수의대에 기증하려고 해요.

 

너와 함께 어디든 가고 싶어

 

 

저는 차도, 집도 없어요. 그래서 반려동물과 이사를 가거나 이동을 할 때마다 곤욕을 치러요. 요즘에는 강아지랑 살 집을 구하고 있는데 정말 쉽지 않아요. 반려견 때문이 아니어도 적은 예산 때문에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반려견과 함께 가려니 가능한 집이 더더욱 없어져요. 민원이나 파손에 대한 책임을 모두 지겠다고 해도 말이에요. 반려견과 사는 빌라나 오피스텔 같은 게 시중에 나오고는 있지만, 공공임대가 아닌 데다가 전세가가 비싼 편이어서 전세대출을 받아서 이사를 가야 하는 청년 입장에서는 부담이 돼요. 그리고 반려견과 이동을 할 때에도 펫택시나 지하철을 종종 이용하는데, 펫택시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지하철은 노선이 없는 곳이 있어서 동물병원을 갈 때 등에는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차를 사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게 되는데, 반려견과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이동권과 주거권이 공공의 영역에서 조금 더 보장되었으면 좋겠어요.

 

목줄 없어도 안전한 세상

저는 반려견의 산책에 있어서 목줄은 무조건 필수라고 생각해요. 목줄 없이는 세상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에요. 동물을 잃어버리면 위에서 언급한 유기동물 문제나 학대에 노출되고, 로드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어요. 고양이의 경우는 목줄을 하더라도 산책하다가 잃어버릴 위험성이 높고요. 그래서 저는 개는 목줄을 꼭 착용시켜야 하고 고양이는 산책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개나 고양이가 목줄이나 보호자 없이 자유로이 길을 돌아다녀도 아무 일 없이 돌아올 수 있는 세상을 꿈꿔요.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이 좀 더 안전해지고 평등해져야겠죠?

 

 

 


글쓴이:주희

안녕하세요. 저는 2008년생 반려견 똘똘이, 2011년생 사랑이와 살고 있는 25세 반려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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